내가 사는 이야기

수락산을 오르다

智美 아줌마 2008. 4. 27. 14:25

오늘은 수락산 산행을 하는 날이다.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어라? 비?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일기 예보가 또 틀리는겨?
오전에 개여 맑다고 하였는데 이 무슨 엉터리 예보를 한겨?
내심 행여 이 비가 계속 오면 어떻게 해야되나를 생각하면서 수락산역으로 향했다.

수락산은 수락을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뭐여? 제대로 수락은 받았는가?
그래도 마음 속으로 맑게 개여주길 간절히 바랐다.

수락산역,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한 사람씩 모이고
잠시 얘기를 나누는 중 다 모여 수락산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떨어지는 빗방울은 그칠 줄 모르고 궁시렁님은 비오는데 뭔 산행이냐고
한 아우가 궁시렁 궁시렁 . . .
거기에 넘어 갈 내가 아니지 ~
개인다고 했다며 무 조 건 강행을 하면서도 걱정은 되었다.

만약에 그치지않고 많이 오면 어떻게 하겠나?
그땐 도토리묵에 막걸리 한 사발씩 먹으며 얘기나하다 내려와야지하고 생각했는데
다행이 초입길에서는 비를 조금 맞았지만 날씨는 활짝 개였다.

꽃구경을 못하고 대신 산행을 추진하면서 어느 정도 올라가서 산기운, 산내음을 맡고
내려오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 . .
아, 이 무슨 날 죽일 일인가.
내 생각을 컨닝하고는 도중하차할 수 없는 코스로 이끈 것이 아닌가.

아무 것도 모르고 처음에는 가자는대로 따라 가는데
아이고 ~ 미쳐부러 사람 잡네, 누가 산행하자고 한겨?
요즘 체중이 많이 늘었고 몇 년동안 산행도 하지않은 터라 정말 무지무지 힘들었다.
아, 미오 ~

날렵하게들 오르는데 나는 숨이 차 헉헉, 다리는 천근만근 . . .
천천히 쉬어가며 가자더니 천천히는 무슨 ~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몰아 붙이고 . . .
죽어라하고 따라 올라갔다.
어쩌겠는가 가는데 까지 가야지, 되돌아 갈 수도 없는데. . .

그렇게 산을 오르는데 앞 능선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헬기가 출동을 하였다.
산행 경험이 많으신 산꾼이 말씀하시기를 사고가 났나보다 한다
그 말에 구경한다며 잽싸게 날아가버리고들
나도 TV에서나 보던 사고 현장을 보고싶어 허벌나게 쫓아갔다.

그러나 산길은 호락호락 나에게 편한 길을 내주지않았고 씩씩거리며
사고 현장에 다다르니 나도 헬기 타고 내려 가고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아 ~ 가 . 슴 . 이 . 아 . 파 . 요 . 심 . 장 . 이 . . . 나도 헬기 태워주 ~

무심한 헬기는 환자를 태우자마자 쏜살같이 날아가 버렸다.
에구 ~ 후둘거리는 내 다리야.
이참에 배낭 무게도 줄이고 쉬었다 가자하고 자리를 펴고 준비해 온 먹거리들을 풀었다.

테디엄마가 손수 싸 온 김밥, 정성 가득 맛이 끝내줬고
직접 농원에서 딴 사과의 맛과 향이 너무 좋았다.
올라오면서 사 온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며 추억을 만들고 뜨거운 커피 향에 행복을 느꼈다.

수락산의 깔딱 고개, 나를 깔딱 죽게 만들어 파김치에 초죽음이 되어
후둘거리는 다리로 산행을 하게 하였고 그로인해 나를 이끄느라 고생들 하셨다.
이궁 ~ 이 웬수를 어떻게 갚을까나? ㅎㅎㅎ

깔딱 고개를 깃점으로하고 이제 내려간단다.
으메 ~ 좋은 거, 빨리 내려가야지하고는 뒤도 안돌아보며 내려오는데
다들 내가 못내려올까봐 걱정들 하였다고 한다.

뭔 말씀을? 나를 잘못 봤지.
나도 하면 한다 이거야, 내 사전에 포기는 없단말시. ㅋㅋㅋ
에구 에구 ~ 다리가 후둘거리고 꼬이는 걸음으로 갔다.

산에 다니면 건강에 좋으니까 산에 다니란다.
누가 모르남요. 나도 건강에 좋은 거 안다구요.
그런데, 그런데 . . . 이하 생략 (상상에 맡김)
그렇게 수락산 산행을 하고 돌아왔다.

몸은 힘들고 삭신은 쑤시고 아프지만 즐거운 날이였다.
언제나 바람 속의 만남은 재미있고 기쁨 가득 행복 만땅이다

2008년 4월2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