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나를 위해 기도하지 마세요.

智美 아줌마 2008. 6. 23. 16:45

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자주 만나고 싶은 친구이지만
그 친구들과 내 삶이 다르기에 잊을만하면 한번씩 문자나 전화 통화나 하는 정도이다.

어떻게보면 아니 정말 진정한 친구들인데도 말이다.
강남에서 밥집을 하는 친구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한 울타리에서 같이 자란 3동창인 친구이고
독신으로 조명 제조 인테리어업을 하는 친구는 밥집하는 친구와 같이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죽마고우들이다.

그렇게 오랜 친구이고 귀한 인연이지만 난 그 친구들을 만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 친구들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권사, 집사의 일을 보는 삶이지만
난 어릴 적 영아 세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친구들은 늘 나를 위해 기도하고 함께 할 것을 인도하려하지만
많은 죄를 지으며 살고 있기 때문에 난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변명을 하곤 한다.
이렇게 사는 내 삶을 바꾸지 않는 한 함께 할 수가 없다고 . . .

어제 밥집하는 친구 순이 가게에서 조명업을 하는 친구 인이와 만나기로 하였다.
내가 힘들 때 가장 많은 위로와 힘이 되던 친구들인데 1년 만에 만나는 것 같다.
서울대 치의대 세미나 참석을 하고 늦게 도착한 인이가 젊은 여전도사와 함께 도착하였다.

두 친구는 늘 나를 말할 때는 영혼이 맑은 친구라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부끄럽고 양심에 가책이 되어 여간 낯 뜨겁지가 않다.
그날도 친구는 그 전도사에게 나를 그렇게 소개하면서 나를 위해 기도 부탁을 하였다.

난 " 나를 위해 기도 하지 마세요. 난 그 기도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하고는
사양을 하였다.
정말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하는 것 원치 않는다.
그렇다고 나 자신을 위해 기도 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오랜만에 함께하면서 밥집하는 순이가 자신이 다니는 교회 목사님 말씀이 좋으니
내일 주일이니까 함 오란다.
조명업을 하는 인이도 같이 갈테니까 정말 이번 한번만이라도 함께 해달라며 사정(?)을 한다.
오랜 시간을 늘 만나면 반복되는 대화이다.

"그래, 친구들이 이렇게 원하는데 한번 가주자" 하는 마음으로
오늘 2시에 양재역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순이가 다니는 교회는 이제 3개월 정도 지난 개척 교회로 2, 30명 정도로 시작하여
벌써 신도들이 150명이 넘는다고 한다.

담임 목사님 말씀이 좋다고 사람들이 계속 찾아 온다고 하는데
오늘도 사회에서 유명한 사람 몇몇 사람들이 와서 함께 하고 있었다.
양재역에 도착하니 고등학교 친구 2명과 선배 언니 그렇게 5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 깜짝 놀라 "어떻게 이렇게 다 모였어? 하니
우연히 일보러 강남에 왔는데 마침 전화 통화들을 하게 되어
내가 온다는 말에 가던 길을 되돌아 나를 만나러 왔다고들 한다.
"이런 황송하게시리 . . ."

그렇게 여섯이서 예배 보는 장소로 갔다.
아직 예배당이 없어 남의 건물을 빌려서 예배를 보는데
때로는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모여 예배 드리기도 하고
다른 장소를 빌려 예배를 본다고 한다.

주일 예배는 양재동에 있는 힐스테이트 갤러리에서 예배를 보는데
무상으로 장소 제공을 받아 사용을 한다고 한다.
쉽게 빌릴 수도 없는 장소를 그것도 무상으로 사용한다니 그들의 축복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도 그들은 즐거워 하였다.

나는 그냥 앉아서 듣고 보고 그렇게 있었다. 입 벙긋도 하지도 않고 . . .
가끔 나는 밤에 길을 가다가 교회 십자가를 보면 눈물이 핑 돌곤한다.
교회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한다.
왠지 모르게 그냥 눈물이 난다. 울컥 울컥 슬픔이 차 오르기도 한다.

예배를 마치고 갤러리 한쪽에 마련된 자리에 앉으니 탈렌트 유**씨가 커피를 갖다 줬다.
함께 차를 마시면서 친구들이 묻는다.
오랜만에 교회 오니 어떠냐고 . . .
20년만에 다시 설교 말씀 들으니 어떠냐고 . . .
감회가 새롭더냐? 생소하더냐? . . . ??

그런데 의외로 그냥 덤덤하였다.
낯 설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내 마음에 동요도 일지 않았다.
늘 그랬던 것 같이 가끔 눈물이 뚝뚝 떨어질 뿐 . . .

나 자신이 생각을 해도 참으로 난 내 잘난 멋에 사는 것 같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바로 인정하려 하지도 않고 . . .
길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냥 그 길을 가고 있고 . . .
친구들이 바로 잡아주려해도 "나 잘났으니 내가 알아서 한다" 하고 . . .
ㅎㅎㅎ 참내 . . . 헛웃음이 나온다.

나는 왜 남들 같이 왜 쉽게 살지 못하는지 뭐가 그리 복잡한지 . . .
나 자신이 나를 생각해봐도 엉킨 실타래 같다.
에효 ~ 언제 이 복잡한 실타래들을 던져 버리고 단순하게 살까나.

2008년 6월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