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거시기가 널린 해신당 이야기 ⑥

智美 아줌마 2008. 5. 19. 23:33

<해신당>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삼척 터미널에 도착해서 해신당행 버스 시간을 물으니
이 무슨 또 어긋나는 일인가?
3시 48분에 삼척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해신당행 버스는 3시 40분에 출발했던 것이다.

환선굴에서 타고 온 버스 기사 아저씨도 옆에서 보기가 안타까웠는지
"언제쯤 나갔냐? 뒤로 지나갔을까? "라며 안내 직원에게 말을 건냈다.

아, 8분 늦어서 또 바로 이어서 다음 일정을 못가게 생겼으니 참 아쉬웠다.
다음 차가 있었지만 그 차를 타고가면 해신당 관람 시간이 끝나서 가나마나였기 때문이였다.
속으로 하루 더 묵고 해신당을 가야되나 고민하고 있는데
아침에 삼척 터미널에서 환선굴 가는 것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었던 그 안내 직원이였는데
갑짜기 어디다 전화를 하면서 무 조 건 따라오라며 막 뛰는 것이였다.

나도 얼떨결에 따라 뛰었다.
터미널 앞 골목을 가로질러 큰 길가에 도달하니 무 조 건 저 길 건너가 서있으란다.
그러고는 전화를 끊으면 3시 40분 차가 안지나갔다고 하니 거기 서서 24번 버스가 오면
타라고 하고는 휭 하니 가버렸다.

얘기인 즉 그 버스가 터미널를 출발해 시내 한바퀴를 돌아 내가 서있던 곳을
지나가는 것이였고 난 시키는대로 버스 정류장도 아닌 곳에 서서 차가 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저 앞에서 버스 한 대가 우측 깜박이를 커고 신호 대기 중인 것이 보였다.

혹시 저 버스가 아닐까하고 번호를 보니 24번 버스가 맞았다.
그 버스는 내 앞에 서더니 앞 문을 열었다.
그래도 난 "해신당 가요?" 하고 물으니 무 조 건 타라고 한다.
터미널 직원과 통화를 했던 모양이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런 도움이 없었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덜 하였으리라.

그렇게 4시 20분에 해신당에 도착하였으나 가진 돈은 단 돈 만원 . . .
터미널에서 차를 타기 위해서 얼떨 결에 이루어진 상황에 돈도 못 찾고
해신당으로 온 것이였다.

그래서 아예 매표소 안으로 들어가
"아저씨, 입장료 얼마예요? 카드돼죠? 했더니
"카드 안되는데요. 3천원 입니다." 한다.

" 왜 카드가 안돼요? 지금 환선굴에서도 4천원 카드 결제하고 들어갔다 왔는데 . . ."
"여기도 삼척시에서 환선굴하고 같이 관리하는데 무슨 소리예요? " 하며
환선굴에다 전화를 하는 것이였다.

"아저씨 전화 할 필요 없고 내가 영수증을 가지고 있으니까 보여줄게요.
만약에 내 말이 맞으면 꽁짜로 입장하는 거예요." 했다.
환선굴 직원과 통화가 되니
"여기 환선굴에서 입장권을 카드로 했다는 분이 오셨는데 카드 되냐?
언제 부터 카드가 되었는데? . . ."

통화 내용을 들은 나는
"아싸 ~ 꽁짜 ~ " 하면서 입구 쪽을 가르키면 들어가겠다는 사인을 하니
"안돼요. 그러면 내가 대납해 넣어야돼요." 한다.

"내가 모르던 정보를 가르켜 줬는데 정보비 생각하면 3천원도 싸지요.
아 ~ 몰라 몰라, 꽁짜, 꽁짜 . . ." 하면서 떼(?)를 썼다.
"아이 참 3천원 내요? 안된다니까."

"아니, 내가 돈을 안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카드 끊으라니까.
카드 안되는 것은 여기 사정이고 정보도 제공했는데 . . . 꽁짜 아니면 카드 끊어요."
그 직원은 "안되는데요." 하고 난 "카드 끊어요."하며 둘이 줄다리기를 하였다.
그 매표소 직원은 천원 짜리 입장권에 도장을 꽝 찍어 주면서
"다음에 이곳에 지나게 되면 천원 갚으세요." 한다.

"무슨 소리 정보비 천원이면 싸지, 게다가 나 아니였으면 전달 사항 내려 올 때까지
모르고 있었을텐데 . . ." 하고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해신당으로 갔다.
해신당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눈에 딱 띄는 것이 거시기 밴치였다.
아쉽게도 한 번 앉아보고 올 것을 그냥 왔다.

안으로 계속 들어 가니 여기도 거시기, 저기도 거시기, 대물(?)들이 지천으로 널렸다.
여기 저기서 거시기를 보고 깔깔대고 웃는 소리들이 공원 안에 울려 퍼졌고
거시기 조각상을 갖고 장난들을 치는데 어찌나 우습던지 나도 같이 덩달아 웃었다.

예전에는 해신당만 있었는데 공원을 재미있게 잘 꾸며 놓았다.
해신당을 둘러 보면서 거시기 구경도 실컷하고 대물 기도 팍팍 받고(?) 해신당 안쪽에 있는
"어촌 민속 전시관"에 갔다.

해신당 전설

결혼을 약속한 처녀 애랑은 총각 덕배가 태워주는 배를 타고 해초를 뜯기 위해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에 내렸으며, 덕배는 다시 애랑을 태우러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해변으로 돌아와서는 일을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거센 파도와 심한 강풍이 불어 덕배는 먼발치서 바라만 볼 뿐,
바다로 애랑을 태우러 가지 못하게 되었으며 결국 애랑은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그 후 이상하게도 이 마을에는 고기가 잡히지 않았는데,
어민들 사이에는 애를 쓰다 죽은 처녀 때문이라는 소문이 번지게 되었고
이에 마을 사람들은 죽은 애랑의 원혼을 달래고자 하였다.

그래서 나무로 실물모양의 남근을 여러개 만들어 제사를 지내게 되었으며,
이후 신기하게도 고기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지금도 매년 정월대보름에 나무로 깎아 만든 남근을 매달고 제사를 지낸다.

해신당 앞 바다에 작은 바위섬이 있는데
그 바위섬이 애랑의 전설이 잇는 곳으로 애랑의 동상이 서있다
.


<어촌 민속 전시관>

배 모양을 한 전시관에는 어촌에 관한 자료와 세계의 남근 조각상들이 전시 되어 있었는데
규모는 작았지만 볼거리들이 꽤 있었다.
여기서도 그냥 나오면 안되겠지? 당연히 사진 몇 컷을 찍으며 둘러 보는데
관람 시간이 다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삼척 터미널 안내 직원 덕분에 계획 세웠던 일정대로 해신당까지 둘러보게 되었다.
다 관람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오니까 6시, 버스가 오려면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배낭을 내려 놓고 바닥에 주저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다음 일정을 어떻게 해야될까 생각을 하였다.

마음은 영덕으로 내려가 강구항을 다시 가보고 영주, 대구, 부산을 거쳐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 오고 싶었다.
그런데 30분 동안 버스를 기다리면서 건너 가 아래로 내려가는 버스를 탈까 말까
고민을 하였다.

일단은 삼척 터미널로 가기로 했다.
투덜이님의 일일 찻집도 있고 딸기님이 가게 좀 봐달라는 부탁도 있어서
그냥 영덕 쪽으로 내려가자니 마음도 편하지 않았고
삼척 터미널 직원의 배려가 너무 고마워서 인사를 하고 가야 도리일 것도 같았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을 하고 삼척 터미널 행 버스를 탔다.

그런데 기사 아저씨 내가 차에 오르자
"재미없는 아줌마가 탔네." 하는 것이였다.
"아저씨 내 소문이 벌써 삼척에 다 퍼졌어요? " 하고 웃었다.

" 이런 곳에 혼자 오면 안돼요. 재미없게 왜 혼자 와요." 한다.
"혼자 와도 재미있었어요. 그러면 됐죠? "
그렇게 웃으게 소리를 나누며 삼척 터미널로 향했다.
삼척 터미널이 가까워 지는 것 같아서 기사 아저씨한테 은행 가까운데 내려 달라고 했더니
터미널 가까운 신한 은행 앞에 내려주고는 터미널 찾아오는 길도 알려주고 가셨다.

은행 들려 돈을 찾고나니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이 얼마만에 만져보는 돈다발(?)인가 . . . ㅎㅎㅎ
기사 아저씨가 알려준 대로 터미널 쪽으로 가는데 눈에 익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깁밥 천국"
김밥 한 줄을 먹고 가자 생각하고 들어가 돈까스를 시켰다.
전 날 삼척항에서 회와 매운탕을 먹고는 처음 먹는 밥이였다.
이 얼마 만에 먹어보는 진수성찬인가?
돈도 돈이지만 여러 곳을 들러 볼 생각에 일정을 빡빡하게 짠 덕분에 쫄쫄 굶고 다녔다.
그래도 오래 기억이 남을 여행이다.

2008년 5월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