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열차>
봉평, 장평, 횡계를 거쳐서
또 다시 찾은 강릉 터미널, 아침 시간과 같이 북적 북적 정신이 없었다.
터미널에서 바다 열차를 타고 삼척으로 내려 가기 위해서 강릉역으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일반실에는 앞좌석이 매진이 되어 없고 뒷 좌석만 자리가 있다고 . . .
커플실에는 앞 좌석이 많다는데 . . .
택시를 타고 강릉역에 가서 바다 열차표를 찾으려니까 망설여졌지만
요금이 일반실은 만원, 커플실은 만5천원으로 여행 중에는
5천원 차이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일반실로 달라고 했다.
그런 내가 마음이 걸렸는지 매표소 여직원이 일반실과 커플실 사이에 카페 차량이 있는데
거기에 보조 의자가 있으니까 그곳에 앉아 가도 된다는 말을 해주었다.
"아, 그래도 돼요? " 고맙다는 말을 건내고 1시간 정도 열차 시간을 기다려야 되기에
잠시 PC방에 갔다.
바람 속이 궁금해서 1시간의 기다림이 도리어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PC 방에서 들어 온 바람 속은 어두워 썰렁 하였다.
"뭐여? 내가 집을 비우면 덩달아 다들 어디들 가시나? 하고는
후다닥 글 몇개를 올려 불 밝혀 놓고 역으로 부지런히 걸어 갔다.
아직 기차는 오지 않았고 바다 열차 타려는 사람들만 우루르 몰려 들어왔고
잠시 후 5시20분 발 파란 그림이 그려 있는 기차가 들어오니 사람들
기차가 이쁘다고들 수근수근 거린다.
나는 기차에 올라 여직원이 말해준 카페 칸으로 갔다.
카페 칸의 보조 의자는 파란 플라스틱 였지만 그냥 앉아 가기로 하고
배낭을 벗고 앉으니 뒤에 있던 여직원이 불렀다.
돌아보니 아까 창구에 있던 그 여직원이였다.
"커플실에 자리가 비니까 그리 가서 앉아 가세요." 하고는
좌석 확인을 하고 채크를 하더니 13번 자리에 가서 앉아 가세요. 한다.
"그래도 돼요? 하고 반문을 하니
"원래 안되는 것이지만 특별히 해드리는 거예요." 한다.
옆에 커플실에 가니까 앞 좌석에 7,8명 정도 아줌마들이 앉아 있었다.
나는 13번을 찾아서 앉으니 앞에 탁 트인 것이 참 시원하니 좋았다.
옆에서 시끌시끌 난리들이였다.
"야, 여기 의자가 더 좋다, 우리 여기 앉아서 가자. 돈 더 내라면 좀 더 내지뭐 . . . "
"여긴 만5천원이야 5천원 더 비싼데 . . . 떠들고 있을 때
남자 직원이 들어와 안된다고 다들 일반실로 건너 가라고 했다.
순간 나도 옮겨야 되나? 하고 있는데 남자 직원이 다가와 어디까지 가세요? 하고 묻는다.
"삼척까지 가는데요."
"삼척에 가셔서 다음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삼척에서 하룻밤 묵고 내일 환선굴과 해신당을 둘러 볼거예요.
삼척에 가서 주무시려면 삼척 온천에 가셔서 묵으세요."
"바다 열차 승차권을 가져 가시면 40% 할인이 되요.
역에서 택시를 타면 2천원 정도 나오는데 할인 받으니까
택시를 타고 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하면서 삼척 관광 안내 지도도 갖다 주었다.
삼척에서 가볼 만한 곳들을 안내해주면서 환선굴 입구에 "강원종합 박물관"이 있는데
시간이 되면 함 들러 보라고 하면서 즐거운 여행 되라며 갔다.
그러고 보니 커플실에는 나 혼자 타고 있었고 꼭 내가 대절해서 가는 기분이였고
옆으로 앉아서 가는 기차만 타다가 바다를 마주 보며 가는 기차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주고 작은 배려가 큰 기쁨으로 남는 여행이 되게 했다.
차창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방송으로 흘러나오는 노래와 사연들을 들으며
나도 짧은 글과 신청곡을 적은 엽서를 건내 줬다.
"엄마 생각이 나서 바다에 와서 여행 중인데 어릴 적 엄마가 가르쳐 주신 가곡
사공의 노래를 듣고 싶다고 . . ."
잠시 후 내 사연과 노래가 나왔는데
"두둥실 두리 둥실 배 떠나 간다. 물 맑은 봄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달맞으러 강릉 가는 배 어기야 디여라차 노를 저어라 "
노래를 들으면서 참으로 노랫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강릉 가는 배
내가 강릉 갔다가 강릉에서 탄 배는 아니지만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ㅎㅎㅎ
울 엄니가 이런 날이 있을 걸 예측하시고 국민학교도 안 들어 간 어린 나에게
이 노래를 가르쳐 주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바다 열차를 타고 삼척에 도착하니
삼척역 주변은 다른 역 주변과 달리 생활 편리 시절이 제대로 없어 휭하기까지 하다.
<삼척항과 삼척 온천>
삼척도 여러번 와 봤던 곳이지만 포구 쪽에는 특히나 변화가 적은 곳으로
기억을 더듬어 삼척항으로 걸어갔다.
택시를 타면 가까운 거리지만 걷기에는 조금 먼 거리다.
6시 20분 쯤 삼척에 도착해서 시간적으로 달리 갈만한 곳이 없어
삼척항에 들렸다가 삼척 온천으로 가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삼척항 가는 길을 둘러보면서 포구에 도착하니 어둑어둑해지고
작은 횟집들도 드문드문 문을 닫고 있었다.
빡빡한 일정으로 아침과 점심도 떡과 우유로 때웠기 때문에
포구 횟집에서 우럭과 도다리 회를 떠서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 들어가니 뱃사람들로 보이는 아저씨들 6,7 명이 한참 열변들을 토하며
있어서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늦어져 다른 식당으로 옮기기도 그래서 그냥 떠 온 회와 매운탕 꺼리를
건내주고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
오랜만에 분위기 잡고 회에 술 한잔 하자하고 오미자 술을 시켰는데
홀에서는 조용해 질 줄 모르고 점점 더 언성들이 높아지고
나중에는 욕설과 주먹질이 오가는지 우당탕탕 거리기 까지 했다.
에이 ~ 이 무슨 무슨 분위기 깨는 짓이여? 정신 사나워 미치겠네.하고 있는데
그때 주인 아줌마와 서빙 보는 아줌마가 들어왔다.
"뭡니까? 오랜만에 분위기 잡고 술 한잔 하려니까 밖에서 저리들 난리를 피우니
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술이 코로 들어가는지 분위기 다 망쳐 버리네." 했다.
그랬더니 주인 아줌마 웃으며 하는 말
"이건 각본에도 없는 일이니 더 즐거운 여행이 되고 기억에 남지 않겠소?" 한다.
"아이고 ~ 이렇게 좋지 않은 기억은 하고 싶지도 않네요.
거금 들여 비싼 술 먹는데 분위기도 못잡게 하고는 . . ."
"사람 사는게 다 그렇지, 좋게 생각해요. 내 술 한 잔 따라 드리리다." 한다.
그래, 이 사람들도 내 여행 속의 한 부분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회와 매운탕에 비싼 오미자 술을 먹고 삼척 온천으로 갔다.
생각보다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닌 것 같아서 슬슬 걸어가겠다고 하니
서빙 보던 아줌마가 길이 좀 외지니까 택시 타고 가라고 한다.
그 아줌마는 나와 갑장인데 내 손이 예쁘다면 자꾸 손으로 눈이 간다고
손 한번 잡아보자며 내 손을 덥썩 잡는다.
앞으로도 장사 잘 되고 건강하라는 인사를 하고 나와서 택시를 타고 삼척 온천으로 갔다.
삼척 온천에 도착하니 규모가 좀 커서인지 관광 버스까지 와 있었고
하루종일 바삐 돌아 다녀서인지 피곤하여 무거운 몸을 이끌고 탕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에 푸욱 담그고 있으니 여독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다.
개운하게 씻고 찜질방으로 가자마자 PC 방에서 바람 속으로 들어갔다.
낮에 급히 올려 놓은 글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답글을 올려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좀 더 바람 속에 있으려니 졸음이 쏟아져 한숨 자고 일어나
메인창에 글 바꿔주고 다음 날 신기에 있는 환선굴을 가기 위해 6시 알람을 맞춰 놓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2008년 5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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