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신기한 박물관과 환선굴 이야기 ⑤

智美 아줌마 2008. 5. 18. 23:35

<강원 종합 박물관>

6시에 알람을 맞춰고 잔 것이 그만 알람을 끄고 다시 잠이 들어버려
7시가 다 되어 일어나게 되었다.
신기에 있는 환선굴을 가야되는데 늦잠 자고 말았으니 급히 서둘러 샤워만하고
부지런히 챙겨 삼척 터미널에 도착했어도 8시 30분이 되고말았다.

그런데 이런 낭패가 있나 . . .
8시 20분 환선굴 행 버스가 좀 전에 출발하고 말았던 것이다.
8시 20분 차를 타야 9시에 개관을 하는 환선굴을 들러보고 다시 해신당으로 가야되는데
늦잠을 자버려 자칫하면 일정이 꼬이게 생겼다.

삼척 터미널 안내 직원은 다음 10시 20분 차를 타고 가라고 하였지만
해신당은 환선굴 반대 편에 있기 때문 다시 삼척까지 나가서 해신당으로 가야 되기에
시간 계산을 해보았다.

10시 20분 차가 신기에 도착되는 시간이 10시 45분이라니까
1시간 50분 가량 시간이 비게 된다.
바다 열차 남자 직원이 안내해준 신기에 있는 강원 종합 박물관을 들렸다가
10시 45분 신기를 지나가는 환선굴행 버스를 이어 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기까지 차표를 끊고 강원 종합 박물관으로 갔다.
입장료가 9천, 생각보다 입장료가 너무 비싼 것 같아
들어가서 볼거리가 없으면 환불 해달라고 으름장(?)을 놓고 들어 갔는데
강원 종합 박물관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고 볼거리도 참 많았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둘러보는데 어느새 시간이 10시 30분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강원 종합 박물관은 대순진리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혼자 관람하러 가지 말라고 삼척 나갈때 탔던 버스 기사 아저씨가 말해 주었고
환선굴 매표소 직원도 그 사람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 보았다.

관람객들에게 포교(?)를 펼치는데 그 정도가 좀 심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다음에 갈 기회가 있으신 분들은 참고 하셨으면 좋겠다.

<환선굴>

10시 30분이 넘어 허겁지겁 신기 버스 정류장으로 뛰었다.
뛰는 중에 노란 버스 한 대가 지나가는데 시간을 보니 10시 35분 . . .
아직 늦지는 않았는데 불안한 마음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렸다.

그런데 45분이 되어도 버스는 오지 않았고 오늘 일정대로 못 움직이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관광 버스 한 대가 환선굴 방향으로 우측 깜박이를 켜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차를 얻어 탈 생각으로 얼른 차도로 들어가 손을 들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차를 세워 주시는 것이 아닌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둘러보니 구리에서 오셨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대금굴을 가시기 위해 오셨다고 하셨다.

대금굴은 환선굴 부근에 있는 굴이지만 인터넷 예매를 해야만 관람 가능하고
하루 관람 인원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아쉽지만 환선굴을 가는 것이였는데
뜻 밖에 대금굴을 가신다고 하니 순간 나도 같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이드한테 나도 같이 껴서 가면 안되겠냐고 물어보니 기사 아저씨한테 물어 보란다.
기사님이 안가시겠다고 하면 대신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기사님도 안가보셨다고 하셔서 아쉽게도 계획대로 환선굴로 가야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데 호적상 처녀 가이드가 차를 태워 줬으니 노래 한 곡 하란다.
아, 이 무슨 . . . 가요 무식이 한테 노래를 부르라니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 어르신네들께 답례를 해야되는데도 불구하고 생각나는 노래가 없으니 어쩌겠는가
기껏 생각나는 노래가 잃어버린 우산이였다.
이거 분위기 확 깨버리는 노랜데 달리 떠오는 노래가 없으니 그냥 불렀다.

그런데 그나마도 2소절 부르고나니 가사를 알아야 그런 노래라도 마저 부르지 참내 . . .
그랬더니 가이드 맛있는 것 사드리란다. 아이고 어쩐다냐 . . .
삼척 터미널에서 돈을 찾아서 들어왔어야 되는데 은행 CD기도 없고 차 시간 맞추느라
그냥 들어왔기 때문에 수중에 단돈 만2천원 밖에 안남았었다.

내심 밥도 못사먹겠다고 생각하였는데 이 무슨 말씀을 . . . 나는 웃으면서
"돈이 떨어져 점심도 못사먹고 다니게 생겼어요. 환선굴에 가서 은행CD가 있으면
돈 찾아서 박카스라도 사드릴게요." 했다.

그 말에 가이드는 " 이렇게 힘들게 여행하는 사람도 다 있네, 보태주게 생겼다." 하고 웃는다.
그런데 옆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그 말을 들으시고 당신 간식으로 받아 둔
떡과 음료수를 주시는 것이 아닌가.

"아, 아니예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드세요."
"점심도 못사먹는다며 이걸로 요기해요.." 하시며 건내 주셨다.
하는 수 없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받았는데 이 무슨 경우인가.

그렇게 환선굴에 도착하니 관광 버스 아저씨가 나갈 때 태워 준다며 명함을 건내 주었다.
생각지도 않게 벌어진 상황과 작은 배려들,  이런 것들이 여행의 참 즐거움들이 아닐런지.
감사한 마음을 안고 환선굴 입장을 하려고 매표소에 가니 입장료가 4천원 이란다.

만 원짜리 달랑 한 장인데 이걸 깨서 쓰고나면 마음이 더 불안할 것 같았다.
삼척 터미널까지 나가야 되고 그곳에도 은행 CD기는 없어서 하는 수없이 창구에다 대고
"아저씨 카드 결제돼요?" 기대하지 않고 말을 건낸는데
"네, 카드됩니다." 하는 것이였다. 이 무슨 반가운 소리인가

아이고 ~ 4천원 카드 끊고 입장권을 샀다. 거지가 되었다. ㅎㅎㅎ
게다가 핸드폰 베터리 충전 부탁까지 하고는 환선굴로 향했다.
환선굴을 가려면 보통 걸음으로 40분 정도 산으로 올라가야되는데
잘 닦여진 길이지만 이 무거운 몸으로 산을 오르자니 정말 힘이 들었다.

뭔 동굴이 이렇게 높이 있는거야. 다른 동굴들은 바로 들어갈 수 있는데
궁시렁거리며 헉헉거리면서 올라 갔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 간 환선굴.

다른 동굴과는 달리 석회암 동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유석, 석순들은 거의 없었는데
학술적으로는 규모가 워낙 크고 동굴 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매우 중요한 동굴이라고 했다.

힘들게 올라 간 환선굴, 혼자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사진을 찍으려니까
가끔 무서워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설레는 마음에 열심히 찍었다.
그런데 환선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하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야 ~ 땡잡았네. 그 귀한 곳을 사진 촬영해 왔으니, 으 ㅎㅎㅎ
2시간여 동안 동굴을 둘러보고 매표소로 내려오니 3시쯤 되었다.
매표소에서 베터리를 찾고 매표소 직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를 기다리는데
아줌마 혼자 여행 온 것을 신기(?)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4천원 입장권을 카드를 긁었으니 더 기억이 남으리라.
3시 30분이 되니 삼척 터미널행 버스가 들어 와 인사를 건내고 버스에 올랐다.
이 버스도 나혼자 타고 나가게 되어 전용 버스가 되었다.

기사 아저씨와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 중에 "준경묘" 앞을 지나게 되었다.
"아저씨 손님도 없는데 우리 저기 "준경묘" 들렸다가 갑시다."하니
"네? 안돼요. 삼척 터미널로 들어 가야돼요." 깜짝 놀라며 하시는 말
"아이고~ 순진한 아저씨, 농담하는 말에 뭘 그리 놀라고 그래요?" 하고는 같이 웃었다.
혼자하는 여행은 이런 재미가 있어서 좋다.

2008년 5월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