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봉평 메밀꽃 필 무렵 ③

智美 아줌마 2008. 5. 16. 23:39

<메밀꽃 필무렵>

정동진 앞 산 정자에서 내려와 버스 승강장 대기소에서
어제 친구네 문상 가서 얻어 온 떡과 전, 집에서 가져 간 우유로 아침을 때우고 나니
강릉행 버스가 6시50분 시간을 딱 맞춰서 왔다.

구 도로로 가는 버스였지만
강릉까지 30분 정도 소요가 되어 7시 20분에 강릉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우선 매표소에 가서 대관령 삼양 목장을 가기 위해 횡계가는 버스표를 샀다.
마침 7시 25분에 가는 횡계행 버스가 있어서 시간 낭비 하지 않고 가게 되었다.

횡계까지는 30분 정도 걸려 7시 55분에 도착하였는데
삼양 목장을 가려면 인터넷 검색 결과 택시를 이용하거나
11시에 터미널 오른쪽 농협 앞에서 삼양 목장 셔틀 버스를 타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시간적으로 셔틀 버스를 타기에는 3시간의 시간이 남게 되어
봉평 메밀꽃 필무렵의 이효석 생가를 가보기로 하였다.
횡계에서는 봉평 들어가는 차가 없어서 장평에 가서 봉평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그래서 바로 장평행 버스표를 샀는데 다행이 여기서도 찻 시간이 맞아
시간 낭비 없이 8시에 장평행 타고 들어갔다.
그런데 장평에서 봉평까지는 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배차가 되어
시내 버스를 이용을 하게 되면 자칫 여행 일정에 큰 착오가 생길 것 같았고
갔다 오려면 시간이 빠듯할 것도 같아 택시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이효석 생가 까지 택시비 7천원을 달라고 한다.
흔쾌히 "갑시다" 하고 차에 올랐다.
택시 기사님 왈 지금 봉평에 가면 메밀꽃이 하나도 없어서 볼거 없는데요.
차라리 허브 나라로 가는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허브 나라도 검색을 해봤던 곳이여서 좀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여행 계획에는 참고로만 해두었던 곳이다.

"아저씨 허브 나라까지는 택시비 얼마 받나요?"
"만 2천을 받아요."
두군데 같이 들리려면 만7천 주세요." 한다.
"아저씨 싸게 해서 만5천원 합시다." 했더니
"그러면 안되는데 . . ." 하지만 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럼 허브 나라에서 횡계로 나올 때 만2천과
그럼 이효석 생가를 들려서 허브 나라까지 가는 걸로 하고 왕복 3만원 드릴테니
중간에 사진 촬영 좀 하게 잠깐 시간 좀 주세요." 했다.

그렇게 흥정(?)을 해서 봉평으로 들어 갔다.
봉평의 거리는 이효석이 태어난 마을이여서인지
곳곳에 이효석을 기리는 듯한 초가와 토담집들 장승 등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효석 생가 가는 도중에 이효석 동상이 있는 공원에 들려 사진 몇 컷을 찍고
기사 아저씨한테 나도 한 컷 찍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리고 이효석 생가에 가니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비가 있었고
기사 아저씨 말대로 메밀꽃은 전혀 없어 조금은 썰렁하여 아쉽기는 하였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허브 나라로 갔다.


<허브 나라>

허브 나라에 도착하자 택시 기사님은 명함을 주고는 나올 때 전화 하라며
장평으로 되돌아 갔다.
개울 위 다리를 건너서 허브 나라로 들어 갔다.
아직 꽃들이 가득 가득 많이 없었지만 한창 꽃단장을 하고 있었고
입구에서 부터 아기자기한 장식물들이 눈에 띄었다.

바람 속의 님들에게 보여 드릴 생각으로 마음에 드는 곳 마다 사진을 찍었고
나도 다른 관람객들에게 부탁해 몇 컷 찍었다.
예쁘고 향기로운 꽃들을 구경하고 허브 나라 안쪽으로 가면 작은 갤러리가 하나 있는데
허브 나라와 상관없는 곳으로 주인이 다르다고 한다.

잠깐 들려 구경하고 나오려고 갤러리에 들어가니
"만수"라는 강쥐가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면 짓는다.
어이구 ~ 내가 개엄마라는 걸 아나보구나." 하며 쓰다듬어 주니 좋다고 아예 달라 붙는다.

갤러리 안에는 아로마 향이 가득하니 참 좋았는데 판매도 하였다.
갤러리 쥔장은 서울에서 살다가 내려 온지 4, 5년 되었다고 하는데
미술과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 같았다.

생각지도 않은 만남에서 예술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오랜만에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쥔장은 판매하는 허브 차를 내 주고는
식사를 안한 것 같다면서 근처 휘닉스 파크에서 사왔다는 빵도 함께 주셨다.

뜻하지 않게 대접을 받고 덕분에 맛있는 빵과 허브 차를 얻어 먹었다.
그러나 여행 일정에 맞게 움직여야 되기에 좀 더 머물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택시 기사님에게 전화를 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니
다음에 이쪽으로 오게 되면 연락하라며 명함을 챙겨 주셨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꽃밭을 가로 질러 걸어 나가면서
허브 나라의 꽃 이야기도 다음을 기약하였다.

<대관령 양떼 목장>

다시 장평으로 나가면서 택시 안에서 횡계 삼양 대관령 목장에다 전화를 했다.
셔틀 버스가 몇 시에 나오냐고 확인 하려고 했는데
아, 이 무슨 황당한 소린가?
요즘에는 셔틀 버스 운행을 안한단다.
미쳐 . . .

그러면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되는데 계산에 없던 택시비가 또 더 들게 생겼다.
장평에서 다시 횡계행 버스를 탔다.
횡계에서 삼양 목장을 가기 위해 택시 대기소로 가서

"아저씨 삼양 목장까지 가려면 얼마 받나요?"
"만2천원 받아요. 그런데 왜 삼양 목장을 가세요? 양떼 목장을 가시지 않구요?"
" 내가 알아 봤을 때는 7천원 받는다는데 왜 아저씨는 비싸게 받아요?
"양떼 목장은 7천원이고
삼양 목장은 길도 더 멀고 비포장 도로여서 만2천 받아도 잘 안가요." 한다.

양떼 목장에 대해서도 검색을 해봤지만 내 계획은
넓은 초원에서 돌아가는 풍력기가 너무 멋있어서 삼양 목장을 가고자 했던 것이다.
"아저씨 양떼 목장하고 삼양 목장하고 구경하기에는 어떤가요?

"제가 보기에는 둘 다 비슷해요. 그런데 삼양 목장은 양떼 목장의 5배가 되어서
목장 내에서 셔틀 버스로 이동하면서 구경을 하고
걸어서 다 둘러보려면 힘들어서 다 못봐요."

" 그럼 양떼 목장으로 갑시다" 하고는 양떼 목장으로 갔다.
삼양 목장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보면 되니까 . . .

그리고 삼양 목장 사이트에는 셔틀 버스가 운행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그곳 주민도 택시 기사도 예전에도 지금도 운행이 된 적이 없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그리 올려져 있겠지만 목장 내에서만 운행이 되는 것으로
사실과 다른 것 같으니까 갈 계획이 있는 분들은 참고 하셔야 겠다.

양떼 목장에 도착을 하니 사진으로만 보던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는데
정말 한 폭의 평화로운 그림과 같았다.
천천히 사진을 찍으면서 둘러 보면서 초원의 평화로움도 만끽하고
양 먹이 주는 체험장으로 갔다.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건초를 주면서 신이나서 난리들이다.
나도 한 바구니를 받아서 양에게 줘 봤다.
녀석들 잘도 먹었다.

아니, 한 녀석은 먹고 있는 녀석을 밀쳐 내고는 주는 족족히 다 받아 먹는 것이였다.
이 양을 보면서 집에 있는 심탱이(요키 강쥐)가 생각이 났다.
한웅큼 더 얻어 다른 녀석들에게도 줬다.

그런데 이렇게 관람객들이 주는 걸 다 받아 먹으면 과식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어 관계자한테 물어 보았다.
양들도 소와 같이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 동물이여서 괜찮다고 . . .
그리고 배부르면 안먹고 한쪽에 앉아서 쉰다고 한다.

그래서 둘러 보니 정말 여유부리며 앉아 있는 녀석들도 꽤 있었는데
그렇게 관찰을 하는 중에 양들의 다리 사이로 보이는 보따리(?)가 자꾸 눈에 띄었다.
또 관계자에게 물어 보았다.

"재네들 찌찌 안 짜주나요? 무겁겠어요." 하니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으면서
"찌찌가 아니고 고환이예요. 쟤네들 다 남자 거든요." ㅎㅎㅎ
"네? 이런 ~ 뭔 고환 보따리가 저렇게 커요?"
" 그래서 생산(?)을 잘하는 거예요." ㅎㅎㅎ
미쳐부러 . . . 참내 . . . 나도 같이 웃었다. ㅎㅎㅎ

나오면서 양들을 쓰다듬어 보았는데 촉감이 참 이상했다.
털실 뭉치 만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 아뭏든 참 묘했다.
그렇게 초원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고 횡계로 나와 강릉행 버스를 탔다.

2008년 5월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