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갔는데 아직도 착각을 하다니 . . .
오늘은 낮 부터 이 일 저 일 보러 다니다 밤이 되어 집에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의정부에서 일을 보고 버스를 갈아 타려고 버스 정류장에 서있다가
무심코 돌아보니 길바닥에 야채를 펼쳐 놓고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시간이 밤 9시가 넘었는데도 바닥 가득 야채가 있는 것 같았다.
가끔 버스를 타려고 그곳에 가면 저녁 시간에 거의 다 팔고 들어 가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야채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발길이 그리로 향했다.
"아줌마, 왜 이렇게 많이 못팔았어요?" 하니
"오늘 의정부 시청에서 두번이나 단속이 나와 장사를 제대로 못해서 그래요." 한다.
한쪽에 가지런히 까놓은 쪽파가 있길래 한 무더기 달라하고 얼마냐고 물으니
깐 노임도 안되게 천원이란다.
까지않은 쪽파가 천원이라고해도 싸다고 생각될텐데 곱게 까놓은 쪽파 값이
너무 싸다는 생각이 들어 쪽파만 사려니까 마음이 걸려 발길이 돌아서지를 않았다.
"아줌마, 홍고추는 얼마예요? 꽈리고추랑 한 바구니씩 주세요."
4천원을 더 주고는 돌아서 몇 걸음 걷다 다시 가서 상추 한무더기를 더 사고는
그 자리를 뜨고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산 야채를 어떻게할 것인가 하고는 머리 속으로 생각 생각을 하면서
쪽파는 씻어 썰어 냉동실에 넣어 두고 쓰면되고 . . .
상추는 애들하고 쌈 싸먹고, 많으니까 내일 디아나 만날 때 덜어 갖다줄까?
홍고추도 냉동실에 넣어 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면되고 . . .
꽈리고추는 멸치 넣고 볶을까? 여행 중 태백 통리역 식당에서 먹은 것 같이
밀가루 묻혀 쪄서 양념장에 버무려 먹을까?
어떻게 해야 맛있게 해먹을 수 있을까?
꽈리고추는 거의 멸치 넣고 볶아 먹었기에 쪄서는 잘 안해먹었는데
어떻게 해야 맛있게 하냐고 엄마한테 물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내가 왜 이러지? 어머? 내가 미쳤나봐.
어떻게 엄마한테 물어 본다는 생각을 하는거야?
돌아가신지 1년이 되었는데 어떻게 아직도 착각을 해?
내가 정신이 나갔나봐, 바보같이 . . . 눈물이 핑 돌았다.
매일 휴대폰 액정 창에 있는 엄마 사진을 봐서인가?
그래서 순간 착각을 한 것인가? 바보같이 . . .
그렇다.이젠 나한테는 엄마가 없다. 아빠도 없다. 아무도 없다.
며칠 있으면 우리 엄니가 우리 아베 만나러 가신지 1년이 됩니다.
아직 부모님이 살아 계시면 외롭지 않게 해드리세요.
2008년 6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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