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행복이라는 것이 . . .

智美 아줌마 2007. 6. 10. 23:57

친정 아베 제사를 얼마만에 참석하는 것인가?
4, 5년. . . 팔자가 바뀌고 부터 친정 나들이를 하지 않고 지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이보다 더 못할 짓이 어디 있겠으며
고집 세워 지켜야할 자존심이 뭐 그리 대단하겠는가
친정에 가는 동안 내내 이런저런 생각에 다 부질 없던 시간들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먼저 도착한 친정, 오라버니가 반겨 주셨다.
좀 있으니까 언니가 오고 30 여분 지나 동생이 엄니를 업고 들어왔다.
동생한테 업혀서 오는 엄니를 보고 놀라 오라버니 내외는
"어머니 어떻게 업혀서 오세요." 하신다.

언니 집에서 한달 동안 언니가 정성껏 잘 보살펴드렸지만 병이 점점 더 깊어짐을
생각지 못하고 놀라 하시는 것이였다.
그나마 언니가 드실 것을 잘 챙겨드렸으니 기력이 더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두런두런 거리고 있는데 막내 작은 엄마가 오셨다.

작은 엄마도 엄니를 3개월만에 보시는데 너무 상해 있는 모습을 보시고는
"우리 형님 불쌍해서 어떻해요, 우리 형님 불쌍해서 어떻해요." 하시며
엄니 얼굴을 쓰다듬으시며 엉엉 우신다.
재작년, 작은 아빠를 우리 아베 계신 곳으로 보내시고 마음이 많이 상해 계신데
엄니를 또 보내야하는 마음에 더 서럽게 우시는 것 같았다.

제사 모실 준비를 두 올케와 함께 하고 있는 동안 큰 작은 아빠와 작은 엄마가 오셨다.
언니와 나를 보시고는 "이녀석들아, 이게 얼마 만인가?" 하시며
" 이렇게 보고 살아야지 부모 자식이 어찌 안보고 살 수 있겠는가? 하신다.
몇 년 사이 참으로 많이 늙으셨다.

우리 아베 형제는 3남 2녀인데 3형제 중 두분을 앞서 보내시고
큰 작은 아빠 홀로 살아 계시기에 더 마음이 짠 하였다.
모처럼 집안 분위기가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예전에는 친정에서 모이면 작은 아빠들과 작은 엄마들 . . . 우리들이 함께 어울려
고스톱도 치고 딴 돈으로 포장 마차에 가서 우동을 사먹으며 아파트가 들썩이도록
즐거워 하기도 하고 작은 아빠, 작은 엄마들과 아이들(손주) 우리 형제들(조카)과
다함께 거실에 둘러 앉아 수건 돌리기 놀이에 노래 자랑까지 하며 줄거워 하였었다.

그렇게 행복한 가족들이였는데 몇 년을 우리 때문에 마음 상해 하셨던 것이다.
아베 제사를 지내고 둘러 앉아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 꽃을 피었다.
정말 오랜만에 만끽하는 행복함으로
즐거워 웃는 웃음 소리에 아파트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작은 아빠와 작은 엄마들, 우리 형제들 . . .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플 정도라고 . . .ㅎㅎㅎ

그렇게 즐겁게 함께 하고는 큰 작은 엄마가 갑상선 치료 약을 복용하시는데
깜박 잊고 약을 안가지고 오셔서 집에 가셔야 한다고 작은 아빠를 재촉하시니
"이렇게 좋은 시간에 가자고 하냐며 더 있다가 가자, 약을 왜 잊고 와서 가자한다"고
핀잔을 주시며 실랑이를 하시다가 더 버티지(?) 못하시고 아쉬워 하시며 돌아 가셨다.
이렇게 행복한 집안인데 울엄니를 보내야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작은 아빠"
내 나이 오십을 넘어 서면서도 아직까지 나는 "작은 아빠" 라고 부른다.
너무 어린 나이에 친정 아베를 잃고 그 그리움을 작은 아빠들에게서 찾곤 하였다.
크면서 부를 수 없었던 "아빠"를 늘 작은 아빠를 통해서 불렀고
어린 조카 딸의 마음을 아시는지 작은 아빠들도 그렇게 받아 주셨다.

이제 한 분만 남으신 우리 작은 아빠, 나는 어느새 하얗게 된 머릿카락을 만지며
"작은 아빠, 건강하게 오래 살으셔야 돼, 아프지 말고 알았지?
우리 아베, 막내 작은 아빠 몫까지 오래오래 살으셔야 돼,
우리 집안은 팔십을 넘겨 장수하시는 분들이 없잖아,

그러니 작은 아빠는 진짜 오래 살아야 돼, 알았지? " 하니 내 손을 잡으시며
" 그래, 걱정하지마라,
100살 까지도 더 살게, 너희들 걱정 안하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게." 하셨다.

행복이라는 것, 이렇게 부모, 자식들이 함께 어우러져
때로는 부대끼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껏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작은 것에서 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2007년 6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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