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군중 속의 고독

智美 아줌마 2007. 5. 6. 00:01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군중 속의 고독' 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남달리 사람들을 좋아하고 정이 많은 나는 늘 외로움을 타고
사람들을 그리워 하며 컸다.
그것은 아마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그리움이 잠재되어 있지는 않았을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나는 엄마 젖 떨어지고 걸음마를 하면서 부터 서울에서 사업을 하시는
할머니를 따라 자주 서울에 올라오곤 하였다.
할머니께서 유독 나를 예뻐하신지라 가끔 대구에 내려오시면
자주 나를 서울로 데리고 가셨다.

새로운 세계, 풍족한 물질, 할머니와 대학생 삼촌과 백화점 쇼핑을 하면서 사주시는
예쁜 옷과 장난감은 어린 마음에 신기하고 마냥 좋았으리라.
하지만 내면에는 나자신도 모르게 엄마와 아빠 그리고 형제들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 갔으리라 생각이 된다.

그러다 아빠의 서울 발령으로 6살 되는 정월에 완전히 서울로 올라 오게 되었지만
대구 집 문제가 더디 정리가 되어 엄마와 또 몇 달을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그래서인가 어린 시절 내 기억에는 늘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 자란 것 같았다.

가끔 집에 손님이 오게 되면 언제나 몇 밤 자고 갈 것인가를 묻고
한 밤만 더 자고 가기를 원했었다.
성장하면서도 내가 사람들을 좋아해서인지 내 주변에는 친구들이 참 많았다.

선배나 후배, 동료들에게도 특별히 미움을 사거나 시기심을 사지도 않았고
나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들 하였다.
하지만 난 자주 외롭다는 생각을 하였고 때론 그 외로움을 즐기기도 하였다.

그래서 혼자있기를 좋아하고 혼자 돌아 다니고 혼자인 것을 쓸쓸해 하면서도
언제나 밝은 얼굴로 생활을 하였다.
그렇게 때때로 고독을 즐기면서 . . .
그런데 오늘 외롭다.

어제 올라온 애들 아빠는 눈 한번 맞추지도 않은 채 아침 일찍 나가서 내려가고
짱구는 독서실 간다고 나가고 딸을 온 종일 컴 앞에서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
먹을 것 주기만 기다리며 내 눈치를 보는 강쥐들은 나를 보고 꼬리만 흔든다.

왜일까 시간이 흐르고 어둠이 깔리면서 자꾸 더 쓸쓸해진다.
그 어떤 친구라도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좋아하지 않는 술이라도 한 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금, 아무도, 그 누구도 없다.
그냥 누가되었던 전화라도 해볼까 하니 밤이 깊은 곳까지 와있다.
너무 깊은 곳에 까지 와있다.



어느 날 책갈피 속에서 나온 작은 쪽지에 써 있던 글인데
제가 중3 때 쓴 글이라고 되어 있었네요.

2007년 5월6일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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