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늘 즐겁기만 하겠는가?

智美 아줌마 2007. 4. 30. 17:10

어제는 인사동에서 모임이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나가지 않으려고 하다가 오랜만에 참석하게 되었다.
푸짐한 식사와 간단하게 술 한잔들 하고 청계천 개울로 갔다.
개울물 소리나는 달밤에 도시 조명등 아래서 나누는 이야기는
별 얘기들은 아니였지만 오랜만에 참으로 많이 웃고 즐거웠다.

일행들은 노래방에 가서 아쉬운 시간을 좀 더 나누다 가겠다고 하였지만
난 버스를 타고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짱구 시험 기간이여서. . .
집에 돌아와서 바람 속에 들어와 보고 피곤이 밀려와 소파에 그냥 누웠다.
매화수 몇 잔 먹어서인지 어지럽고 피곤이 밀려왔다.

요즘엔 늙(?)었는지 외출하고오면 피곤하여 일찍 자게 된다. ㅎㅎㅎ
짱구는 공부 좀 더 하고 오겠다고 새벽 3시쯤에 오겠다기에
버스 끊기기 전에 오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 녀석 동덕여대(월곡역)에서 집에까지 걸어 오면된다고한다.
세상에 거기서 집에까지 거리가 어딘데 걸어 오겠다고 하니말이다.
그래서 콜택시 보내 줄테니까 그럼 편하게 공부하고 오라고 했더니
필요 없다며 고집을 부린다.

며칠 전 짱구와 다투고 말을 하지 않고 지내는 중인데
귀가 문제로 다시 얘기하게 되었다.
가끔 이 엄마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시기적으로 예민할 때다 생각하고 이해하려 하지만 그래도 속상하다.

그런데 이녀석 또 고집을 부리기에 그럼 조금 덜 하고 버스 타고 오라고 하고
모임에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짱구한테 전화를 했다.
2시에 의정부 들어가는 막차를 타고 오라고 했다.
미아리까지 택시 타고 와서 그 버스를 타면 될 것 같아 그리 하라고 하였다.

제깐에도 귀가가 신경이 쓰였는지 그리 하겠다하고 나중에
일러준대로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온 것을 보고 좀 더 공부하려다가 잠이 부족하면
아니한만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런데 아침에 기어이 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짱구 시험인데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던 것이다.
전 날 외출을 한 피곤함에서인지 알람을 끄고 도로 잠이 들었나보다.
짱구 녀석도 피곤하였는지 같이 늦잠을 잔 것이였다.

"엄마, 나 늦잠잤어"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보니
시계가 7시 25분이 넘고 있었다.
늦어도 6시 50분 전에는 나가는데 학교 도착하는 시간이돼서 일어났으니
짱구도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침마다 머리를 꼭 감고가는 짱구인데 내가 머리도 감지말고
빨리 서둘러서 대충하고 가라하고 학교에 보내고나니 7시 40분이였다.
한숨 돌리고 한 30분이 지났을까 핸드폰으로 낯선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하니까 "지현이 어머니세요?" 한다.
"네, 선생님이세요?" "'네 담임입니다. 저, 그런데 지현이가 학교에 오지 않아서 . . ."
걱정이 되셨는지 조심스럽게 말씀을 하신다.
"죄송해요. 선생님, 늦잠을 자서 그만 . . ."
그제서야 선생님께서는 마음이 놓이시는지
몇시쯤 출발하였는가는 물으시고 끊으셨다.

시험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짱구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짱구 많이 늦지는 않았니? 첫 시간 시험은 조금이라도 봤니?
담임 선생님께서 걱정되셔서 전화하셨더라 " 하고 . . .
잠시 후 "응, 엄마 1교시 시험 시간 5분 늦게 들어가서 그런대로 잘봤어"
다행이였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것 같았다.

버스 정거장에서 내려서 빠른 걸음으로 가도 학교까지
10분이상 걸리는데 게다가 학교가 산꼭대기(?)에 있어서
걸어서 올라가기도 참 힘든 등교길이다.

밤에 짱구가 돌아와 얘기를 하니 버스에서 내리니까 마침 택시가 서있길래
택시 타고 학교까지 올라가서 많이 늦지 않게 된 것이라고 . . .
그래도 저 살길은 저나름대로 찾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 4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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