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연이란게 꼭 만나지고 이루어지는 만남이 있나봅니다.
지난 울엄니 생신으로 형제들이 다 모였을 때
그날 새벽에 형부가 병원 응급실로 가서 갑자기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그 며칠 전 입원을 하여 수술하자는 것을
울엄니 생신으로 모이는 날 지나고 입원을 하겠다고 버티다가
끝내 참석도 못하고 입원을 하게 되었지요.
목디스크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 주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라
어제 광주 동생과 병문안을 갔답니다.
아직은 불편하고 아파하지만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언니의 표정이 밝아 있었어요.
동생과 저에게 요즘 주꾸미가 제철이니 주꾸미집에서 저녁 먹고 가라고 하길래
맛나게 주꾸미에 볶음밥까지 배부르게 먹고 있는데
언니 딸 수진이가 결혼할 남,친과 함께 식당으로 왔답니다.
동생하고 엄니는 먼저 봤지만 저는 어제 처음 보게 되었어요.
야무지게 생기기도하고 착한 성품을 지난 젊은이 같았어요.
언니한테 가끔 얘기는 들었지만 들은 것과 같이 성품이 고와보여서 좋았답니다.
언니한테는 수진이와 남동생 수환이 이렇게 남매가 있지요.
그런데 수환이는 아기 때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아서인지
자페아로 정신지체 장애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돌 전쯤 막 말을 배우려고 엄마, 맘마, 어부바 . . . 를 하고 모유를 먹이고 있었는데
언니가 자궁을 들어내는 큰 수술을 하게 되어
20일간 친정에서 수환이를 보게 되었는데 친정에 온 후로
아기가 먹지도 않고 계속 울기만 일주일 이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때부터 수환이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어요.
간단한 단어지만 엄마, 맘마, 어부바 . . .
곧잘 하던 말도 하지 않고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리더라구요.
그래도 나중에 크면서 하겠지 했는데 초등학교 들어가서 까지 입을 떼지 않았어요.
언니네와 친정 식구들에게 큰 걱정거리였어요.
그런데 언니와 형부보다 수진이에게 동생이 온전하지 못한 것이
더 큰 부담이고 걱정이였나봅니다.
성장하면서 수진이 친구들이 남,친도 소개 시켜주고 미팅도 주선을 해줬지만
늘 수진이가 만남을 거부해 왔다고 합니다.
언니는 도대체 왜 남, 친을 안사귀냐고, 맘에 안들어도 몇 번 만나나 봐라,고
그럴 때마다 설득을 하였지만 마음에 안들어, 그리고 나 결혼 안할거야. 하며
언니의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S 기업에 근무하다가 H 기업으로 이직을 하였는데
이직한 직장에서 지금의 남, 친을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파견 근무를 하고 있던 남친이 수진이가 마음에 들어 몇 번을 사귀기를 원했지만
그때 마다 거절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몇 번의 구애 끝에 수진이가
" 전 결혼을 안할거예요. 그러기 때문에 거절하는 거예요. 하더랍니다.
결혼을 안하겠다는 이유가 뭐냐고 하니 동생 수환이 얘기를 하더랍니다.
동생이 자페아이기 때문에 정신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내가 동생을 보살펴야 된다고, 엄마, 아빠가 우리들 보다 더 일찍 돌아가시게 되니까
내가 동생을 챙겨야 되기 때문에 결혼을 안하겠다고 하더랍니다.
결혼을 하게되면 남편에게 부담을 줘야되고 또 동생을 못 챙기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 고, 그래서 결혼을 안하겠다고 . . .
이말을 전해 들은 언니와 형부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수진이가 마음 속으로 얼마나 동생 걱정을 하였는지 . . .
그래서 남,친이 생각해보고 다시 얘기하지고 하였고
며칠 지나 남,친이 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시게 되던지 어떤 상황이 주어진다면
동생과 함께 살고 보살피겠다고 약속을 하였답니다.
남,친이 바로 대답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 동생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고 부모님께도 상의를 드렸다고 합니다.
참으로 요즘 젊은 사람답지 않게 훌륭한 젊은 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남, 친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드렸는데
부모님께서도 수진이를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만 있는게 아니였지요.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 남,친이 H 그룹 계열사 사장 아들이라고 합니다.
언니는 그 사실을 알고 반대를 하였지요.
막말로 그런 재벌 집에 시집 보내 무슨 마음 고생을 하며 살라고
그런 집에 보내냐고 펄펄 뛰었지요.
그래서 언니는 남, 친이 허락 받으러 찾아 올 때면 딱 까놓고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 애는 고등학교 밖에 못나왔고 사업 실패로 집이 풍비박산이 나서 아직도
청산해야하는 빗이 있다. 그러니 결혼 혼수도 제대로 해줄 수도 없고
더구나 그런 집에 맞춰서 해줄 능력은 더더구나 없다고 . . .
그러니 더 이상 만나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친은 부모님께 언니네 입장을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쪽 부모님들께서 공부는 수진이가 원하면 결혼해서도 유학까지
보내주겠다고, 혼수에 대한 부담도 전혀 가질 필요 없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언니는 그래도 우리 입장은 그게 아니라고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언니네는 IMF 때 집이 풍비박산이 나서 수진이는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4살부터 피아노를 배워서 음대를 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그런 수진이는 아끼던 피아노까지 남의 손에 넘어가는 아픔을 겪게 되었지요.
언니와 형부의 마음이 오죽했겠어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 . .
그래도 수진이의 처지를 다 알면서도 남,친과 그의 부모님은 수진이를 어여삐보고
좋다고 하니 우리 수진이가 너무 착해서 받은 복인가 봅니다.
그 쪽 부모님께 인사를 다녀 온 후 남, 친 아버님께서 남, 친에게 차를 사주셨다고 합니다.
수진이 힘들게 지하철 타고 다니지 않게 출퇴근 시키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그 때(작년 7월) 부터 매일 새벽 6시에 언니 집 문앞에 와서 기다렸다가
출근 시키고 저녁에 다시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간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쪽 어머니께서는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면 음식을 챙겨서 보내 주시고
이번에 형부가 병원에 있으니 끈기 있는 것 먹는게 좋다고 찰떡을 해서 보냈다고 합니다.
우리네들이 생각할 때는 멀게만 생각되던 재벌가(?)의 사람들이
이렇게 소박한 분들도 계시다는 게 고맙기도 하고 믿어지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남,친을 보니 품성이 부모님들을 닮아서
곧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나보다 생각이 되었습니다.
억지로 맺어 주려고 해도 인연이 아니면 만남을 이루기 힘든 것인데
인연의 끈을 자르려해도 더 단단히 맺어지는 수진이의 만남은 축복인가 봅니다.
2007년 4월4일
'내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늘 즐겁기만 하겠는가? (0) | 2007.04.30 |
---|---|
이루지 못한 사랑의 두번째 이야기 (0) | 2007.04.23 |
회상 (回想) (0) | 2007.03.21 |
나의 컴맹 탈출기 (0) | 2007.03.15 |
의(義 ) 상한 우리 4남매 (0) | 2007.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