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사랑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보고 같은 아트관에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상영해서 화장실 다녀오고 잠시 앉아있으니까 바로 입장하라고 한다. 멕 라이언에게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자신을 알리게 된 작품이 아니었을까. 1981년 데뷔해서 1989년 11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전까지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었던 그녀가 이 작품으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세계 무대에 자신을 확실하게 알리게 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작품도 많지만, 멕 라이언의 대표작을 꼽으라고 하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재상영이 되기 전에 TV 방송으로 봤지만, 이번에 CGV에서 재상영을 한다고 해서 두 작품 모두 챙겨 보게 되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밀당의 시간으로 너무 많은 세월을 허비한 사랑. 12년의 청춘을 다 보냈으니 말이다. 인연은 인연인데 그걸 서로 깨닫지 못하고 빙빙 돌고 돌아 그제야 자신의 짝을 알아보다니, 요즘 사람 중에서도 저렇게 지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대사 중에 섹스에 관한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우리나라 정서와 참 다르고 계속해서 나오니까 듣기 거슬였다. 만날 때마다 섹스 단어가 나와서 좀 그랬지만, 즐기는 쪽으로 내용이 진행되지 않아 그래서 더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가 관객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27년만에 재개봉하는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는 1989년 개봉 당시 현대 도시남녀의 유쾌하고도 현실적인 연애를 담은 영화에 관객과 평단의 찬사가 쏟아졌는데 ‘로맨틱 코미디의 바이블’,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완벽한 영화’(Spectator Archive), ‘가장 현실적인 로맨틱 코미디’(Washington Post), ‘이 영화를 보고 다시 사랑하고 싶어졌다’(Montreal Film Journal)등 극찬이 이어졌다. 뉴욕 포스트의 저널리스트이자 다양한 잡지에 연애를 주제로 한 에세이를 기고한 작가였던 노라 에프론과 할리우드에서 가장 뛰어난 코미디 감독 중 하나로 손꼽힌 로브 라이너는 영화가 완성되기 약 5년 전 처음 만나 수많은 아이디어 회의 끝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토대를 다졌다.
실제 10년 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싱글로 지내던 로브 라이너 감독은 자신의 경험담에서 출발,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남자 ‘해리’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그런가 하면 남녀관계의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절묘한 균형감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노라 에프론은 자신 주변의 친구들을 집요하게 인터뷰하며 날 것 그대로의 대사들을 영화에 차용하기도 했다. 첫만남부터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호흡을 맞췄다는 두사람의 파트너십은 재치 넘치는 배우 빌리 크리스탈, 사랑스러운 여인 멕 라이언을 만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 최고의 명작으로 완성되었다.
샐리의 눈에 해리는 마초에다 속물로, 해리도 샐리가 혼자 도도한 척, 온갖 깔끔한 척, 까다로운 여자로 서로 좋아하지 않는다.
5년 뒤, 그들은 뉴욕 공항에서 만나 같은 비행기 안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까지 통화하는 해리와 샐리. 투닥 거리다 어느새 가까워진 두 사람은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영화를 보며 수다를 떨고, 헤어진 애인에 대한 그리움을 터놓기도 한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점차 가까워지는 그들. 이 장면은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밤새도록 전화기를 붙들고 이야기 하던 90년대의 향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으로 추억을 상기시킨다.
같이 새해를 맞이하는 파티장에서
‘샌드위치 주문에 1시간 걸리는’ 까다로운 취향을 가졌지만 속내는 진실한 사랑을 기다리는 도시여자 ‘샐리’역을 완벽 소화한 멕 라이언은 사실 이 역을 따내기 위해 끈질기게 감독을 설득했다고. 81년 데뷔한 이후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었던 그녀는 ‘샐리’ 그 자체의 모습으로 분해 자신의 끼와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노라 에프론은 그녀를 두고 ‘넘치는 재능의 소유자’라고 극찬했으며 평단의 호평과 더불어 그 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가짜 오르가슴 씬’은 사실 그녀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이었다. 대본에는 원래 없던 그 장면을 멕 라이언이 직접 연기할 수 있다고 나선 것.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이 장면은 여성 관객들에게 해방감을 안기며 대담하고 솔직한 현대 여성을 잘 표현한 장면으로 꼽힌다.
헤어진 남자친구의 결혼 소식에 충격을 받은 샐리가 울며불며 해리에게 도움을 청하다가 결국 둘이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각자 친구를 소개 시켜주지만, 친구 끼리 눈이 맞아 결혼하게 된다.
새해 전야를 쓸쓸히 보내던 해리가 샐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샐리 앞에 불쑥 나타난 해리. 그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사랑을 고백한다. 그녀의 사소한 습관부터 향수 냄새까지 모두 사랑한다는 진심 어린 고백이 이어지고 샐리는 이내 감동에 벅차 눈물 흘린다.
1977년 시카고, 막 대학을 졸업해 뉴욕에 직장을 구한 해리는 친구의 소개로 역시 일과 사랑을 찾아 뉴욕으로 떠나려 하는 샐리의 차를 얻어 타게 된다. 그리고 뉴욕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해리는 남녀 사이에 우정이 불가능하다며 샐리에게 매력적이라 말하고, 샐리는 그런 그의 태도가 자신의 친구를 배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불편한 상태로 헤어진다.
그리고 5년 뒤, 그들은 뉴욕 공항에서 만나 같은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해리는 서로에게 모두 연인이 있음을 확인한 뒤 애인 있는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을 덧붙이며 친구가 되자고 제안하지만, 샐리는 그가 뒤이어 이야기하는 섹스와 사랑에 대한 남녀의 차이에 대해 여전히 동의하지 못하며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다시 5년 뒤, 둘 다 ‘싱글’이 되어 뉴욕의 한 책방에서 마주친다. 비로소 서로를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그들은 서로에게 자신의 연애사와 온갖 고민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며 편안한 이성친구로 발전하고, 이후로도 오랫동안 함께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하고, 전시회를 다니고,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이성친구로 지낸다.
그런데 어느 날 헤어진 남자친구의 결혼 소식에 충격을 받은 샐리가 울며불며 해리에게 도움을 청하다가 결국 둘이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어색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된 그들은 자신들의 소개로 만난 친구들의 결혼식에서 급기야 싸우게 되고 서로를 피해 다니게 된다. 하지만 새해 전야를 쓸쓸히 보내던 해리가 샐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그녀에게 달려가 사랑을 고백하며 둘의 사이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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