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멀리서 단감 한 상자가 왔다.

智美 아줌마 2016. 10. 28. 03:50

인연 맺기

작년 9월 평창 여행길에서 만나 인연을 맺게 된 고흥 사는 언니가 감 농사를 짓는데

요즘 감 수확한다며 신경 썼다며 큼직한 감을 골라 한 상자 가득 보내왔다.

평창 여행 중에 이런저런 얘기 나눌 때 감 수확하면 보내준다고 몇 번 말을 했지만,

서울 와서 만나고 여러 번 전화 통화했어도 감 보내준다는 말이 없어 그냥 빈말로 했나 보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인사치레 빈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 저런 면이 있는 사람인가 보다 했다.

꼭 얻어먹어서가 아니라 지키지 않는 말을 왜 하느냐가 내겐 문제로 생각하기에 신뢰가 조금 떨어졌는데

어느 날 서울 왔다고 해서 공연 보여주려고 예매하고 공연 당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나 얘기하다 보니

건망증이 나보다 더 중증이라 자신이 말한 것조차 기억을 못 하고 있었다.

 

설마, 그래도 그러지, 자신이 한 말을 기억 못 할까 반신반의했으나

그 후 나와 장충동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약속은 까마득히 잊고 다른 일을 보러 나간 적이 있었다.

다행히 약속 장소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30여 분 늦게 만나게 되었지만,

그러한 것을 보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했는데 함께 하다 보니 진짜 건망증이 심하다.

 

그래서 올해는 잊지 않고 감을 보내주겠다며 집 주소 문자로 보내라고 몇 번을 말해도

애써 농사지은 것이니까 좋은 것은 팔고 나중에 상품 가치가 좀 떨어지는 것 남으면 보내라고 했는데

어찌나 재촉하던지, 하는 수 없어 집 주소를 알려줬더니 그 즉시 단감 한 상자를 보내줬다.

 

오지랖 넓은 나, 그 단감 한 상자를 나 혼자 다 먹겠는가?

또 가까이 사는 친구들과 동생, 용산 선배 언니까지 한 보따리씩 나눠 배달까지 해줬다.

하여간에 무거운 것 들지 말라고 하는데도 이 오지랖이 팔 빠지게 몸 고생시킨다.

그래도 나눔이 더 큰 기쁨이 되니까 팔 빠지게 몸고생 시켜도 마음은 즐겁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