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지리산 종주 산행 첫째 날 이야기(화엄사 →노고단)

智美 아줌마 2016. 10. 18. 20:33

늘 여행을 즐겨 다니다 여행길에 들린 설악산의 매력에 빠져 설악산 법정 탐방로를 다 다니며 발 도장 콩콩 찍고는

작년부터 지리산을 가자, 했지만, 건강이 여의치 않아 올 5월 19일 처음으로 지리산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찌나 힘들던지, 다시는 지리산 너 보러 안 가고 싶어, 했으나, 네 번 째 지리산을 만나러 갔다.

 

지리산보다 낮은 설악산도 매우 힘들지만, 설악산은 힘들게 올라가면서도 눈 앞에 펼쳐지는 절경에

보상받는 느낌으로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즐겁게 올라갔는데

도대체 지리산은 빡세게 힘만 들고 눈에 확 띄는 절경은 볼 수 없었다.

 

뭐냐? 지리산, 너는 왜 그렇게 생겼냐? dg게 힘만 들고 가슴 설렘도 없는데 사람들은 왜 지리산, 지리산 하니?

지루해서 지리산이라고 한다는 말도 있는데, 정말 지루해서 지리산이니?

지리산 너의 매력을 찾으려면 몇 번을 더 가야 제대로 된 너의 모습을 볼 수 있겠니?

그래서 지리산 종주 산행을 계획하고 단풍철에 맞춰 다녀오기로 했다.

 

지리산 종주 산행, 빡세기는 해도 남들은 1박 2일, 2박 3일 산행으로 가능한데

난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일이라 3박 4일 산행을 계획하였으나

내게는 3박 4일 종주 산행도 버거웠고, 저질 체력 약골인 것을 인지하고 살면서

체력이 뒷받침이 안 되어 그동안 정신력, 깡다구로 버티며 산행을 한다며 다녔지만,

이번 지리산 종주 산행을 하면서 정신력 깡다구로 밀어붙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리산 종주 산행 첫째 날

성삼재에서부터 출발해 노고단으로 갈까 했으나, 예전에 한 번 갔던 길이라

이번에는 화엄사에서 출발해 노고단 대피소로 올라가기로 했다. 나, 미친 겨.

 

용산역에서 5시 20분에 출발하는 KTX를 타고 구례구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화엄사로 가기로 했다.

집에서 용산역을 가려면 새벽 04시에 도봉산 종점에서 출발하는 150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이 첫차는 늘 만원이라 배낭 메고 서 있기도 복잡하고 힘들어

지난번 경주 여행 때 20분 일찍 나가야 하지만, 심야 N 15번 버스를 타고 용산역으로 가는 방법을 알아두어

이번엔 N 15번 버스를 타고 가니까 자리에 앉아 갈 수도 있고 시간도 여유로워 앞으로 여행 갈 때 이 버스를 이용해야겠다.

 

용산역 05시 20분 출발한 KTX는 구례구역에 07시 40분에 도착하여 내리니 얼레? 단풍철인데도 지리산 가는 사람이 없는 겨?

행여 지리산 가는 사람이 있나 주위를 살피니 개찰구로 나가는 아저씨 한 분이 배낭을 메고 나가고 있었다.

얼른 뛰어가 "아저씨는 어느 코스로 가실 거예요? " 하니 화엄사로 가서 출발한다고 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 그럼 화엄사까지는 어떻게 가실 건가요? 하고 물으니 택시를 타야 할 것 같다고 해서

내가 예약한 택시가 역 앞에 도착해 있으니까 요금도 조금 절약하고, 같은 방향이니 같이 가자 했다.

 

원래 택시 요금이 1만 4천 원 정도 나온다고 해서 각각 1만 원씩 내고 가기로 했는데

택시 기사님께서 두 분이 타셨어도 같이 내려오셨으니 미터 요금만 나눠서 주세요, 한다.

요즘 세상에, 게다가 관광지 택시 영업을 하시는 분이 어찌 이렇게 양심적으로 영업하실까?

출발 전, 택시 이용에 관한 자료 검색하다 보니 택시 요금 바가지 쓰고 탔다는 사람도 꽤 있고

지리산 대피소에 도착해서 산객들과 얘기 나누다 보니 택시 요금 바가지 썼다는 사람도 있던데

이런 기사님 만나면 택시 요금 바가지 써서 기분 상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혹시 구례에서 출발하시는 분 중에 택시를 이용하셔서 지리산 가실 분은

구례 택시 임세웅 님 010-8670-8047로 연락하셔서 이용하시면 기분 좋게 가실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기분 좋게 조금은 기사님께 미안한 마음으로 화엄사에 도착해서 문화재 관리비 3,500원을 내고

기사님께서 등산로 입구까지 데려다주셨는데, 산행 출발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했더니

갔다 올 동안 배낭까지 봐주시겠다며 편히 다녀오라고 하셔서 정말 고맙고 기분 좋은 인연이었다.

 

자, 이제 8시 30분, 화엄사 절 구경 조금 하고 화엄 계곡으로 올라가서 노고단 대피소로 가자.

화엄사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 7km, 이 느림보가 도착하려면 족히 7시간은 걸릴 텐데

올라가는 도중에 잠시 연기암도 들려서 구경하고 절 구경 온 사람들과 노닥거리다 보니 꽤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노고단 대피소에 묵는다고 너무 여유 부린 것 같다. 빨리 올라가자.

 

그런데 평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단풍철인데 이곳 화엄사에서 올라가는 사람이 이렇게 없나?

택시 같이 타고 온 아저씨가 앞서 가고, 내가 올라가는 내내 사람 구경을 할 수 없었고

지난번 지리산 산행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그리운 지리산 산행이 되었는데

올라가는 동안 사람이 그리워서인지 자꾸 사람 소리가 나는 듯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았다.

 

숲이 소근대는 소리, 물이 소근대는 소리, 바위가 소근대는 소리가 사람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로 들렸나 보다.

그렇게 혼자 무넹기 도착 즈음에 팔랑치, 바래봉 간다는 아짐 셋을 만났을 뿐, 사람 구경을 못 하였으니

이 코스는 경사가 가파르고 힘들어 산객들에게 기피 코스라는 걸 대피소 도착해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가파르기나 말기나, 처음 지리산에 왔을 때 백무동 코스, 한신 계곡 코스에서 두 손, 두 발 다 든 상태라

가파르다거나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올라가서인지, 그러려니 하고 빨리 거리가 좁혀지길 바라며 올라갔다.

그렇게 놀며 쉬며 무넹기에 도착해서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에 간식도 먹고 쉬면서 대피소에 전화 연락해주고

노고단에 올라가려던 것을 포기하고 쉬다가 다시 출발, 여유만만 살방살방 대피소로 가니까 4시 반이 넘었고,

대피소 사무실에 가서 도착을 알리고 점심을 제대로 먹지 않아 밥부터 해먹고 하루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아, 노고단 대피소에서 본 노을이 정말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