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내게는 어떤 친구들이 있나?

智美 아줌마 2016. 10. 5. 21:33

친구라는 단어같이 많은 것을 품은 인연도 드물다.

언제부터인가 절친이라는 말이 생겨서 너도나도 절친이라는 말을 하지만,

자주 만나 어울리고 같이 노니까 절친인가?

도대체 그 절친이라는 개념을 알고들 그렇게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흔히들 또래 인연을 친구라고 하지만, 친구도 다 같은 친구는 아니다.

특히 동창은 개중에 친구의 인연도 있지만, 대부분 동문에 지나지 않는 인연이다.

내가 나이 들어 동창 모임에 나가보니까 나이 들어 만난 동창은 스쳐 가는 인연이고 어울려 노는 인연이지,

서로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우정을 나누는 마음의 친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법정 스님께서 스쳐 가는 인연은 지나쳐 버려야 하는데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헤프게 인연을 맺으면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고 고통받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듯이

동창과의 인연은 스쳐 가는 인연이었는데 인연 맺어 옴으로 상처받고 물질적 손해만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게는 아주 소중한 친구의 인연들이 있다.

맨날 자주 만나 수다 떨고 같이 술 마시고 노래방 가서 어울리며 놀지 않아도

몇 달, 아니, 1년, 2년 몇 년을 만나지 않아도 늘 가슴 속에 함께 있어

그렇게 연락 안 하고 살면서 어느 날 불쑥 전화해서 잘 지내니? 하고 안부 물어도

누구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너 나 할 것 없이 늦은 밤이라도 득달같이 달려가는 친구들이 있다.

 

갓 열 살 넘어 맺은 인연도 있고 사춘기 학창 시절에 맺은 인연도 있고

일이 십년밖에 안 된 나이 들어 만난 친구의 인연도 있어,

어느새 함께한 세월이 몇십년을 훌쩍 넘어 모두 흰머리카락이 빛나는 나이가 되었지만,

친구니까 허물이 있으면 덮어주고 잘못하면 뒤에서 흉 보고 욕하는 게 아니라

좋은 쪽으로 되돌릴 수 있게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 그런 친구들이 내게 있어

오랜만에 만나도 늘 가까이서 자주 보고 지낸 친구처럼 살가운 인연들이다.

 

3년 전부터 내가 건강이 나빠지면서 병원 출입이 잦다는 말을 듣고

부산 사는 친구는 자신의 집에서 요양하게 내려오라고 한다.

보름이고 한 달이고 내가 쉬고 싶을 만큼 쉬면서 몸에 좋은 거 다 해줄 테니까

내려오면 내 병수발 들어주고 건강 찾게 해주겠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어떤 친구가 친구의 병수발을 마다치 않고 해주겠다고 하겠는가.

내 친구들은 그런 친구들이다. 그래서 나와 인연이 된 이런 친구들이 내게 있어 참 감사하다.

부족하고 모난 성격인 나와 인연이 된 것이 도리어 행운이라고 말하는 친구들

내가 그 친구들을 다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아 때로는 무심함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제 머지않아 가장 가까이에 사는 친구가 멀리 이사를 한다.

멀다고 해야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고, 열흘이 멀다 하고 서울에 오겠지만,

멀리 떠난다는 생각이 들어 왠지 마음이 허전하고 자꾸 쓸쓸해진다.

계절 탓일까? 날씨 탓일까?

지금 이 시각, 홀로 있는 가을밤에 문득 친구들 생각에 몇 자 긁적거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