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그리운 사람은 늘 가슴에 산다.

智美 아줌마 2016. 9. 10. 01:41

누구에게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그리운 사람이 엄니가 아닐까?

가슴 아리도록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이 또 있지만 . . .

그래서 그리운 사람은 늘 내 가슴에 산다.

 

국민학교를 들어가기 전, 어린 시절에 서대문 부근에서 몇 년 살았는데

우리 집은 서대문 안산 자락에 있어 지대가 약간 높은 곳이었다.

그래서 대문 앞에서 내려다보면 누가 걸어 올라오는지 조금은 미리 볼 수 있었다.

 

엄니가 저녁 준비를 일찍 마치시거나 아버지가 늦게 오시는 날에는

아버지가 어디쯤 오시나 보자고 하시면 대문 앞 계단에 나란히 앉아 기다리곤 했는데

가끔 그렇게 대문 앞에 앉아 아버지를 기다리시던 엄니 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는 엄니가 한복을 입던 시절이었지. 바탕색은 생각나지 않지만, 작은 꽃무늬의 치마, 저고리.

 

그때 엄니의 나이, 아마 지금 딸아이의 나이쯤 되지 않았을까.

돌이켜 보면 그 나이가 얼마나 곱디고운 나이였던가.

엄니도 그렇게 젊은 시절이 있었는데, 남편을 기다리던 아낙으로 산 시절이 있었는데

서른아홉 살, 하루아침에 청상과부가 되어 어린 사 남매를 키우셨던 엄니.

 

그 많은 세월을 홀로 지내시며 그 외로움, 그 서러움은 얼마나 컸을까.

그렇게 젊은 나이에 남편 잃은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사경을 헤매기를 몇 번

그래도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던가. 털고 일어나 모진 세월을 헤쳐 살아오신 엄니.

 

그때 서대문 집 대문 앞 계단에 앉아 아버지를 기다리면서 불러주시던 엄니의 노래

그리고 한 소절씩 따라 하라시며 가르쳐 주신 노래

그중에서도 늘 잊히지 않고 가끔 읊조리는 노래가 있다.

 

현재명 님이 작곡한 고향 생각과 홍난파 님이 작곡한 사공의 노래인데

대문 앞 계단에 앉아 아버지를 기다리시며 이 노래를 부르시던 엄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엄니도 이 노랫말처럼 고향이 그리우셨을까? 고향에 살 때 함께 하던 동무가 그리우셨을까?

그리고 엄니도 엄니가 보고 싶으셨을까? 그래서 이 노래를 즐겨 부르셨을까?

 

오래도록 잊히지 않게 어린 시절 고운 추억을 만들어 주신 엄니

오늘 어린 시절 엄니와 함께 부르던 노래, 고향 생각을 듣게 되어 잠시 엄니 생각에 잠겼다.

엄마야, 너무너무 보고 싶데이 ~

 

고향 생각 / 현재명 작사.작곡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일 저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고향 하늘 쳐다보니 별 떨기만 반짝거려, 마음 없는 별을 보고 말 전해 무엇하랴.

저 달도 서쪽 산을 다 넘어가 건만, 단잠 못 이뤄 애를 쓰니 이 밤을 어이해.

 

 

현재명 님께서 미국유학 시절 초고를 만들었고, 귀국한 뒤 1931년에 정리하여 발표한 것으로 추정된다. 8분의 6박자의 내림가장조로 조금 느리게 부른다. 두도막형식으로 되어 있다. 처음에는 동요로 발표된 곡인데, 뒤에 가곡으로 널리 애창되게 되었으며, 1931년에 출판된 『현제명작곡집』 제1집에 수록되어 있다. [네이버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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