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더위 탓에 떡 파티했다.

智美 아줌마 2016. 8. 29. 19:10

아이들이 크다 보니 이제는 집에서 같이 밥을 먹는 날이 드물어졌다.

그나마 미리 밥을 해놓고 냉장고에 넣어 두고 밥 안 먹었다고 할 때 데워서 차려주면 되니까 그건 편해졌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식사 제때 하라고 하셨지만, 그 참에 나까지 밥을 잘 안 챙겨 먹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러다 보니 쌀이며 잡곡을 사다 놓은 지 몇 달이 지났는데 올여름 오죽 더웠더란 말이지.

그래서 집에서 밥을 안 먹겠다고 하고 뭐라도 좀 해주려고 하면 불 피우지 말라고 덥다고 난리니

우리는 현미 잡곡 위주로 밥을 지어 먹는데 쌀과 잡곡에서 화랑곡나방 벌레가 생기고 말았다.

 

남은 쌀로 밥을 다 해 놓을 수도 없고 어쩌다 하는 밥에 쌀과 잡곡은 줄어들 생각을 안 하니

나방이 눈에 띌 때마다 여간 고민이 되는 게 아니었다. 에효 ~ 저 쌀을 어쩐다.

떡을 하자니 방앗간 삯이 만만찮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생겨 고민하다가 그냥 떡 해서 나눠 먹자 했다.

 

그래서 현미, 보리, 흑미, 마트에서 사서 먹다 남은 쌀하고 약콩을 넣어 설기떡을 하고

옥영이가 준 쌀은 떡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쌀벌레가 눈에 띄어 다라이에 쏟아붓고 물을 부어버렸더니

이런 ~ 이 쌀은 초여름에 가지고 왔나? 가지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그런대로 깨끗한 편이었는데 물을 부어버렸으니 어째? 그래서 이 쌀은 가래떡으로 뽑았다.

 

아, 그런데 떡을 가까이에 사는 친구와 언니, 동생에게 나눠 주려고 조금씩 담아서 나갔는데

워매 ~ 네 사람에게 줄 떡을 들고 버스 타러 가는 중에 너무 무거워서 걸음도 제대로 걸어지지 않아

비틀거리며 걷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팔은 얼마나 아프던지

멀리 가는 거라면 콜택시라도 부르겠는데 노원역에 가면서 콜택시를 부르기가 좀 그래서

일단 버스 정거장으로 가서 택시를 타기로 했지만, 이 넘의 오지랖이 또 몸 고생시킨다며 가는데 마침 중간쯤 나가니까

택시 기사 아저씨가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드시며 쉬고 계시기에 나갈 거냐고 물으니 얼른 커피를 마시고는 타라고 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나가지 않고 택시를 탈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들고 나가 친구와 동생 만나 떡을 주니 너무 맛있다고 좋아하는 모습 보며

나, 너무 무거워서 힘들어 dg는 줄 알았다며 더 엄살을 떨었지만, 엄살이 아니라 진짜 힘들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동생이랑 점심도 먹고 커피 한 잔씩 하면서 수다 떨고 나니 힘들었던 몸이 스르르 풀렸다.

 

그리고 나는 용산 선배 언니한테도 떡 갖다 주려고 퇴근 시간 맞춰 용산으로 갔는데

언니 딸을 명동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해서 어릴 때 보고 못 봐서 같이 명동에 나갔다가 얼굴 보고 들어왔다.

들고 가면서 무거웠지만, 그 무게만큼 기쁨이 되어 돌아오니 가슴 뿌듯하다.

언니와 헤어져 을지로입구역으로 전철 타러 가는데 붉게 타는 노을이 너무 예쁘다. 그래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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