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뭐 주고 뺨을 맞는다더니

智美 아줌마 2016. 8. 17. 00:16

우리 속담에 "뭐 주고 뺨을 맞는다."는 말이 있다.

남에게 베풀어주고 보답은커녕 쓴소리를 듣게 될 때 억울한 마음에 이런 표현을 하는데

잘해주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 이런 입장이 되면 참으로 기분 찜찜하니 더럽다.

 

청양 친구로 인해 알게 된 아우가 있다.

지난봄에 고사리 뜯으러 청양 다녀와서 쓴 글에 자세한 이야기를 썼는데

당시에, 그 아우 부부가 수십 마리의 유기견을 데려다 보살피고 있다는 사연을 처음 듣고 난 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우리 강쥐 사료 주문할 때

그 아우한테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20kg 사료 한 부대씩 보내 주고 있다.

 

마음은 더 많이 챙겨 주고 싶지만, 나 또한,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20kg 한 부대 보내주는 거로 족하다.

이번에도 생각나서 사료 한 부대 보내주고 전화하니까 더워서 집 안에 있는지 통화가 안 된다.

산골이라 집안에 있을 때는 전화 연결이 안 될 때가 있어 사료 도착할 거라는 문자를 남겨두었다.

 

그러다 며칠 지나 청양 친구한테서 전화가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사료 보냈는데 어째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잘 받았다는 연락이 없네, 했다.

지난번엔가? 배송 경유지가 대구로 표기되어 사료가 와서 청양 친구한테 묻더라는 말이 생각나서

전화 통화가 안 돼서 문자를 보냈는데 이렇다저렇다 말이 없다고 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그런 작은 도움이라도 받게 되면 고맙다고 강쥐들 잘 먹이겠다는 인사말 정도는 할 텐데

어찌 된 사람들인지, 자주는 못 보내주지만, 그동안에도 사료 받으면 잘 받았다는 전화 한 통화가 없다.

그래도 내가 고맙다는 인사받으려고 보내주는 것도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계속 보내주고 있다.

 

그런데 청양 친구가 그 아우네 집에 갈 일이 있어 들린 김에 사료 왔더냐고 물으니

아우는 누님한테 미안해서 고맙다는 말도 못 하겠다며 그래서 전화도 쑥스러워 못 했다고 하니

그런 얘기를 주고받고 있는 중에 옆에 있던 동생댁이 나서서 하는 말

부담스럽게 왜 자꾸 사료를 보내는지 모르겠다고, 그렇게 도움 주고는 나중에 좋지 않게 하더라는 말에

 

청양 친구가 어이없어 "그 친구도 강쥐를 키우고 있고 동네 길냥이들도 사료 사다 밥 챙겨주고 있어

아우네가 유기견 데려다 보살핀다고 하니까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보내주는 건데, 그럼 언니, 고마워요. 하면 될 것을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말을 하느냐며 그럼 보내지 말라고 할까? 하니 그러란다. 참나 . . .

그게 부담스럽고 미안하면 봄에 고사리 뜯으러 가면 고사리나 좀 뜯어주면 될 것을, 어찌 그렇게밖에 생각을 못 하는지,

하긴, 차비 들여 청양 가서 허리 아프게 고사리 뜯고 좋은 소리 듣지도 못하는 사료 보내 사룟값 들고,

그 돈이면 편히 국내산 고사리 사 먹고도 떡을 칠 텐데 말이다. 하여튼 오지랖 넓은 게 병이다.

 

재작년인가? 동생댁을 처음 만났을 때 입이 거칠고 예의 있는 그런 품성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우가 순수해 보이고 어진 사람 같아서 솔직히 아우 보고 사료를 보내주고 있는 것인데

뭐 주고 뺨을 맞는다더니, 내 돈 들여 사 주고도 좋은 소리 못 듣고 나중에 해코지할 사람으로나 치부 받다니

참 어이없다. 누구나 다 자기 관점에서 판단하고 말을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내가 어디 봐서 꼴란 거 보태주고 자기한테 해코지할 사람으로 보이는지, 참으로 무식한 여편네다.

 

자기 마눌이 상식 이하의 말을 하는 것을 보며 "형님 죄송합니다"만 연신 뱉으며 어쩔 줄 모르고

청양 친구 또한, 기분이 상해서 그런 집구석에는 앞으로 사료 보내주지 마라며 볼멘소리했다.

그래서 요즘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되는데 그러기나 말기나 순수하고 숫기 없는 아우 봐서 계속 보내줄까?

아니면 호의를 그런 식으로 매도하는 무식한 여편네 봐서 앞으로 보내지 말까

오지랖이 중증인 내가 그래도 계속 보내주자는 마음이 더 크니 참말로 못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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