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일이 있어 폭염 속에 외출하던 날
버스 정류장 횡단보도 앞에서 사람들이 보행자 신호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서 있다.
다행히 가로수가 있어 나무 그늘로 피해 녹색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는데
어떤 할매가 빨강 신호등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무단횡단을 하는 게 아닌가.
나도 가끔 무단횡단을 하지만, 노인네가 더위 먹었나, 젊은 사람들도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거늘
어찌 노인네가 겁 없이 혼자 무단횡단을 하는 거야?
그런데 더 황당한 건, 그 할매, 혼자 무단횡단하는 게 겸연쩍었는지
연신 돌아보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한테 빨리 건네오라며 손짓을 한다.
뭐여? 할매가 죽으려면 혼자 죽을 일이지, 왜 가만히 있는 사람까지 끌고 가려고 따라 건너래?
물귀신이야? 당신 혼자 갈 저승길을 왜 같이 가자는 겨?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이없어하며 여기저기서 걱정스러운 말 한마디씩 건낸다.
노인네가 저러다 사고 나면 어쩌려고, 왜 우리한테 따라 무단횡단하래?
저 할머니 웃긴다, 무단횡단하려고 해도 못 하게 해야지 같이 나쁜 짓 하라고 부추기네.
신호등이 바뀌어 건너가니 그 할매 버스가 안 와서 먼저 가지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
신호 바뀌는 그 짧은 시간을 기다리지 못 하고 무단횡단을 했지만,
괜히 위험하게 무모한 짓을 한 것이고 다른 사람들 심기만 불편하게 한 것이 아닌가.
게다가 사고라도 나면 애꿎은 운전자만 험한 꼴 겪는 게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오늘, 메가박스에서 영화 보고 집으로 오면서 버스 정류장에 내렸는데
얼레?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어떤 할배가 좌우 살피지도 않고 무턱대고 무단횡단을 하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놀라서 "저 할아버지 사고나면 어쩌려고 저렇게 막 건너?"
에휴 ~ 노인네들이 왜 저러나, 저러다 사고 나면 멀쩡한 사람 범죄자 만들고
심지어 최악엔 가정이 무너지고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지는 사태도 발생하지 않는가.
순발력 있는 젊은 사람도 아니고 노인네가 어찌 저런 무모한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 자신도 나이 한 살, 한 살 더하면서 행동이 굼뜨고 깜박깜박 잊는 건 다반사고
나이 듦에 변하는 자신을 느끼게 되어 전에 하던 행동도 이젠 조심스러워진다.
그러니 자기 죽음을 개값으로 만들지 말고 애꿎은 젊은 사람들에게 멍에를 지게 하지 말아야지
그러잖아도 노령화 사회로 변해가는데 앞으로는 점점 젊은 사람들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늙어도 곱게 늙으라는 말이 있듯이, 젊은 사람에게 욕먹지 않게 우리 곱게 늙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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