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나보다 더 못됐다.

智美 아줌마 2016. 8. 12. 02:01

며칠 전 수유 시장 부근에서 일하는 동생한테 다녀왔다.

일 보고 들리게 되어 오후 늦게 가게 되었는데

마침 가니까 손님이 물건을 사서 본인 장바구니에 담고 있기에 가고 나면 얘기 좀 하다가

8시에 문 닫는다고 하니 같이 저녁이나 먹고 들어와야겠다, 생각하고 한쪽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 뭐냐? 밖은 더워 나가기 싫다며 이 옷, 저 옷 입어 보고

자기 손으로 직접 커피까지 타 먹으면서 물건마다 뒤적거리며 가지도 않고 있다.

그러던 중,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짐 한 사람이 들어오더니 그 여자도 한참을 뒤적뒤적

또 본인이 70대 후반이라고 하는 할매도 들어오더니 시원하니 좋다며 이 옷 걸쳐 보고, 저 옷 걸쳐 보며

40대 후반 아짐한테 어떤 게 어울리냐며 살 것처럼 패션쇼를 하더니 의자에 앉아 있다가 그냥 나간다.

 

30분 넘게 40대 후반 아짐도 물건만 뒤적거리고는 의자에 앉아있다가 그냥 갔는데

그 여자는 가끔 와서 올 때마다 물건만 뒤적거려 놓고 제자리에 갖다 놓지도 않고 그냥 간단다.

그렇게 두 사람이 진상을 떨다 갔는데 도착했을 때 있던 그 여자는 아직도 가게 안을 헤매고 있다.

 

내가 온 후, 장장 한 시간 반 넘게 그러더니 7시 넘어 드디어 장 봐서 들어간다며 갔는데

얼레? 그 여자 나가자마자 이번엔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애 엄마가 들어 오더니 하는 말

"내가 지구 온난화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내 예감대로 지구온난화가 왔어요." 한다.

 

이 여잔 뭐냐? 자기 예감에 지구온난화가 올 거라는 생각을 했대?

더위 먹었나? 어째 오는 손님마다 저러냐?

아이고 ~ 여기 더 못 있겠다. 나는 저런 사람들하고 같이 못 있겠다. 나 가련다.

너 하고 저녁 같이 먹고 들어가려고 했더니 안 되겠다. 그냥 간다,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 자신이 참 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 표현대로 장사하려면 오장 육보 다 빼놓고 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나 같은 성격으로는 그 꼴 다 보고받아주며 장사 못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 전화국 갔다가 각별하게 지내는 약국에 들러 필요한 약도 사고

다른 날보다 한가한 날이라고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어떤 할배가 오셔서 무좀약을 발라도 조금이라도 낫지 않는다고 하시기에 옆에서 듣고 있는데

대뜸 나한테 "기분 나쁘게 뭘 봐요? 왜 쳐다보냐며 버럭 역정을 내신다.

 

옴마나? 이 할배는 또 왜 이러시냐? 더위 드셨나? 이 좁은 공간에 같이 있으면서

어떻게 안 쳐다볼 수 있어? 아니, 그럼 당신 말하는 동안 내가 등 돌리고 서 있어야 하는 겨?

그래도 " 말씀 하시는 것 옆에서 같이 들은 것뿐이니 언짢으셨다면 죄송합니다. " 했더니

죄송하다는 데도 기분 나쁘게 왜 쳐다보냐며 계속 말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어이 구야, 이 양반하고 말 잘못 섞었다간 경치게 생겼네.

 

그렇게 쓴소리를 하고 간 후에 약국 직원도 약사님과 말씀 나누실 때 옆에서 쳐다보고 있으면

직원한테도 기분 나쁘게 왜 쳐다보냐며 노발대발하셔서 그 후로는 다른 데를 쳐다보고 있는다고 말한다.

참나, 왜 그렇게 꼬이셨나? 나이 드셨다고 해 봐야 70대 초반? 중반은 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나이 드실 만큼 드셨는데 왠만한 건 품을 줄도 아셔야지 그래서 옆에 누가 남아있겠나.

나 자신도 참 못됐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할배는 나보다 더 꼬였고 더 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퍽!! 어이 구야, 누가 돌 던졌어? 너나 잘하라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