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에 예매해둔 국립극장 여우락 시리즈 "물들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내일이 주말이고 휴가라고 해서 딸하고 먹으라고 친구가 준 가래떡 몇 가닥과 고춧가루, 들기름 한 병 챙겨
용산 선배 언니한테 갖다 주고 동대입구역 장충동 태극당에 들려 갖가지 빵을 사서 들고 국립극장 하늘 극장으로 갔다.
공연이 끝나고 내려오면 태극당 문을 닫아서 오늘은 국립극장 올라가기 전에 미리 사서 들고 갔다.
이번엔 빵을 조금 더 사다 보니 훌쩍 2만 원 넘게 사다 보니 쇼핑백이 묵직하다.
소극장인 하늘 극장 안으로 들고 들어가려니까 복잡해서 처음으로 물품 보관소에 맡기고 관람하였는데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까 그사이 소나기가 한차례 왔는지 땅이 젖어 있어 또 비 오면 어쩌나 싶어
얼른 셔틀버스를 타고 전철역으로 가는데 저장되지 않은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번호를 보니까 눈에 익은 번호라 저장되어있지 않아도 스팸 전화같지 않아서 받았더니
이런 ~ 물품 보관소 직원이 물건을 찾아가지 않았다고 고객지원실에 가져다 놓을 테니까 와서 찾아가라고 한다.
셔틀버스 탄 채로 다시 국립극장으로 되돌아가도 되지만, 그럼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도 하고 먹는 음식인데
아무나 먹으면 되는 것을 굳이 찾아갈 것까지 있나 하는 생각에 직원들 일 마치고 같이 나눠 먹으라고 했다.
그러잖아도 빵을 사서 들고 가면서 이것 맡겨 놓고 깜박 잊고 그냥 오는 거 아냐? 했더니
역시나 까마귀 고기 자주 먹는 내가 찾아서 챙겨오겠는가 말이지. ㅎㅎㅎ
어쨌든 자주 가는 국립극장이니 수고하는 직원들 늦게 일 마치고 출출할 텐데, 같이 나눠 먹게 하는 것도 괜찮지 했다.
그런데 나는 살아오면서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에 욕심을 내게 되면
내 것을 잃게 되거나, 나중에 내게 돌아올 수 있는 큰 이익을 잃게 된다는 것을 깨닫고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남의 것을 탐하거나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오늘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게 된 것 같아 반성이 필요한 날이 되었다.
국립극장 여우락 시리즈 공연을 보고 난 후 설문지 작성을 의뢰해서 답변하여 제출하였는데
직원이 설문지 작성할 때 쓰라고 국립극장 로고가 새겨진 파스텔 톤의 예쁜 연필을 하나씩 준다.
공연 후, 설문지 작성할 때나 아카데미 강좌를 들을 때 주는 연필이 예뻐 줄 때마다 챙겨 가지고 왔다.
그런데 오늘은 여름이라 그런지 하늘색 연필을 준비해서 주는 게 아닌가.
아, 하늘색 연필은 없는데 하고 받아 챙겼는데 나중에 설문지 제출할 때 보니까
내가 가진 것보다 조금 더 진한 하늘색 연필이 남아 있어, 한 개 더 집어왔다.
그렇게 작은 연필 한 자루를 욕심내더니 거금 주고 산 태극당 빵 보따리를 놓고 온 격이 되었으니
그러게, 살아오면서 늘 나 자신한테 말하지 않았는가. 눈앞에 작은 것을 탐하면 더 큰 것을 잃게 된다고.
전철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쌍문역에 내리니까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선배 언니가 우산 안 챙겨 왔다니까 한 개 주겠다는 걸, 비 안 올거라면서 사양했더니
집에 거의 도착해서 비는 다시 내리고, 집 앞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까 폭우처럼 쏟아진다.
짱구는 오후 근무라 회사에 있을 것이고 싸가지가 집에 있을 텐데, 전화할까 하다가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모처럼 밤비 내리는 거리를 보고 있자니
그런대로 느낌이 괜찮다. 오늘 일을 되새겨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고 . . .
그렇게 15분 정도 앉아 있으니까 빗방울이 가늘어져 집으로 걸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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