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세 번째, 이번에는 함양 음정 마을에서 출발하여 벽소령 대피소를 찍고 하동 의신 마을로 내려왔다.
음정에서 벽소령 대피소까지 6. 7km, 등산로 상태가 어떠한지 몰라 6. 7km를 오르자면
서울에서 07시 첫 버스를 타고 가도 들머리 음정 마을에 도착 시각이 12시는 되어야 했다.
이 거북이가 그 시간에 출발해서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려면 자칫 해 질 무렵이 될 것 같아
시간을 앞당겨 보자는 계산으로 남원까지는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KTX 05시 20분 기차를 타고 내려가게 되었는데
남원까지 2시간 소요, 7시 20분에 남원역에 도착, 남원 시내버스를 타고 15분 소요, 남원 터미널로 이동하니
인월행 8시 35분 버스를 탈 계획이었지만, 7시 56분 버스를 바로 탈 수 있어 앞 차를 타고 30여 분 걸려 인월로 갔다.
어차피 인월에서 음정 가는 버스는 10시 차를 탈 수밖에 없어 남원에서 시간 보내다 8시 35분 버스를 타나
7시 56분 버스를 타고 인월에서 음정 가는 10시 버스를 기다리나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일단 인월로 들어가 있으면서 아침도 사 먹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인월 터미널 앞에 택시가 줄지어 서 있기에 음정까지 얼마냐고 물었더니 2만 5천 원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인월에서 아까운 1시간 반을 보내고 드디어 10시 음정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요즘 나 홀로 여자 산객을 해코지하는 사건이 빈번해져서 주중 산행을 즐기던 것을 주말로 변경하였는데
어라? 버스 안을 둘러 보니 산행하는 사람은 나 혼자? 뭐냐? 주말인데 음정 코스는 많이 다니지 않는 거야?
중간에 타는 사람도 없어 나 혼자 음정 마을 앞에 내리게 되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차도 드문드문 다니고 공기도 맑아 힐링하기 좋은 한적한 곳이지만,
백무동 한신 계곡 때처럼 나 홀로 산행하기에는 사람이 그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길이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마을 길로 그늘 한 점 피할 곳 없는 땡볕을 1km 걸어 올라가야 산길로 접어든다고 했다.
올라가다 중간에 숲길로 빠지는 샛길이 있다니까 일단 그 길로 찾아가 보자 하고 올라가는데
마을로 올라가는 산악용 주민 자가용 사발이 한 대가 지나가기에 길을 물으니 자세히 알려주시면서
이 길 따라 등산로까지 올라가다가 진이 다 빠진다며 데려다줄 테니까 뒤에 타라고 자리를 만들어 주셨다.
걸어 올라가면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놓치게 되어 망설였지만, 뜻하지 않은 호의에 편히 올라가게 되었는데
가파르게 구불구불 올라 가는 길이라 옆으로 떨어질까 봐 난간을 꽉 잡고 바짝 긴장하며 타고 갔다.
1km라고 했지만, 구부러진 길을 돌아 한참을 올라갔는데
쉬엄쉬엄 걷는 내 걸음으로는 1시간은 더 걸렸을 것 같아서 다행히 시간 단축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 감사했다.
드디어 도착한 등산로 입구, 주차되어있는 차가 몇 대 있었지만, 산행 준비하는 사람은 나 혼자였는데
잠시 후, 승용차 한 대가 올라오더니 할배 네 분이 내리시더니 우르르 먼저 출발하셨고
그렇게 음정 마을에서 벽소령 가는 지리산 세 번째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길도 완만하니 그늘도 있어 살방살방 보물찾기하며 올라가는데 우째 이런 일이?
이 음정 코스는 계속 임도를 따라 걸어 올라가게 되어있었으니 마지막 300m만 가파르게 계단을 올라가는 길이었다.
그렇게 보물찾기하며 쉬엄쉬엄 올라갔는데도 불구하고 11시에 출발하여 벽소령 대피소에 오후 3시 반쯤 도착하였으니
웬일이니? 큰 산에 올라갔을 때 이렇게 이른 시간에 도착한 게 내 기억으로는 아마 처음일 거다. ㅎㅎㅎ
올라가면서 시간마다 간식을 챙겨 먹어서 조금 더 있다가 저녁 먹을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 보며 다녔다.
세 번째 지리산 산행, 벽소령 대피소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니까
워매 ~ 이 여름에 뭔 바람이 이렇게 요란하게 부는지, 사방은 안개에 갇혀 있었고
오늘은 내려가는 날이니까 아침 먹고 안개 걷히면 천천히 내려가자고 8시에 출발하였는데
의신 마을 방향으로는 아무도 내려가는 사람이 없어 또 나 혼자 길을 나서게 되었다.
1시간 정도 내려갔을까? 벽소령 대피소에 있던 직원이 급히 뛰어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퇴근하는 길인가? 그런데 위험하게 왜 저렇게 뛰어 내려가는 거야? 했는데
조금 더 내려가니까 대피소 직원과 산객 두 사람, 그리고 누워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아, 환자 발생했다는 연락받고 급히 내려간 것이었구나.
그런데 환자 상태를 보니까 다치거나 위급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았는데
내가 만성질환자 다 보니 내 상식으로 보기에는 급격한 체력 소모로 저혈당 쇼크가 온 것 같았다.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저혈당 쇼크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도 저혈당 쇼크가 발생 되기도 하는데
대부분 사람은 당뇨병 환자에게서나 혈당 쇼크가 오는 것이지, 건강한 내가 '왜?'라고 생각하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도 그 날 몸 상태에 따라 발생하기도 하므로 급격한 체력 소모를 했을 때
특히 출발 전 아침 식사하지 않고 공복에 빠른 체력 소모가 발생 되었다면 저혈당 쇼크가 올 수 있다.
저혈당 쇼크 증세는 처음에는 식은땀이 나고 기운이 없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럼증이 나타나는데
두통이나 울렁증, 조금 더 진행되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이 조이는 듯한 저림 증세가 나타나고
쥐가 나는 것처럼 마비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심하면 정신을 잃게 되어 위험할 수도 있으나
의식을 잃은 상태가 아니라면 당분 섭취하고 조금 쉬다 보면 회복이 된다.
환자가 의식도 있고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몸 상태를 말하는 걸 들으니 급격한 체력 소모로 저혈당 쇼크 증세로 보여
포도 주스나 오렌지 주스 등 음료수가 있으면 먹어 보라고 권하였더니
국립공원 직원이 위험할 수 있으니 먹으면 안 된다고 만류하며 도리어 나한테 하산하라고 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선 음료 섭취를 하면 위험할 수 있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선 먹어도 상관없는데
알아서들 하겠지, 하고는 내 갈 길을 가자 하고 내려간다.
그렇게 한 시간쯤 내려갔을까? 119구조대, 산악 구조대 아저씨들이 줄줄이 올라오며 환자 상태를 묻기에
이런저런 증세가 있다고 하더라고 전해주고 저혈당 쇼크가 온 것 같아 주스를 먹어 보라고 했지만,
국립 공원 직원이 위험하다고 못 먹게 해서 그냥 내려오는 중이라고 했더니
그 아저씨들도 특별한 질병이 없는 사람이라도 저혈당 쇼크가 온다며 아저씨들도 내 말에 공감했다.
환자와 일행은 헬기가 뜨기를 바랐지만, 긴급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이 산 중에 헬기가 뜰 수 있는 상태도 아니고
어차피 국립 공원 직원과 119구조대, 산악 구조대 아저씨들이 거동을 못 하면 업든지 들것에 싣고 내려오게 되지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양쪽에서 부축해 내려오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게 부축해서 내려올 수 있는 정도라면 그 많은 사람이 동원되어 한두 시간 넘게 기다릴 동안에
덩치 좋은 일행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부축해서 내려왔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 당사자들은 겁이 났겠지, 행여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을 테니까.
그렇게 나는 의신 마을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그 후로도 119구조대, 산악 구조대 아저씨들이 더 올라갔고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열댓 명이 동원되었으며 국립 공원 직원과 구조대 아저씨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면서
평지도 아닌 산길을 비지땀을 흘리며 뛰다시피 올라가는 것을 보니까 마음이 짠하였다.
나 홀로 보물찾기하며 내려와 의신 마을에 도착, 화개 가는 버스를 타러 내려가는데
국립 공원 차와 구조대 차들이 줄줄이 내려가고 끝으로 국립 공원 직원 차 한 대가 지나가기에 물으니
양쪽을 부축해서 걸어 내려왔는데 내려오는 중에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었다 했다.
위험할 일이 발생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지만, 우리가 구조대 요청을 너무 쉽게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가끔 산행 중에 발목을 삐끗하든지 다리에 쥐가 났다며 헬기 요청하라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헬기 한 번 뜨는데 경비가 100만 원을 훌쩍 넘게 든다고 하고 그 경비는 고스란히 우리의 세금으로 지출되는 게 아닌가.
아무리 위급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구조하는 게 그들의 업무라지만,
무조건 부르고 보자는 식으로 구조대 요청할 게 아니라 상태를 봐가며 움직일 수 있으면
구조대에 조언을 받으며 일행이 함께 이동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환자와 일행이 구조대 요청을 했지만, 환자 자신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많은 사람이 동원되는 것에 당혹감이 들어
점점 나아지고 있었어도 차마 괜찮아지고 있다고 말 할 수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어찌 되었든 위급한 상황이 초래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벽소령 대피소에서 의신 마을로 나 홀로 내려 올 뻔 했지만, 국립공원 직원과 구조대 아저씨 덕분(?)에
조금은 덜 외롭게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는데 버스 종점에 내려가다 보니 앞에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인가?
방향을 몰라 지리산 역사관에서 나오는 아저씨께 물어보니까 천왕봉은 역사관 뒤쪽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린 포인트 받으러 국립공원 사무소에 가려고 마늘 말리는 할머니께 여쭈어 보니 의신 마을엔 없고
쌍계사 쪽에 가야 한다고 하셔서 혹시 국립공원 탐방센터가 이곳에는 없냐고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이곳에는 어디 있는지 모르고 쌍계사에 있다고 하면 쌍계사로 갈 거냐고 하기에 그렇다고 하니까
본인도 쌍계사로 가니까 지리산 역사관 둘러 보고 나오면 쌍계사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아이고 ~ 시간 벌었네. 많이 기다리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얼른 지리산 역사관에 들어가 사진 몇 컷 찍고 나왔더니
바쁘지 않은데 천천히 둘러 보고 나와도 되는데 금방 나왔느냐고 하였지만,
그래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에 사진 몇 컷 찍고 나왔다고 인터넷 검색하면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뜻하지 않게 길동무가 생겨 동행하게 되어 쌍계사에 들러 구경하고 국립공원 사무소에 가서 그린 포인트도 찍고
화개 장터에 가서 답례로 산채 비빔밥을 사 드리고 아저씨는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사라고 했다.
본인이 사겠다고 했지만, 호의를 받는 입장에서 내가 대접하는 것이 맞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 아저씨는 청학동에 펜션을 짓고 있는데 일 진행하는데 차질이 생겨 머리 식힐 겸 나온 것이라고 했고
화개 터미널까지 데려다주셔서 기분 좋게 편히 서울 오는 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버스 타면서 1박 2일 지리산 산행에서 좋았던 기분이 마지막에 확 잡쳐 버렸다.
오후 4시 하동 출발 서울 가는 버스가 와서 차에 오르니 운전기사 아저씨 하는 말
"배낭 밑에 넣고 오세요." 배낭 밑에 넣고 오라는 말에 가는 중에 약도 먹어야 하고
체력 소모 많이 한 날이라 가는 중에 물이나 간식을 먹어야 할 것 같아 불편해도 그냥 가지고 타겠다고 했더니
"배낭 밑에 넣고 오세요." 거두절미하게 같은 말만 반복하기에 나도 불편해도 가지고 타겠다고 했더니
계속 "배낭 밑에 넣고 오세요. " 말만 반복하고 내가 그냥 가지고 타면 직접 빼앗아 밑에 넣고 올 기세였다.
참 어이가 없다. 내가 배낭 가지고 탄들, 다른 승객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니고 운전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닌데
운전기사가 승객에게 배낭을 밑에 넣으라고 강요하며 명령질인지 이해가 안 되었지만,
내가 배낭을 가지고 타겠다고 하니 출발하지 않고 있으니 출발을 기다리는 다른 승객에게 결례가 되는 것 같아 밑에 넣고 탔지만,
오만불손한 운전기사의 태도에 여간 기분 상하는 게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출발하여 휴게소 도착하였을 때, 약 먹을 시간이 지나서 트렁크를 열려고 하니까 잠겨있는 게 아닌가.
화장실 다녀와서 운전 기사를 기다렸다가 트렁크 문을 열어달라고 하니까 "왜요? " 한다.
참 기분 더럽네. 성질대로 확 받아버리고 싶었지만, 안전 운전을 해야 하므로 참고 약 먹어야 한다고 하니
버스에 올라가서 문을 열어주기에 배낭을 꺼내니까 옆에서 지켜 서서 보고 있다.
뭐, 이런 운전기사가 있는지, 가끔 고속버스를 타면 운전기사 취향에 따라 배낭을 밑에 넣고 오라는 사람이 있지만,
승객이 그냥 가지고 타겠다고 원치 않아 하면 한 두 번 권하다가 마는데 이 운전기사는 건방이 하늘을 찌른다.
영화 여객.부산 교통이 독점하여 하동 간 서울을 운행하다 보니 싫어도 하동 노선을 이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영화 여객.부산 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두 회사는 같은 계열 회사라고 한다.
그래서 영화 여객.부산교통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보니까 친절한 운전기사에 대한 글도 있지만,
많은 승객이 운전기사에 대한 불만 글이 너무 많았는데 비밀번호 등록하게 설정해놔서 다 읽어 볼 수는 없지만
센스있는 글쓴이는 비밀번호를 적어 놓아 일반인이 읽어 볼 수 있게 해놨는데
정말 상식 이하 운전기사가 많은 것을 보고 업체 관리자는 이런 행태를 아는지, 아니면 돈 버는 데만 관심이 있는지
업체 관계자의 글 답변 내용은 하나도 없는 것을 보니까 형식적으로 게시판을 만들어 놓고
승객 너희들이 씹든 말든 알아서 해라, 그것까지 신경 쓸 생각 없다는 것 같았다.
그러기 때문에 어느 노선이든 운행하는 버스 회사가 단독으로 운행하면 친절한 서비스는 바랄 수 없게 되고
경쟁사가 있어야 자기 회사 버스를 더 많이 이용하게 하려고 승객에게 신경을 쓸 텐데
독점 운행하는 노선의 버스는 선택의 여지 없기 때문에 불편해도 어쩔 수 없이 이용하니 이 하동 노선이 그런 예가 아닐까 싶다.
6월 11일 4시 하동 출발한 영화 여객 부산 31 가 7248번 차량의 그 운전기사 차는 앞으로 절대 다시 타고 싶지 않다.
이렇게 세 번째 1박 2일 지리산 벽소령 산행을 무사히 마쳤는데 네 번째 연하천 대피소 산행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연하천 대피소로 가려면 음정 길을 다시 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뱀사골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 거북이가 뱀사골로 올라가기에는 길이 멀어 어둡기 전에 대피소까지 도착하기에는 무리인 것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정에서 출발해 연하천 삼거리에서 연하천 대피소로 올라가는 3.2km 길이 외져 보였고 길도 가파른 돌계단이라고 해서
요즘에는 혼자 가는 것이 불안하고 주변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게 되어 연하천은 포기하고 다음에 종주 산행을 추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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