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생각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

智美 아줌마 2016. 5. 29. 19:02

이런 날엔 참 서글퍼지고 더 살기 싫어진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 선택으로 인해 살면서 계속 파생되는 원치 않는 삶,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기에 그저 체념하며 산다.

 

내가 원하는 삶은 이내 사라지는 무지개였나? 헛것을 쫓는 신기루였나?

세상을 몰라서 너무 몰라서 그때는 내 선택에도 행복의 꽃밭을 가꿀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 꽃밭은 내가 가꾸기에는 너무 버거운 터전이었다.

 

함께 가꾸면 더 아름다운 꽃밭을 가꿀 수 있었을 텐데, 내가 꽃 한 포기 심어 놓으면

이런 걸 심어서 뭐해? 하고 뽑아 버리는 생각과 가치 기준의 차이

그런 것에서 오는 상실감, 소통되지 않는 단절감이 사는 내내 지치게 했고

살면서 나를 가장 외롭게 했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도 대물림하는가?

자식의 머리가 커지면 어릴 때보다 대화 상대가 되어 더 이해와 설득이 쉬울 줄 알았는데

막상 성인이 된 자식과는 점점 더 소통하기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오늘, 짱구와 그동안 속에 쌓아두었던 속풀이를 한바탕 쏟아내었다.

어떻게 크면 클수록 제 아비하고 그렇게 똑같이 닮아가는지

좋은 것을 닮으면 누가 뭐라나? 살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을 답습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이 보이는 것만 생각하고 그게 다 일 거라는 억지,

곁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그 속에 있는 것을 헤아리지 못하는 좁은 소견

소통되지 않는 대화에 서로 생채기 내는 말만 속사포처럼 뿜어냈다.

 

자식에게 해서는 안 될 말, 마음 아프게 하는 말도 서슴지 않고 뱉어 버리고

내가 아픈 만큼 너도 가슴 찢어지게 아파 봐야지 엄마 심정 헤아릴 수 있을 거라는 억지로

나중에 엄마 이 세상에 없을 때, 가슴 치면서 후회하고 아파하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그렇게 악담을 퍼대지 않아도 엄마 떠나고 나면 후회하지 말라고 해도 가슴 아프게 후회할 텐데

모진 말을 쏟아내고도 짱구 마음 아플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마음이 더 아프다며 외면하였다.

어떻게 자식이 잘못 가는 길인 걸, 힘들고 위험한 길인 걸 알면서도

너 인생이니까 네 마음대로 하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런 만류의 말을 단순하게 반대하는 것으로만 치부하고

그 내면에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왜 헤아리지 못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 내가 깨달은 것처럼 그때가 되어야 알게 될까?

그럼 내 꼴로 살게 될 텐데, 그렇게 후회하며 살게 될 텐데

내 자식은 그렇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인데 현실에 눈이 멀어있어

엄마의 염려나 충고 따위는 귀에 들리지도 않고 가슴에 와 닿지도 않으니 어찌 해야 하나?

 

남들은 요즘 세상에 내 자식만큼 착하고 올바르게 큰 아이들도 드물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나 자신이 생각해도 그렇게 바르게 잘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자식 농사는 내 맘대로 안 되는 거라고 선각자들이 그렇게 말한 대로 나도 겪고 있으면서

자식에 대한 바람과 욕심은 이제 마음 비우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가지 말아야 하는 길을 가겠다고 하는데 너 인생이니까 네 마음대로 살아라.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