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솔직히 아무리 말을 잘한들 빚을 탕감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만큼 말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그런 말이 나왔으리라.
정말 살다 보면 말이 얼마나 중요하고 조심스럽게 잘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말을 잘못하면 살면서 쌓은 덕을 자기가 깎아 먹는다고도 하고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고 하지 않는가.
또한, 같은 말을 해도 상대방이 듣기에 기분 좋게 하기도 하고, 기분 상하게 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품과 처세를 가늠할 수도 있게 된다.
주말에는 늘 싸가지하고 목욕탕을 간다.
주말에 가면 사람이 많아 복잡해서 일요일 저녁 시간이 지나서 가는데
이번 일요일에는 딸의 직장 동료 결혼식이 있어 토요일 저녁에 가게 되었다.
아니, 오늘은 왜 이렇게 사람이 더 많은 거야?
늘 일요일 늦은 시간에 가다가 토요일에 간 것을 깜박하고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의아해하며
빈자리를 찾으러 기웃거려 봐도 빈자리가 쉬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는 중에 마치고 나가는 사람이 있어 다행히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의자며 대야가 부족해 이젠 의자와 대야를 찾으러 돌아다니게 되었다.
그때 어떤 젊은 엄마 옆에 의자 두 개가 있어, 목욕용품이 따로 없어서 빈자리인 줄 알고 하나를 집으려니까
"이거 쓰는 거예요. " 한다. "그래요? " 하며 그 옆에 것을 집으려고 하니까 "그것도 쓰는 거예요. " 한다.
나는 의아해서 "혼자 세 개나 다 써요? " 하니. "네, 다 써요. " 한다.
그 말투가 싸움닭처럼 톡톡 쏘아 붙이는 게 여차하면 싸우자며 들이받을 태세로 말을 하기에
어이없어 하는 중에 이 상황을 보고 왔는지 시어머니 같은 젊은 할매가 손녀 데리고 와서
"우리랑 같이 왔어요. " 한다.
아, 함께 온 다른 가족이 있었구나, 하고 돌아오는데 기분이 여간 나쁜 게 아니다.
"이것도, 저것도 쓰는 거예요. " 하며 톡톡 쏘아붙일 게 아니라 시어머니와 딸이랑 같이 왔다고 하면
기분 상하지도 않고 그러냐고 하며 되묻지도 않았을 텐데
싸움닭처럼 말 품새가 못 된 게 집에서도 시어머니나 남편한테도 저따위로 말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에효 ~ 정말 저런 며느리 볼까 걱정이다. 설마, 싸가지도 밖에서 저렇게 말하려나?
늘 말조심하라고, 예쁘게 말하라고 이르지만, 나야 알 수 없으니 입찬소리는 하지 말아야지.
다시 둘러 보고 의자 하나를 챙겨 자리로 왔더니 싸가지 게 없어 뒤를 돌아보니까 기둥 앞에 하나가 있다.
얼른 가지고 와서 딸을 앉게 했는데 잠시 후, "엄마, 내 의자 어디 갔어? " 하는 말이 들려 돌아보니까
기둥 앞에 밀어 놓은 것이 엄마랑 같이 온 초딩이의 의자였나 보다.
"아이고, 미안해라. 빈 의자인 줄 알고 아줌마가 가져왔네, 하며 되돌려 주려니까
초딩이 엄마가 "괜찮아요, 그냥 쓰세요. " 한다.
미안해서 혹시 빈 의자가 있나 다시 둘러 보는데 그 초딩이도 빈 의자를 찾으러 돌아다니더니
어떤 아기 엄마 의자를 냉큼 들고 가버린다. ㅎㅎㅎ
그때 한쪽에 앉아 씻고 있던 젊은 할매가 의자 하나를 자기 앞쪽으로 당겨 가기에
"그 의자 쓰는 사람이 있어요? " 하니, 없다고 해서 그 의자를 아기 엄마 자리에 갖다 주고는
우리 자리로 돌아와 초딩이한테 "아줌마가 아기 엄마 의자 갖다 주고 왔으니까 편하게 써도 돼, 했더니
멋쩍은 듯이 배시시 웃는다.
앞에 말한 젊은 엄마와 초딩이 엄마,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대처하는 행동거지는 판이하다.
행여 자기 것을 가져갈까 봐, "이것도 써요. 저것도 써요. " 싸움닭처럼 톡톡 쏘아붙이는 젊은 엄마
자기 것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도 눈감아주고는 도리어 그냥 쓰라고 베푸는 초딩이 엄마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성품에 이런 걸 같은 말을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나 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입에서 나가는 좋지 않은 말로 인해서 살면서 쌓은 덕을 깎아 먹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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