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첫눈 오는 날인데 나라 꼴은 왜 이런가.

智美 아줌마 2016. 11. 26. 23:25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의 오늘

가늘지만 하얀 첫눈이 내렸으나 바닥에 닿으면 이내 녹아 비가 온 것 같이 땅이 질척거렸다.

오늘은 오페라 맥베드 공연이 있어 나갔는데 광화문 집회로 인해 공연 시각 1시간은 여유 있게

지하철을 타고 세종문화회관으로 갔더니 인산인해가 따로 없어 놀라웠다.

 

광화문역에 도착해 지하철에서 내렸지만, 출구로 나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사람들한테 갇혀 걷기도 힘들거니와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었다.

집회 참석하러 온 사람들이 밖이 춥고 눈까지 오니까 광화문역 대합실과 승강장에 많은 사람이 들어와 머물고 있고,

게다가 전동차가 도착하면 쏟아져 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난리도 그런 난리는 생전 처음 본다.

춥다고 건물 안으로 들어와 자기 몸 사리는 사람이 왜 나오나 따뜻한 집에 있지. 추울 줄 몰랐나? 그 정도도 못 견디면서.

 

지하철을 타고 오다 보니 5호선과 환승 되는 시내 역에는 서울 메트로 직원들이 나와 푸쉬맨을 하고 있고

유모차를 끌고, 어린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온 사람도 많아

한 사람이라도 중심을 잃든지 넘어진다면 대형 참사는 불 보듯 뻔하기에 밖으로 나가는 동안 심히 걱정되고 불안했다.

 

그동안 국민의 뜻을 충분히 전한 만큼, 이제는 검찰에서 잘잘못을 가려주길 기다렸으면 한다.

나라가 이 지경인데 경악을 금치 못하는 최순실 사태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박 대통령의 하야든 탄핵이든 퇴진이든

정말 절실하다면 어떻게 이 난국이 놀이터가 되고 축제장을 방불케 하는지 나는 이해가 안 된다.

심각해야 할 상황인데 심각성이 결여된 것 같고 남이 하니까 재미 삼아 나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게다가 이 틈을 타서 한 몫 벌려고 촛불이든 먹거리를 팔러 나온 사람들이 즐비하게 거리를 차지하고 있고

소풍 나온 것처럼 음식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나와 여기저기서 둘러앉아 먹고 있는 사람들 곱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누구의 잘못을 따지고 질책하며 벌을 주겠다고 하는가. 자신은 국민으로서 잘하고 사는가.

 

함께 뜻을 모아 투쟁하러 나갔다면 배고픈 게 생각나고 돈 벌겠다고 상행위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뜻을 이루고자 그런 마음으로 나갔다면 앞장서서 외치는 사람들과 일심동체 함께 해야지,

깔깔대고 장난치며 먹거리나 챙겨 먹고 돈벌이나 하러 나간 사람은 남들 나가니까 구경삼아 놀러 간 것밖에 더 되는가. 

나는 앞장서서 목이 터지라 외치는 사람들과 그렇게 함께하지 못하기에 그들과 함께하겠다고 나가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처럼 구경이나 하고 배나 채우고 돈벌이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나라냐고 분노를 외친다면서 집회 참여한 것이 무슨 문화 행사 참여한 것처럼

집회 참석해서 기념 촬영했다고 SNS에 올리니 참으로 어이없다. 

외국인이 볼 때는 무슨 행사 같이 느껴져 인증 샷을 하고 기념 촬영을 한다면 남의 나라 일이니까 그럴 수 있다지만,

내 나라가 이 지경인데 이 난리가 무슨 기념 촬영할 일인지 참으로 아연실색하지 않는가.

 

그렇게 어렵사리 밖으로 빠져나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들어가니까

추위를 피해 세종문화회관 안으로 많은 사람이 들어와 있어 공연장이 어수선한 데다가

여기서까지 먹거리를 펼쳐 놓고 먹는 사람들, 비싼 돈 내고 공연 보러 가서 이런 행태를 보니까 불쾌하기 짝이 없다.

 

밖에서는 목청을 높여 투쟁하는데 자신들은 춥다고 따뜻한 곳으로 들어와 배나 채우고 있다니,

그럴 바에 따뜻한 집에서 편히 밥이나 먹고 있지 왜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학창시절 교련 시간에 비가 온 날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훈련 지도 선생님께 비온다고 교실로 들어가자고 말했다가

비온다고 전쟁 안 하고 눈 온다고 휴전하느냐고 야단치시고 전교생이 비를 맞으며 엎드려뻗쳐 벌선 적이 있다.

그 말씀이 평생 살면서 잊히지 않고 투쟁을 해야 할 때는 몸 바쳐 마음 바쳐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기에 집회 참석하러 나가지 않는 것이다.

 

이 게 나라냐고, 어찌하여 나라가 이 꼴이 되었냐고 분노한다면 그런 행위는 하지말아라.

집회 참여하지 않고 집에 있다고 분노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잘못을 눈감아주는 것도 아니다.

권력 앞에서 손바닥 부비고 권력에 장단 맞춰 놀아 나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사람들을 어찌 용서가 되겠는가.

 

하지만, 그들의 잘못만 질책하지 말고 자신은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잘 가려 하며 사는지도 돌아보라.

그들의 잘못에 나 또한 기가 막히고 기막혀, 개탄스럽고 온종일 뉴스에서 떠들어대기에 멘붕 상태이지만,

그러잖아도 불온집단들이 호시탐탐 사회를 어지럽히려 드는데 이 틈을 노려 더 시국을 어지럽게 할까 걱정이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우리나라에 끼칠 영향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고

북한은 북한대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집단인 데다가

중국과 일본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를 조이는데 계속 나라를 어지럽게 할 수 없지 않은가.

박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그 후 공백 기간에 빚어질 후폭풍은 어찌 감당해야 하겠는가.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가 불안한 위치에 처해 있는데 나라 꼴이 이러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국민의 뜻을 전했으니 검찰에서 명백하게 수사하여 결판이 나기를 기다렸으면 좋겠다.

이렇게 계속 투쟁하겠다고 거리로 몰려나가는 것은 나라에 도움이 안 되고

더 어수선해져서 도리어 불안한 행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글을 쓴다고 돌 맞을지는 모르지만, 언론의 자유가 있는 만큼 내 생각을 쓴 것뿐이고

내가 이런 시대에 살았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서이니 내 글에 딴지 걸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