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건망증이 중증이다.

智美 아줌마 2016. 12. 6. 04:06

우리 집은 매일 찻물이나 보리차를 끓여 놓고 먹어서 매일 1ℓ 이상의 물을 끓이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냄비에 물 끓인다고 올려놓고 물이 다 졸고 있는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자꾸 깜박깜박해서 스스로 자책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이 탓이라며 나 자신을 위로하기도 하지만,

한동안 덜 그런다 생각하고 지냈는데 요즘 들어 또 건망증이 도져 매일 반복하며 실수 연발이다.

 

나, 자꾸 왜 이러나? 건망증도 도가 지나치면 치매 초기 증상인가?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니까 다행히 건망증과 치매는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사람의 세포는 20대를 넘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위축되고 건강을 잃어 가는데

그 노화로 인해 서서히 뇌세포가 파괴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 건망증이라고 한다.

 

흔히 친구들이 모였을 때 깜박 잊어 실수하면 나이 탓이야, 누구만 그러는 게 아니야

우리 나이가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다 깜박깜박해, 라고 하면서

실수한 친구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 말에 서로 위안이 되어주기도 하는데

우리가 자꾸 깜박깜박하는 게 뇌세포가 늙어 생기는 증상이라고 하니 정말 나이 탓이긴 한가 보다.

 

그런데 반복적으로 자꾸 실수하는 나 자신이 가끔은 나이 탓이라고만 돌리기엔 서글플 때가 있다.

지금은 좀 무디어졌지만, 나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어쩌다 실수라도 하면 실수한 나 자신이 이해가 안 되어 몇 날 며칠을 속앓이하곤 했는데

나이 들면서 자꾸 깜박깜박하고 실수를 반복하다 보니 체념이랄까? 무디어져서일까?

아무튼, 전과같이 소소한 것에는 속앓이는 하지 않지만, 가끔은 실수하며 늙어감이 서글퍼진다.

 

오늘도 물이 졸은 걸 확인하고 물을 더 채워 놓고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잠시 외출하려고 아침에 커피 마신 컵을 싱크대에 갖다 놓고 나가려고 들고 갔더니

뭐여? 가스레인지 불이 꺼지지 않고 여태 불이 켜있으면서 물은 또 반이 졸아있는 게 아닌가.

커피 마신 컵을 책상 위에 그냥 두고 나갔다면 어떻게 될 뻔했겠는가.

에효 ~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생각조차 하기 끔찍한 일이 벌어질 뻔하지 않았는가.

 

며칠 전 새벽 3시 반이 넘어 화장실을 갔는데 하수구에서 메케한 냄새가 올라와서 밖으로 나가 보니까

아래층 할매가 그 야심한 시간에 뭘 해 드시려 했는지 연기가 펄펄 나는 프라이팬을 들고나오시는 게 아닌가.

어이 구야, 이 시간에 노인네가 잠 안 주무시고 뭘 하신다고 저렇게 태워 남의 집까지 탄 냄새가 올라오게 하고

건물 복도에 연기와 냄새로 가득 차게 하느냐고 구시렁거리며 내려가 건물 현관문을 활짝 열어 놓고 들어왔는데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자칫 내 집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를 태울 뻔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맨날 깜박하고 불 위에 뭘 올려놓고 태우고 졸이는 날 보고 밴댕이는

타이머를 사다 달아라, 알람을 맞춰라, 잔소리해서 알람을 맞춰야겠다, 눈 앞에 메모를 해놔야겠다 생각하지만,

타이머든 알람이든 맞추는 것 조차도 잊어버리는데 그걸 기억한다면 냄비에 올려 놓은 것을 잊겠는가.

어찌 되었든 나이 탓이든 뭐든 대책을 세워야겠다. 어떻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