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연 나들이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

智美 아줌마 2016. 12. 11. 01:50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을 보고 왔다. 날짜와 시간이 맞지 않아 지난번에 미루다 못 보게 된 동주를 보러 간 오리역 CGV로 가서 보려고 예매해 뒀는데 예매한 날짜 이틀 전에 다시 검색하니까 성신여대점 CGV에서 상영한다고 올라와 있었다. 다행히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성신여대점 CGV에서 미스사이공을 보게 되었으나 대학로 CGV보다 스크린이 작아 다이나믹한 느낌이 적어 아쉬웠다. 요금은 2만 원으로 가장 비싼 영화를 보게 되었으나, 그래도 영화관에서라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미스 사이공, 비극의 시대를 살게 한 전쟁, 그 전쟁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많은 사람이 슬픈 역사의 주인공이 된 월남전, 우리나라와도 무관하지 않은 월남전은 먹고 살기 위해,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우리나라 사람은 돈벌이로 나간 전쟁터였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울컥 목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의 사고로 뜻하지 않게 아버지를 잃게 된 우리 가족, 그로 인해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우리 오빠, 우등생이었던 오빠가 동생들 뒷바라지하겠다며 고등학교 다니던 학업을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아버지의 사망 충격으로 몸져누워 병원에서도 가망 없다는 엄니, 줄줄이 동생 셋을 거두게 된 우리 오빠, 혼자 직장 생활하며 번 월급으로는 동생들 공부시키기 어렵다며 갓 스무 살이 넘었을 때 오빠는 월남전에 참가하겠다고 했다. 다른 집은 대개가 장남 공부 시키려고 동생들을 희생시키는데 우리 집은 철이 너무 일찍 든 장남이 희생하고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였다. 그 말에 엄니는 대성통곡하며 말렸고 동생인 우리도 공부 안 하겠다고 그러니 가지 말라고 울며불며 말렸다. 지금도 그때 모습이 눈에 선해서 눈물이 핑 돈다.

 

6.25 전쟁을 치른 우리나라, 월남전을 치른 베트남, 무책임하게 내질러졌던 라이따이한과 부이도이, 튀기(아이노코)는 전쟁의 잔류물로 남게 된 비극의 씨앗이다. 학창시절 이웃에 일명 양색시 생활을 하던 계집아이가 있었다. 나보다 두 살인가 아래였던 그 계집아이는 어느 날 혼혈아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옹색한 살림이라 입 하나 덜어야 했던 그 집은 양색시라고 손가락질받으며 한 푼씩 건네주고 가는 딸의 몸값으로 근근이 먹고살았으나 어차피 몸 버린 딸년을 어찌할 처지가 아니었기에 억장이 무너져 동네가 떠나가도록 난리를 치고 통곡을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생활이었다. 그때만 해도 혼혈아는 사람 대접받지 못하는 시절이라 미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를 튀기라고 칭하고 혼혈아를 보게 되면 철없는 동네 아이들은 튀기라고 놀리며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쫓곤 했다.

 

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태어난 게 잘못인가? 어른의 잘못으로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죄인이 되어버린 삶, 미스 사이공은 전쟁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게 된 비극적 결말이지만, 이 시대에도 끝나지 않은 전쟁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다. 라이따이한과 부이도이 그리고 튀기라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자수성가하여 잘 된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도 녹록하지 않은 삶의 무게가 그들을 힘들게 하고 있을 테니까. 정말 전쟁은 해서 안 되는데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전쟁하고 있으니 언제쯤이나 평화로운 지구가 될 수 있을까.

 

『라이 라이 라이 라이 라이 라이 라이 라이 라이 라이 종이연 날리자 하늘 끝까지 내 손이 안 닿아도 구름 위까지, 간밤의 어머니 돌아오질 않고 편지만 뎅 그마니 놓여 있는데, 그 편지 들고서 옆집 가보니 아저씨 보시고 한숨만 쉬네. 아저씨 말씀 못 미더워도 헬로 아저씨 따라갔다는데 친구도 없네. 무얼 하고 놀까. 철길 따라서 뛰어나 볼까. 철길 저편에 무슨 소리인가. 하늘나라 올라갈 나팔 소리인가. 종이연 날리자 하늘 끝가지 내 손이 안닿아도 구름 위까지. 라이 라이 라이 라이 라이 라이 라이 라이 라이 라이 』 김민기의 종이연인데 지금은 원제 혼혈아로 불리고 있는 노래다.

감독 : 브렛 설리반 출연 : 알리스태어 브래머(크리스), 에바 노블자다(킴), 홍광호(투이)

전쟁이 만든 거대한 운명의 대서사시!
온몸을 휘감는 감동의 무대를 스크린 최초로 만난다!

1975년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미군 크리스(앨리스테어 브라머)는 클럽 ‘드림랜드’에서 전쟁고아 킴(에바 노블자다)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1978년 호찌민 정부가 들어서고 미군이 급히 철수하게 되면서 크리스는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킴은 베트남에 홀로 남겨진 채 아들 탬을 낳게 된다. 한편, 킴의 약혼자였던 투이(홍광호)는 호찌민 정부 위원이 되어 반역자로 몰린 킴을 찾아와 결혼을 강요하지만, 킴이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자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1975년 4월 베트남전쟁에 참여한 미군 병사 크리스는 사이공의 한 술집에서 킴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킴을 어릴 적부터 사랑하고 부모님이 정해준 약혼자 투이가 찾아와 크게 항의한다.

 

1978년 호찌민 정부가 들어서고 급박하게 미군이 철수하자 크리스는 킴과 함께 미국으로 가려고 하다가 아비규환 속에 결국 킴은 미국행 헬리콥터를 타지 못하고 둘은 헤어지게 된다. 관료가 된 투이는 반역자로 몰린 킴을 찾아와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호소하는데 킴은 크리스의 아들을 밝히고 이를 거절한다. 투이가 크리스의 아들을 죽이려 하자 킴은 투이를 사살하고 방콕으로 도망간다. 전쟁이 끝나고 우연히 방콕에서 킴의 행방을 알게 된 크리스의 동료 존이 이 사실을 크리스에게 알린다. 이미 미국에서 결혼한 크리스가 부인과 함께 킴을 찾아 방콕으로 간다. 크리스의 부인을 본 킴은 좌절하여 삶의 의욕을 잃고 아들 템을 위해 자살하고 크리스는 아들을 데리고 떠난다.

 

 

 

1985년 한 잡지에 공항에서 생이별하는 베트남 여인과 혼혈 소녀의 모습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푸치니의 ‘나비부인’ 배경을 베트남전으로 바꿔 만들었다. 뮤지컬 빅 4를 모두 제작한 카메론 매킨토시와 작곡가 클로드 숀버그, 작사가 알랭 부빌이 만들었는데 이들은 이 전에 레미제라블도 함께 만들었다. 미스 사이공’은 1989년 9월 20일 영국 런던에서 초연됐으며 이후 1999년까지 총 4263회 공연을 가졌으며, 21개 기획사가 19개국 138도시에서 공연하며 뮤지컬 빅4로서의 명성을 쌓은 작품이다. 세상의 마지막 밤 (Tht Last night of the world)'과 '해와 달' 등은 히트 뮤지컬 넘버로 사랑받고 있다. 2014년에 웨스트 엔드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25주년 리바이벌 프로덕션이 다시 올라왔고, 9월 22일 25주년 기념 갈라 공연이 열렸다.

 

첫 무대 드림 랜드에서 엔지니어와 무희들

창녀로 나오는 이 배우 정말 노래를 잘 부른다. 가히 가창력이 울트라캡숑이다.

킴과 크리스가 첫날 함께 보내는 장면

킴과 크리스의 결혼식에 찾아온 투이(홍광호)

미군 철수 중의 킴

미스 사이공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장면은 바로 실제 크기와 똑같은 헬기가 등장, 크리스와 킴이 헤여지게 되는 장면

 

킴 역으로는 한국인 배우 이소정이 1994년 브로드웨이에서 제 9대 킴 역할을 맡아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레아 살롱가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연기했던 킴도 굉장히 호평을 받고 있다. 이소정 역시 한국인으로써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다는 점 때문에 그녀의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게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뉴질랜드 프로덕션의 뉴질랜드 교포 박지현, 미국 시카고 프로덕션의 신혜지 등이 해외에서 킴 역을 맡았으며 그 외에도 2007년 일본 프로덕션에서는 재일교포인 성선임이 킴 역을 맡아 열연했다.

 

베트남전을 상징하는 소총부대, 거대한 호치민 흉상

 

2014년 영국 웨스트엔드 25주년 프로덕션에서 한국에서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맨 오브 라만차 등의 주연을 맡아온 뮤지컬 스타 홍광호가 투이 역을 맡았다. 한국에서도 가창력으로는 국내 최고라는 평을 들은 홍광호가 많은 호평을 받았고,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가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악역으로 많이 그려져왔던 투이라는 캐릭터에 진정성과 당위성을 불어넣은 것으로 크게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홍광호의 뒤를 이어 투이를 맡은 배우는 다름아닌 위키드와 레미제라블로 유명한 조상웅이 캐스팅이 되었다.

 

 

투이는 초연때에 비해 착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캐릭터로 대본이 좀 바뀌었다고 한다. 웨스트엔드 초연때만 해도 소유욕이 강하고 거친 성격의 역이었으나, 바뀐 대본에서는 킴에 대한 순정을 간직하고 있는 캐릭터로 나온다. 월맹군의 장교가 되어 킴을 찾아와 킴의 사랑을 호소하다 거절 당하자 킴의 아들 탬(크리스의 아들, 부이도이)을 데리고 협박하다가 결국 킴의 총에 죽게 된다.

 

악몽을 꾸며 괴로워하는 크리스와 미국 부인 엘렌 그리고 사이공에서 크리스를 기다리며 오열하는 킴

본 공연이 끝난 후 인터미션 5분 후, 약 30분분량의 특별 공연 갈라쇼

 

엔지니어 역의 경우 처음에는 주인공이 아니었는데 중후반부터 주인공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비중이 큰 캐릭터를 진 주인공이라 한다. 엔지니어 또한 전쟁의 피해자. 아빠는 프랑스인이었고, 엄마는 창녀. 엄마에게 손님을 물어다 주는 삐끼 생활을 전전했기 때문에 그에게는 순수하게 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가 부르는 넘버 "The American Dream" 역시 밝고 신나는 멜로디와는 대조되는 슬픈 노랫말로 되어있다.

 

 

2014년의 엔지니어(존존 브라이언스)와 1988년의 엔지니어(조나단 프라이스) 거지도 흥청망청 써 댄다는 아메리칸 드림. 전화만 걸면 미녀가 달려오고 맥주는 버리고 샴페인을 마시는 아메리칸 드림. 가슴도, 거시기도 커지게 만들어 준다는 아메리칸 드림. 대머리도 머리를 심어준다는 아메리칸 드림. 2014년 엔지니어의 노래에 25년전의 엔지니어는 그건 거짓말이었어,라고 자신의 대머리를 가리켜 웃음을 줬다.

 

 

25년전 미스사이공 초연 킴 역의 레아 살롱가는 필리핀 출신으로 외모도 아시아계라서 배역을 소화하는 데에 아무 걸림돌이 없는 줄만 알았는데 영국이나 미국 국적이 없으면 안 받아준다는 논리 때문에 북미 지역 배우들을 대상으로 킴 역 오디션을 또 치러야 했다. 그런데 레아 살롱가만한 역량을 가진 배우가 미국과 캐나다에는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레아 살롱가의 브로드웨이 입갤을 허락했다고 한다.

 

25년 전 미스 사이공 초연 킴 역의 레아 살롱가와 크리스 역의 사이먼 보우먼.

드림 랜드의 창녀로 나오는 이 배우(왼쪽)는 정말 가창력이 뛰어났는데 이름이나 개인 정보가 없어 아쉽다.

갈라쇼 중에 공연장 관객들 처럼 늘 공연 보러 가서 커튼롤 때 힘껏 박수를 친 것 같이 박수를 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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