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화 물숨을 보고자 검색하니까 CGV 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에서 상영 중이었다. 멀지 않고 전철 한 번 타고 가면 되니까 명동 가서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다가 어제 갈까 하고 예매하려니까 얼레? 그사이 종영되고 압구정 CGV에서 상영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상영 시간이 뭐 그러냐, 토요일과 일요일만 상영하는데 조조 09시와 8시 50분 1회씩만 상영한다고 되어있다. 아이고 ~ 영화 한 편 보려고 꼭두새벽부터 설쳐야 하지 않는가. 또 다른 지역에서 상영하지 않을까 하고 오늘은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을 대학로 CGV에서 보고 왔다.
영화 상영 시간이 되어 입장 가능하다고 해서 들어갔더니 어두 컴컴한데 아무도 없다. 얼른 되돌아 나와 직원한테 불을 켜줄 수 없느냐고 물으니 켜주겠다고 했지만, 조금 더 있다가 광고 영상을 켜면 들어가겠다고 하고는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설마, 나 혼자 보게 되는 것 아냐? 요즘 사람들 너무 자극적인 영화에 길들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는 인기 없던데,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상영 시간이 임박해 지니까 한 사람, 두 사람씩 들어오고 뜻밖에 여러 사람과 함께 보게 되었고 영화가 끝났는데도 급히 일어나는 사람도 없이 자막이 거의 다 올라올 때까지 앉아있었다.
보험 회사의 어마어마한 보상 문제가 걸려있다 보니 한 사람의 사상자 없이 모두 생존하는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장과 부기장은 죄인이 되듯 관련자들에게 문책을 받고 시달려야 하는 장면을 보니까 당사자와 가족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들의 마음에 공감이 가서 가슴이 짠했다. 7년 전의 일이니까 그 기장님과 부기장님은 정년 퇴임을 하지 않았을까. 그들의 앞날에 늘 행복한 날만 있기를 빌어 본다. 아, 설리 기장 역을 연기한 톰 행크스 정말 멋있었다. 부기장 제프를 연기한 아론 에크하트도 인상 깊었고.
7관이 있는 3층으로 내려가니까 포토존이 있다. 직원한테 한 컷 찍어달라고 할 걸 그랬나?
2009년 1월 15일, US항공 1549편 여객기가 새떼와 충돌하여 양쪽 엔진에 손상을 입어 허드슨강에 비상 착수했다. 비행기의 운전을 맡은 설리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당황한 승객들을 안정시키면서 무사히 비행기 밖으로 탈출시켰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장소에 있었다”는 대사처럼 직업윤리와 프로정신을 가진 이가 얼마나 좋은 리더인지에 대해 가슴 저리게 보여주었다. 국가운수안전위원회는 탑승객 전원이 생존했지만 설리 기장의 선택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는지를 되짚는다. 컴퓨터와 조종사들의 가상 시뮬레이션과 당시의 조종실 녹음 내용을 확인한 후 설리 기장은 부기장과 함께 “우린 할 일을 했어”라며 확신을 갖게 되는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소명의식이 만들어낸 기적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장면이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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