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연 나들이

8월 온쉼표, 8월의 크리스마스

智美 아줌마 2016. 8. 31. 20:55

8월 온쉼표 공연은 기부 콘서트로 계란을 가지고 가서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갖자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기회는 늘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린 살면서 늘 깨닫게 되지만, 그 기회를 대부분 놓치고 사는 게 우리다. 학창시절 나는 기독교 학교에서 성장하여 4월에는 부활절, 11월에는 추수 감사절 예배를 드렸는데 그 기념 예배가 있는 날에 부활절에는 색 계란을 만들어 가고 추수 감사절엔 과일이나 채소를 가지고 갔다. 부활절이 다가오면 계란을 사서 식용 색소를 넣고 터지지 않게 굴려가며 고운 색을 입혀 삶아서 가지고 갔고 추수 감사절에는 그 무렵이 김장하는 시기라 엄니께서 늘 가장 크고 좋은 배추 한 통을 골라 챙겨 주셔서 학교에 가지고 갔다.

 

다른 학생들은 무겁다며 사과나 배 하나씩을 가지고 왔지만, 모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보육원 송죽원에 모은 배추, 무로 김장거리를 보내는 것을 알기에 난 늘 무거워도 배추를 가지고 갔다. 감사 헌금을 낼 때도 엄니께서 가장 깨끗한 돈을 골라 주시면 난 다림질하여 봉투에 담아가곤 했는데 가슴 한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수학 선생님께서 추수 감사절 날에 수업을 들어오셔서 하신 말씀이 늘 잊히지 않는다.

 

"기회란 늘 주어지는 게 아니란다. 내가 누구를 도와주고 싶을 때 무 하나, 배추 한 통을 가지고 누구를 도와줄 수 있겠니? 이렇게 작은 것을 모아 남을 도와주게 되면 작은 정성이 큰 정성이 되어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으니까 이렇게 무 하나, 배추 한 통, 사과 한 개로 남을 도와줄 수 있을 때 귀찮다고 무겁다고 외면하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가지고 와서 함께 하길 바란다."

 

그렇다. 사과 하나 달랑, 배추 한 통을 가지고 가서 "이거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십시일반 작은 정성을 모으면 어려운 이웃에게 더불어 나눔을 가질 수 있는데 이렇게 작은 정성으로 남을 도울 수 있을 때 함께하면 좋겠다. 아, 그런데 떡 갖다 주려고 장충동에서 고흥 언니를 만난 후, 바로 세종문화회관으로 가는 바람에 계란 준비해가는 것을 깜박 잊고 말았다. 세종문화회관 뒤에 있는 경희궁 아파트에 친구가 살고 있어 그 지하에 농협 하나로 마트가 있는 것을 알기에 시간이 넉넉하니까 가서 사올까? 했더니 다행히 계란 준비를 하지 못 한 사람을 위해 기부금을낼 수 있게 준비를 해줘서 8월엔 혼자 공연을 보게 되어 이틀 공연을 신청한 상태라 오늘, 내일 몫의 계란 값을 기부하였다.

 

장충동 갔다가 5호선 전철을 타고 광화역에 내려 세종문화회관으로 가는 길에 있는 종합 청사 울타리의 태극

늦은 찔레

세종문화회관 옆의 세종로 공원

 

다른 공연 날과 다르게 계란 기부 콘서트 알림 디스플레이를 많이 해놓았다.

어? 삼대 천왕 백 쉐프의 사인도 있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로비에 진열되어있는 계란들

 

 

 

계란을 준비하지 못 한 관객이 기부할 수 있는 코너, 하얀색 공은 천 원 기부, 주황색 공은 5천 원 기부, 그런데 천 명이 넘는 관객 수에 비해 기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천원으로 좋은 공연을 보는데 보답하는 의미에서라도 천원이라도 기부하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이다.

 

예쁜 싼타 아가씨들이 진행을 돕고 있고

계란 인형을 쓴 행사 도우미도 있다.

난 30일, 31일 이틀 공연을 보러 가서 5천 원 하는 주황색 공 두 개를 기부하였다. 인증 샷!!

산타 아가씨가 인증 샷 사진도 찍어줬는데 무안, 담양 여행 때 무리를 했는지, 여독이 풀리지 않아 아직도 얼굴이 푸석푸석하다.

 

와 ~ 8월의 온쉼표 타이틀 이미지가 무대에 있네. 예쁘다.

 

가요 무식이 여기서도 들통났다. 이한철이 누구지? 아티스트 소개 글이 있지만, 누구인지 난 몰랐는데 "괜찮아, 잘 될 거야. " 이 노래를 부른 가수라고 해서 아, 그 노래를 부른 가수야? 그 노래 제목이 슈퍼 스타라고 했다. 이한철의 음색이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졌다.

 

 

8월 온쉼표 공연 추첨에서 떨어져 잔여석 예매로 신청하게 되었는데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그나마 2층 왼쪽 맨 구석 자리를 앉게 되었는데  앞에 나온 필로멜라의 브라질 노래, 라 이슬라 보니따의 쿠바 음악도 듣기 좋았지만, 이한철의 파워플한 무대가 정말 멋있어서 마지막 앙콜곡 부를 때 슬쩍 찍었다. 그런데 난간이 있어 보기 안 좋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급하게 잘 찍혔다. ㅎㅎㅎ

 

열창을 하는 이한철 아티스트

 

 

정말 멋지고 만족스러운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세종대왕님을 한 컷 찍고 가는데 무슨 날씨가 이리도 변덕스러운지, 불과 몇 시간 하루아침에 불볕 폭염이 사라지고 기온이 뚝 떨어져 버스 타러 가는데 어찌나 추운지 덜덜 떨려서 은행 CD 부스에 들어가 있었다. 지구 온난화다, 이상 기온이다, 지구가 아프다 못해 미쳐가고 있나 보다. 그러니 아직도 푹푹 더워야 할 8월 말에 추워서 떨게 되니 말이다. 이렇게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농작물에 좋지 않을 텐데 예년의 기온으로 돌아가 일상이 평온해지면 좋겠다.

 

 

 

둘째 날 공연을 가니까 어라? 무대에 아직 8월 온쉼표 타이틀 이미지를 켜놓지 않았네. 잊을리는 없겠고, 문제가 생겼나 보다. 공연 내내 어제와 같이 타이틀 이미지가 나오지 않았고 영상이나 조명도 어제보다 덜 예뻤다. 담당 직원들 초 긴장하며 공연을 진행했겠다.

 

 

둘째 날에는 2층 가운데 맨 앞줄에 앉게 되었는데 마지막 앙코르 공연 때 얼른 한 컷 찍었더니 이런 ~ 난간을 피해 찍었어야 했는데 급히 찍느라 난간에 걸려 버렸다. 하모니카의 전재덕, 앞을 보지 못하는 아티스트인데 정말 대단하다. 하모니카 연주 실력이 상상초월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극찬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왼쪽에서 두 번째 흰옷 입은 사람인데 인사할 때 찍혀서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기타 실력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대단하였다. 정말 저 정도 실력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했겠는가. 손끝이 다 헤지고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며 실력을 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에서 기타 정말 잘 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아이고 ~ 한 컷 더 찍으려니까 순식간에 자리 이동을 해버렸네.

둘째 날 공연을 마치고 나와 세종문화회관 야경을 찍었다. 오늘은 긴소매를 입고 나왔더니 어제 보다 기온이 높은지 어제같이 춥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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