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예매해 둔 "대한민국 발레 축제" 공연 보러 예술의 전당을 다녀왔다.
일정표를 보면서 14일 토요일에 발레 보는 날이라는 것을 수시로 확인해두고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오늘 아침 일찍 잠이 깨어 스마트폰을 뒤적뒤적
얼레? 오늘 오후 2시 발레 공연 보러 가는 날인 걸 깜박 잊고 있었네.
지난번에도 발레 돈키호테 예매한 것을 깜박 잊고
그 날 담지 않아도 되는 김칫거리를 재래시장 가서 사 와서 김치를 담고
이것저것 밑반찬까지 만들고 난리 부루스를 치며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밤이 되어 다 치우고 허리 편다며 소파에 누워 있다가 불현듯
"아차, 발레. . . 나 미쳤나 봐. 오늘 온종일 내가 뭐한 거야?
그러나 때는 늦었으니, 정말 어이없고 내가 어쩌다 이런 실수하는지 머리에 쥐났었다.
그런데 오늘 또 그런 실수를 할 뻔했지만, 다행히 아침에 확인되어
무사 ~ 히 발레 축제 공연 보러 가게 되었는데
남부터미널역에 도착해 내린 사람들이 계단으로 몰려 올라가는 한쪽에
어떤 할배가 작은 밥상만 한 상자 두 개를 묶은 것을 바닥에 놓고
사람들이 다 올라가기를 기다리고 서 계시는 것 같았다.
젊은 사람도 짐들고 계단 올라가려면 힘든데 노인네가 어찌 저런 짐 들고 가시는지
"할아버지, 올라가실 거죠? " 하니 그렇다고 하시기에
"제가 위에까지 들어다 드릴게요." 하고 들고 올라가는데
무게도 제법 무겁지만, 바닥에 상자가 닿아서 나도 낑낑대며 들고 올라갔다.
"할아버지, 어느 쪽으로 나가실 거예요. " 하니 남부터미널에 부치러 가신다고 하셔서
이왕 들어다 드리는 거 터미널까지 들어다 드리자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젊은 나도 아이고 ~ 힘들어라, 말이 절로 나오고
과장해서 내 키 반밖에 되지 않는 작은 체구에 게다가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시는 분이
어떻게 이 짐을 들고 오셨는지 참으로 대단하시다.
나는 짐 들고 낑낑대며 계단을 올라가고 할배는 난간 잡고 겨우겨우 따라 올라오신다.
당신이 들고 가시겠다고 하셨지만, 젊은 내가 힘들어도 들고 가는 게 낫지.
그렇게 터미널 대합실까지 들어다 드리고는 다음엔 엘리베이터 타는 위치 알아두셨다가
엘리베이터 타고 다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예술의 전당으로 가는데
팔이 뻐근하고 바닥에 닿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옆구리도 조금 결렸다.
얼마 전에도 고사리 뜯어 올 때 무거운 짐들고 오느라 손목 아파서 며칠을 고생해 놓고도
정말 오지랖이 하늘을 찌르지, 내 몸 상하는 건 생각 않고 늘 남을 챙기니 참으로 내 몸이 고달프다.
'내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일 다 참견하고 산다. (0) | 2016.05.18 |
---|---|
나 자꾸 왜 이러니? (0) | 2016.05.16 |
이건 아닌데 (0) | 2016.05.11 |
이런 게 성추행? (0) | 2016.05.10 |
작은 것에서 오는 행복 (0) | 2016.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