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청양 가서 얻어온 고사리 데쳐 말린다고 옥상에 올라갔더니
화분마다 닭의장풀 새순이 엄청 올라와 있다.
전에 살던 이웃이 깻잎이며 부추며 심어 먹던 화분이었는데 이 높은 곳까지 어떻게 왔을까?
지난가을에 우엉 썰어 말린다고 올라갔더니 닭의장풀이 얼마나 많이 자라고 있는지
옥상이 닭의장풀 정글이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생각나서 옥상에 올라가 마른 수풀을 다 걷어내고 보니까
그 속에서 부추와 돌나물이 연둣빛을 뽐내며 자라고 있어 땄더니 한 끼 반찬 해 먹을 양으로 충분했다.
작년엔 들깨가 올라와 자라고 있어 서너 번 깻잎 따다 먹었는데 올해는 들깨는 올라온 게 보이지 않아
내려와서 싸가지한테 들깨 모종 몇 포기 사다 심을까? 말은 했지만,
에구 ~ 그냥 편하게 먹고 살지 허리 아파 dg겠다고 하면서 일을 만들려고 하는지. ㅎㅎㅎ
그래서 화분에 있는 닭의장풀 새순을 똑똑 따고 작년같이 수풀이 우거질까 봐 다 뽑아 버렸는데
더 자라면 한 번 채취하고 뽑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딴 새순을 씻어 말려 차로 끓여 먹어야겠다 하고 손질을 했는데
닭의장풀 차는 특이한 맛이 없다고 해서 구수한 맛이라도 나게
찻잎 덖듯이 세 번을 중불에서 덖었더니 묘한 향기가 독특하게 난다.
동의보감에 당뇨, 이뇨작용, 소염제로 쓰이고, 급성 열병, 콩팥 염, 요도염, 순 염증에도 사용되었으며
베인 상처나 뱀에 물린데, 종기가 생긴 부위에 잎을 갈아서 붙이기도 하였는데
신경통이 있을 때는 꽃잎을 따서 그늘에 말린 것을 차로 마시거나 물에 띄워 그 물로 목욕하였다고 한다.
닭의장풀은 순한 성질의 식물로 많이 먹어도 해롭지 않아 나물로 차로 상시 먹어도 괜찮다고 한다.
파란 꽃잎은 염색 재료로 사용하였고 방사능 지표식물로 알려져 러시아에서는 방사능 시설 주변에 심어
꽃 색깔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이 방사능 오염 여부를 미리 체크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식물인데 덤불져 지저분하다는 생각에 홀랑 뽑아 버렸으니
싸가지 말대로 다시 심어 놔? ㅎㅎㅎ
그렇게 새순 따다 말리고 덖어 놓으니 앞으로 차 끓여 먹을 생각을 하니까 뿌듯하다.
이렇게 작은 것에서 오는 행복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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