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오지랖도 병이지 싶다.

智美 아줌마 2016. 4. 27. 20:26

순천 여행을 다녀오면서 일이다.

순천역에서 19시 37분 출발하는 기차 시간에 5분 늦게 도착해서 다음 KTX를 타기 위해 1시간 50분을 기다려야 헸다.

그 참에 저녁도 먹고 커피 한 잔도 하면서 기다리긴 했지만. .  .

 

어찌 되었든 다음 ITX새마을호가 7시54분에 있었으나 소요 시간이 무궁화호와 별 차이가 없어 0시 4분에 용산역에 도착한다.

그래서 서울 도착해서 전철을 타려면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는 21시 27분 출발하는 KTX를 타자 했다.  

원래 계획은 기차 시간이 어중간하면 시내 구경하다가 11시 45분 출발하는 무궁화호 야간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송광사에서 순천역 오는 중에 비가 내려 바로 서울로 올라오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요리 재고 조리 재고 KTX를 타고 11시 53분에 용산 도착,

도착하자마자 바로 1호선 전철 승차장으로 이동, 1호선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서 당고개행 4호선으로 환승을 했다.

늦은 시간에는 당고개 종점까지 가는 전철이 끊기면 한성대 역까지 가는 전철을 타는 조금 번거로움이 있어

당고개행 전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거금 들여 KTX를 탄 것인데

에효 ~ 이 오지랖 때문에 그렇게 4호선까지 잘 타고는 버스가 끊겨 택시를 타는 상황을 만들게 된 것이다.

 

4호선으로 환승하니까 여기저기 빈자리가 있었다.

어느 자리에 앉을까 하고 휙 둘러 보는데 출입문 앞 좌석에 어떤 아가씨가 자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가다가 깨울 생각으로 그 아가씨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된 것이다.

"아가씨, 아가씨 어디까지 가요? "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술에 취해 잠이 들은 상태라 요지부동이었다.

 

큰일 났네. 내릴 때는 다가오는데 그 아가씨는 스마트폰이며 지갑까지 의자 옆에 떨어져 있고

깰 생각을 하지 않으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혹시 지하철 내 신고 전화번호가 어디 있을까 하고 둘러 봐도 그 칸에는 그런 전화번호 하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지하철 안에는 다른 아가씨와 중년 아짐 한 사람, 나머지는 다 남자 승객이어서

행여 이 아가씨가 범죄의 표적이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112에 전화해서 상의를 해보자고 112에 전화를 했다.

"아저씨 지금 4호선 당고개행 지하철을 타고 성신여대 역을 지나고 있는데

아가씨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으로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옆에 스마트폰이랑 지갑까지 놓여 있고 저는 쌍문역에서 내려야 하는데요.

아, 지금 길음역에 도착했어요. 또 출발하네요." 상황실 직원과 통화하며 가는데

"미아역에 순찰 직원을 보낼 테니까 계속 깨워 보세요. 자동차로 이동하니까 시간이 지체될 수도 있어요." 한다.

 

그런데 미아역에 도착했지만, 경찰은 보이지 않고 지하철은 수유역으로 진입하고 

그래서 다시 전화해서 "저 쌍문역에 내려야 하지만, 차라리 창동역으로 경찰 아저씨를 보내주세요." 했다.

창동역 주변은 유흥주점이 많아 순찰을 자주 도는 것을 알고 있기에 창동역으로 보내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경찰한테 인계를 못 할 경우를 대비해서 기관실에도 연락하려고 이동하려는 중에 창동역으로 전동차가 들어가고

창문으로 밖을 살피니까 경찰 아저씨 두 분이 내가 알려 준 3-4번 칸에 앞에 서 계셨다.

 

얼른 그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경찰 아저씨한테 인계하고 나는 출발하기 전에 내리게 되었는데

그 아가씨를 경찰 아저씨 두 분도 깨워보지만, 인사불성으로 깰 기미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거장으로 갔으나 우리 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다 운행 종료되어 버스가 끊기고 말았다.

 

Woo ~ c 뭐냐? 내가 어떻게 서울에 도착해서 전철을 탔는데

이놈의 오지랖 때문에 환승 요금 100원만 추가로 내면 될 것을 심야 택시비 4,400원이 들게 되다니,

이럴 때마다 나 자신을 보면 참 유별나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남들 사는 것처럼 못 살고 번번이 보탬도 안 되는 남 챙기다가 실속 없이 사는지

나같이 오지랖 넓은 것도 병이지 싶다. 정말 신경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집에 도착해서 늦은 사연(?)을 싸가지한테 말하니 지하철 내 사건 사고 알림 문자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만약 그런 문제 발생 시, 문자하면 바로 답장이 오고 신고하는 걸 주변 사람이 모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지하철 문자 신고는

1, 2, 3, 4호선 - 1577-1234

5, 6, 7, 8호선 - 1577-5678

9호선 - 02) 2656-0009 (문자 안되고 통화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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