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세상일 다 참견하고 산다.

智美 아줌마 2016. 5. 18. 23:07

국립 국악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어 남산 국립 극장을 다녀왔다.

공연이 끝나고 고객센터에 가서 9월 공연 티켓 오픈 공지 언제쯤 뜨는가를 묻고 나오니 셔틀버스가 출발해서

바쁜 일정이 없어 장충단 공원으로 걸어 내려와 태극당에 들려 빵을 사서 들고 동대입구역으로 내려갔다.

 

개찰구에서 카드 체크하려는데 안쪽에 할매 한 분이 얼굴이 하얗게 사색이 되어 서성거리고 계셨는데

에이포 용지 한 장을 손에 들고 서 계시는 모습이 도움이 필요하신 것 같아

"할머니, 밖으로 나오시려고 계신 거예요? 아니면 전철 타시려고 계신 거예요? " 물으며

손에 들고 계신 에이포 용지를 달라고 해서 읽어봤다.

 

"을지로3가역 하차, 갈아타고 동대입구역에서 내려 도와주세요."

이렇게 쓰여있는 게 어디를 가시는지 길을 찾고 계시구나 싶어

"할머니, 지금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이 종이는 누가 써준 거예요? 하니

"어떤 아저씨가 써줬는데 잘 모르는 것 같았어요. 나, 뚝섬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해요? 하고 물으신다.

 

"할머니, 이 전철은 뚝섬으로 가는 게 아니어요. 뚝섬으로 가시면 되세요? " 하니

"뚝섬 좀 못 가서 내리니까 대학생들 많은데 나오던데 . . ."

"한양대학교? 아니면 건국대학교요? 하니 건국대학교가 맞으신단다.

그럼 성수역에서 건대역 방향으로 가시면 되겠다 싶어

지금 어디 가시는 길이시냐고 여쭈어 보니 딸네 집에 가신다고 하기에

딸 전화번호 아시냐고 하니까 기억을 못 하신다고 하신다.

 

그리고는 신설동에서 타면 어떻게 오고를 설명하시기에

신설 역에서 성수역으로 오는 전철을 타셔서 성수역에서 내리셨나? 뚝섬 못 가서라고도 하시니

그래서 할머니를 2호선을 태워 드리고 성수역으로 가시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동대입구역에서 충무로역으로 가서 4호선으로 환승하고,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역에서 내려

뚝섬 방향으로 가는 2호선 전철 승차장까지 모시고 갔다.

 

젊은 사람도 당황하거나 순간적으로 기억이 안 날 때도 있으니까

집에 가시면 따님한테 전화번호 적어 달라고 하셔서 가방에든 몸에든 꼭 지니고 다니시라고 말씀드렸다.

딸 준다고 보따리까지 들고 계셔서 내가 들어다 드린다고 하니 고맙다며 손이 너무 아프셨단다.

작은 체구에 연세가 88세라고 하시니 정정하시긴 한데 전철을 태워 드리고 나는 다시 4호선을 타러 내려왔다.

 

나도 바로 전철이 와서 타고 가는데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바쁘지 않은데

성수역까지, 아니면 딸 집 찾아가시는지, 행여 못 찾으시면 파출소에라도 모셔다드릴 걸 하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 싸가지가 알려준 지하철 문자 신고 센터로 메시지를 보냈다.

 

"동대입구역사 안에서 길 잃은 할머니를 만나 뚝섬 부근 딸네 가신다고 하시기에

설명을 들으니 성수역에서 건대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시면 된다고 하시는 것 같아

2호선을 태워 드리고 성수역으로 가시라고 했지만, 걱정됩니다.

혹시 딸 집을 못 찾을 수도 있으니 성수역 부근에서 두리번거리는 할머니가 계신지 살펴보시고

찾으시면 따님 집에 잘 찾아가시도록 도움을 드렸으면 합니다. " 하고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지랖이 넓다 못해 참 ~ 세상일 다 참견하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내 눈에는 그런 일들이 자꾸 띄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