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여행을 계획하고 출발하는 날 새벽,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숨도 못 자고 밤을 새우다 일어나 길 떠날 준비를 한다. 배낭은 전날 꾸려 놓았지만, 냉장고에 준비해 놓은 먹거리를 배낭에 챙겨 넣고 용산역을 가기 위해 방학역으로 간다. 5시 20분 KTX 첫 기차를 탈 때는 전철이 다니지 않는 시간이라 늘 04시 첫 버스를 타고 용산역으로 가야 했지만, 이번 순천 가는 기차는 6시 55분 무궁화호를 타고 가기에 전철을 타고 갈 수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뭐냐? 시간 착오로 인해서 5시 58분 방학역에 도착하는 전철을 타게 생겼다.
그나마 그 차를 놓치면 16분 후 6시 14분에 다음 차가 오기에 늦어도 58분 전철을 타야 했는데 이른 시간이라 버스도 자주 안 오는 터라 허둥대지 않기 위해 택시를 타고 방학역으로 갔다. 솔직히 기본요금 거리도 안 되는데 택시를 타 기사 아저씨한테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이번 전철을 놓치면 16분 후에 다음 차가 와서 그렇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난 대개 택시를 타면 큰 도로에서 내리는데 그 기사 아저씨께서 바로 방학역 앞에 내려주셔서 58분 전 차인 5시 37분 차를 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30분이나 여유 있게 용산역에 도착하였다.
두 시간 넘게 기차 안 의자에 앉아 가려니 엉덩이가 배긴다. 화장실도 갈 겸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맨 뒤 칸까지 가봤더니, 오 예 ~ 역시나 맨 뒤 칸에 창고도 없고 막히지 않은 유리 창문이 있는 문이 달린 기차였다. 얼른 자리로 가 있다가 논산 지날 때 스마트폰을 챙겨와 기차 안에서 보는 기찻길을 찍기 시작했다. 오래전엔 대부분 마지막 객차에는 뒷문을 열 수 있게 되어 있었고 철길 밖으로 내려가지 말라는 난간과 쇠줄이 걸려 있는 정도여서 많은 젊은이가 뒤 칸에 가서 쇠줄 난간에 기대어 바람을 느끼며 때론 통기타를 치면서 가곤 했다.
그리고 승하차하는 문도 수동으로 여닫을 수 있어 문을 연 채로 계단에 앉아가기도 했는데 요즘에 그랬다가는 안전 불감증이니 어쩌니 하면서 연일 대서특필로 코레일이 호되게 뭇매를 맞을 거다. 우리 젊은 날의 기차 여행은 그렇게 낭만이 있었는데 요즘 기차 여행은 그때 비하면 답답하고 그런 낭만은 없지만, 그래도 기차 여행은 즐겁다. 기차 안에서 본 순천 가는 길의 풍경들이다.
논산 지나 강경 가는 풍경
강경역
익산역, 익산역을 들어서기 전 철길을 보면 다른 역보다 레일이 많아 여러 가닥이 좌로 우로 갈림길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 익산역에서 여수로 가는 전라선과 목포로 가는 호남선의 갈림길이고 용산발 5시 20분 KTX 산천 701호 순천 가는 열차와 KTX 산천 501호 목포 가는 열차가 용산역에서 출발할 때 두 열차를 연결해서 1대 같이 운행해 내려와서 이곳 익산역에서 분리하여 산천 701호는 여수로 산천 501호는 목포로 각자 갈라져 해당 열차의 종착역을 향해 간다. 그래서 익산역에 정차하면 다른 역보다 정차하는 시간이 길다. KTX 산천 해체!!
내려가는 내내 전라도 지역을 지나갈 때 안개가 자욱하고 비까지 내리는 곳도 있어 순천 날씨가 염려되기도 하였지만, 일기예보 확인을 하니까 순천엔 날씨가 개는 것으로 예보되어 그다지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때론 비 오는 날 여행하는 것도 괜찮다. 예전에 울진 여행 중에 비가 왔는데 비 오는 낯선 도시를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그때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경운기를 태워 주셔서 새로운 경험도 해봤고 발품 더 팔아야 했지만, 덕분에 시간 절약도 하고 다리 고생도 덜 시키게 되었는데 여행은 우리에게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경험도 하게 하고 느끼게 한다.
아중 1 터널
전주전주에 있는 아중역은 2008년 12월 1일부로 여객 취급이 중지된 후 폐역
아중 2 터널
흑백으로 변화도 주고
신리 터널
전주에 있는 신리역
철길 사진을 한참을 찍고 남원 지나 자리에 돌아오니 무당벌레 녀석이 무임승차해서 내 자리에 앉아 있다. 야 ~ 너 어떻게 기차에 탄 거야?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헤매다 잘못될까 봐 휴지에 살짝 싸 뒀다가 곡성역에 도착했을 때 밖으로 날려 보내줬다. 점박아 고맙지? 잘 살아.
곡성역
곡성 기차마을에도 가봐야지 하면서도 발길이 나서지 않았는데 접근성이 좋아 다음에 가봐야겠다.
구례구역? 그럼 구례역과 다른가? 했더니 역은 순천시에 위치하고 있으나, 구례군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라는 의미에서 명명되었다고 한다. 구례구는 순천(옛 승주) 땅이다. 당시 승주군 황전면 용림리에 전라선 역이 들어서면서 구례역으로 이름을 짓자 순천 사람들이 반대하여 어귀 口자를 붙여 구례구가 되었다고 한다.
4시간 40분 정도 걸려 드디어 순천역에 도착
순천역에 도착하니 역 앞이 온통 주홍빛 감이 지천이었고 태풍이 많이 오지 않아 감 농사가 풍년이라 물량이 다른 해 보다 많이 생산 되었다고 한다. 상품성이 낮은 감은 50개 들이 한 망에 5천 원으로 개당 100원 꼴인 것도 있었다. 마음은 아기 머리만한 대봉시를 사오고 싶었지만, 나 혼자 무를 때까지 두고 먹어야 할 것 같아 생각만 하고 말았다. 도대체 왜들 안 먹는 거야?
흥덕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낙안읍성을 가기 위해 버스 정거장에 갔는데 1시 20분 종점 출발이라 시간이 많이 남아 풍덕교로 갔다.
이 물줄기는 순천 동천이라고 한다. 저 위에 교각은 경전선 철교이고 그 뒤에 순천교가 있다.
저기 정자가 있는 산이 죽도봉
길 건너 하류 쪽
빨간 단풍 뒤에 남부시장, 분홍빛으로 보이는 풀이 억새 같다. 가까이 가보고 싶지만, 버스 올 시간이 되어서 몇 컷 찍고 되돌아 가야 한다.
오리? 역광이고 멀어서 무슨 새인지 확인이 안 되는데 청둥오리가 아닐까 싶다. 이제 버스 정거장으로 가서 낙안읍성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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