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하동천의 기러기 떼들

智美 아줌마 2015. 10. 12. 22:00

 

다락교를 건너 과일나무가 있는 집 방향으로 둑길을 걷다 보니 빈 논에 뭔가 까만 게 있어 자세히 보니까 기러기들이 추수 후 떨어진 벼를 먹고 있는 것 같았다. 아까 들어갈 때는 없었는데 해 질 무렵이 되니까 저녁밥 먹고 잠자러 가려나? 운 좋게 새떼까지 보고 갈 수 있게 되었네.

 

 

기러기는 오릿과에 딸린 철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력(훈민정음 해례,1446년), 그려기(월인석보,1459년), 긔려기(훈몽자회,1527년), 기러기(백련초해,1576년)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오리와 비슷하나 목이 길고 다리가 짧다. 부리는 검은색이며 끝에는 주황색 띠가 있다. 머리와 목이 다른 종에 비해 어둡게 보이며, 배는 연한 회갈색이다. 가을에 우리나라에 와서 봄에 시베리아, 사할린, 알래스카 등지로 가는 겨울 철새이다. 호수와 저수지, 강, 해안, 간척지 등의 습지와 농경지, 개활지 등에 서식한다.

 

 

다리는 오리보다 앞으로 나와 있어 빨리 걸을 수 있다. 땅 위에 간단한 둥우리를 틀고 짝지어 살며 한배에 3~12개의 알을 낳아 24~33일 동안 품는데,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수컷은 주위를 경계한다. 새끼는 여름까지 어미새의 보호를 받다가 가을이 되면 둥지를 떠난다. 전세계에 14종이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는 흑기러기·회색기러기·쇠기러기·흰이마기러기·큰기러기·흰기러기·개리 등 7종이 찾아온다.

 

 

 

 

기러기는 이른 봄에 북극권의 번식지로 이동해서 짝짓기를 하며 가을에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V자 모양으로 큰 무리를 이루어 이동한다. 이동할 때 경험이 많은 기러기를 선두로 하여 V자 모양으로 높이 날아가는 것은 서열과 질서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앗! 기러기 뒤에 잠자리가?

 

 

고전소설 <적성의전>에서 성의(成義)는 기러기 편에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다시 소식을 전했다는 내용이 있으며, <춘향전>의 이별요(離別謠) 중에 “새벽서리 찬바람에 울고가는 저 기러기 한양성내 가거들랑 도령님께 이내소식 전해주오.”라는 구절이 있다. 또한, <달거리>라는 단가(短歌)에서도 “청천에 울고가는 저 홍안 행여 소식 바랐더니 창망한 구름 밖에 처량한 빈 댓소리뿐이로다.”라고 되어 있다.

 

이처럼 기러기는 그 울음소리가 구슬퍼서 가을이라는 계절의 풍광과 어울려 처량한 정서를 나타내 주는 새이며, 사람이 왕래하기 어려운 곳에 소식을 전하여 주는 동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기러기를 ‘신조(信鳥)’라고도 한다. 한편, 기러기는 암컷과 수컷이 의가 좋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홀아비나 홀어미의 외로운 신세를 “짝 잃은 기러기 같다.”고 하며, 짝사랑하는 사람을 놀리는 말로 ‘외기러기 짝사랑’이라는 속담도 있다.

멋있다고 해야 할까?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 뭐라 표현해도 부족할 것 같은 날갯짓

 

 

《규합총서》에는 기러기에 신(信)·예(禮)·절(節)·지(智)의 덕(德)이 있다고 적혀 있다. 기러기는 암컷과 수컷의 사이가 좋다고 해서 전통혼례에서는 나무 기러기(木雁)을 전하는 의식이 있다. 또 다정한 형제처럼 줄을 지어 함께 날아다니므로, 남의 형제를 높여서 안항(雁行)이라고도 한다. 기러기를 평하여 “추우면 북으로부터 남형양에 그치고 더우면 남으로부터 북안문(北雁門)에 돌아가니 신(信)이요, 날면 차례가 있어 앞에서 울면 뒤에서 화답하니 예(禮)요,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얻지 않으니 절(節)이요, 밤이 되면 무리를 지어 자되 하나가 순경하고 낮이 되면 갈대를 머금어 주살(실을 매어서 쏘는 화살)을 피하니 지혜가 있기 때문에 예폐(禮幣:고마움의 뜻으로 보내는 물건)하는 데 쓴다.”고 하였다.

 

 

 

 

 

몇 마리씩 하늘을 날고 있는 기러기를 찍고 있는데 갑자기 시끄러워 보니까 밭일 하는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니 놀라서 한꺼번에 날아올랐던 것. 에구 ~ 기러기 놀라게 해서 미안하지만, 행여 날아오를까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다 날아가고 빈 논이 되었다.  기러기들아, 겨우내 잘 지내고 조류독감이든 뭐든 병 옮기지 말고 너희도 건강하게 질있다가 가렴.

아, 감동적이다. 코끝이 찡하니 아리다. 끝도 없이 펄럭여야 하는 날갯짓이 얼마나 고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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