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자서전적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학창시절부터 한 번쯤은 읽어 봤을 책으로
사춘기 감성적인 나이에 이 소설을 읽고 많은 여학생이 눈물을 흘리고
가슴 아파했던 추억 한 가닥은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있으리라.
베르테르와 같은 슬픈 사랑을 한 그 사람
내가 그 사람을 베르테르와 같은 슬픈 사랑을 하게 하고 외롭게 하고 고통을 주고
인생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젊은 날에 비명횡사로 세상을 떠난 그 사람
오늘 조승우의 뮤지컬 "베르테르"를 관람하면서 보는 내내 머릿속에선
내가 그랬구나. 내가 그랬어.
내가 그 사람을 베르테르와 같은 슬픈 사랑을 하게 만들었구나.
내가 그 사람을 베르테르처럼 외롭게 살다 가게 하였구나.
그 사람과의 사랑을 알면서도 결혼을 약속한 연민의 정 때문에
그 사람의 손을 잡지 못하고 뿌리쳐 돌아서야 했던 나.
그렇게 돌아서는 내게 간절하게 매달리듯
"그 사람과 살다가 사별하게 되든 이혼하게 되면 그땐 꼭 내게 와 줘야 해."
그땐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나와 함께 하겠다며 슬픈 약속을 해준 그 사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한 나를 보며 해맑던 영혼이 황폐해지던 그 사람
그런 걸 알면서도 외면하고 잊고 살려고 친구나 선후배와도 연락을 끊고 살았는데
가끔 문득문득 그리움이 솟아날 때면 행여 우연이라도 마주치지 않을까.
길을 가다가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게 우연이라도 내게 허용하지 않았던 인연.
그렇게 세월이 이십 여년이 흐르던 어느 날
친구와 전화 통화하면서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까 하고 그 사람의 안부를 물었는데
"그 선배? 교통사고로 죽은 지가 언젠데, 벌써 십 오륙 년은 될걸?" 한다.
그 말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온몸이 저려 전화를 끊고는 명치끝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랬구나. 그래서 우연이라도 만날 수 없었던 것이었구나.
내가 그 사람의 손을 잡았더라면 우리의 운명은 달라졌을 텐데
그렇게 젊은 나이에 요절하지 않았을 텐데
인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 안타까운 운명에 슬픈 약속까지 해주던 그의 사랑에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으로 살다가 내가 약속을 지키려고 그에게로 갈 것이다.
너무 늦게 왔다고 서운해할지도 모르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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