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스치는 인연 중에서 맺은 인연

智美 아줌마 2015. 11. 16. 19:51

며칠 전 북한산 둘레길 10구간 마실길을 가려고 구파발역에 내려 산행 준비를 하고

산길을 걸으려면 미리 화장실을 다녀와야겠기에 화장실을 갔다 나오려는데

웬 아짐이 "카메라 가지고 다니면 무겁지 않아요? 한다.

 

집에 있는 카메라 중에 가벼운 캐논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지라

이젠 습관이 되어 괜찮다고 대답을 했더니

본인도 전에 사진 찍는다고 카메라 가지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목이 아프고 힘들어 이젠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아, 그래서 내가 카메라 가진 것을 보고 관심 있게 봤나 보다.

화장실 밖에서는 그 아짐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둘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얼레?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닌가? 알고 보니 우리 집에서 대각선으로 길 건너 5분 거리 옆에 살고 있고

남의 동네에 가서 이웃을 만나다니 . . .

그래서 이웃이라 반갑다며 통성명을 하니까 워메 나이까지 같은 게 아닌가.

지금은 긴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서로 전번 주고 받자고 동네에서 다시 만나자며 헤어졌다.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스쳐 지나가는 인연을 많이 만나게 되지만,

그 인연 다 엮을 수 없으니 그냥 스쳐 가는 인연이라 생각하고  

잠깐의 대화만 하다가 헤어져 내 갈 길을 가곤 하는데

그 아짐의 인상이 좋아서인지 그 짧은 시간에 여러 말을 하게 되었다.

 

아침에 조금 늦게 집에서 나와 우이동 소귀천 쪽으로 갈까 하다가

버림받은 냥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구파발역으로 갔던 것이었는데

그 아짐과 인연이 되려고 늦은 감이 있는데도 북한산 둘레길 10구간 마실길로 갔었나 보다.

 

오늘 아침부터 병원에 갔다가 예술의 전당 갔다가 다시 병원에 들러 돌아오는 길에

그 아짐과 문자 주고받고는 동네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자기와 내가 너무 닮은 삶을 살아온 것 같고 성격도 비슷해서

나를 보는 게 자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든다며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어도 자신과 이렇게 닮은 사람을 만난 것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그리고 자신은 낯가림이 심해 모르는 사람과는 말을 잘 하지 않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나한테 말을 건네고 싶었다며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던 일행(친구)도

너는 낯가림이 심하면서 저 아짐하고는 뭔 얘기를 그렇게 많이 했느냐고 의아해했다고 한다.

서로 인연이 닿아서 feel이 통했나? ㅎㅎㅎ

 

하나의 인연을 맺기 위해서는 억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그 아짐하고의 인연이 억겁의 시간이 닿았는지 뜻하지 않게 좋은 인연을 맺게 된 것 같다.

나도 까칠한 성격이라 모르는 사람과는 잘 말을 하지 않는 편인데

그 아짐은 첫인상이 좋았고 말하는 본새도 괜찮아 말을 섞은 것이 귀한 인연으로 다가온 것 같다.

이젠 가까이 살고 나이도 같으니까 편하게 말 트고 친구 하자 했다.

비 오는 오늘 저녁에 다시 만난 이 인연이 서로에게 진실한 만남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