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깊어만 가고 오색으로 물들어가는 단풍을 보며
단풍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가을을 담으러 가야 할 텐데 어디로 가지?
얼마 전부터 대둔산을 갈까 하고 뒤적뒤적하곤 했는데
아무래도 산에는 잎이 많이 떨어져 있을 것 같아 더 아랫지방 순천으로 가기로 했다.
용산역에서 6시 55분 무궁화호를 타고 5시간 가까이 소요되어 순천역에 도착하여
미리 체크해 간 역전 건너 흥국 식당으로 가서 아침 겸 점심밥을 먹고 낙안읍성으로 갔다.
오래전 싸가지와 짱구랑 낙안읍성과 보성 차밭 여행을 한 후 낙안읍성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은 낙안읍성을 둘러보고
순천 여행 갔을 때마다 묵었던 역전 옆에 있는 지오스파 찜질방에서 밤을 보내고는
오늘 아침 일찍 국가 정원으로 갔다.
국가 정원은 2013년 순천 정원 박람회를 개최하던 곳으로
아름답게 만들어 놓은 정원을 영구 보존하기 위해 국가 정원 1호로 등록한 곳이다.
정원 박람회 개최하기 전 해, 순천 여행을 갔을 때
곳곳에 정원 박람회를 개최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데
정작 정원 박람회 기간 중에는 너무 사람이 많고 복잡한 것 같아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순천 여행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를 만들고 온 여행이 되었는데
대부분 늘 혼자 여행을 다니고 건강이 좋지 않다 보니 건강상 문제든지, 사고를 당하든지 하면
위급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스마트폰에 "안전 지킴이"를 설정해뒀는데
112 경찰청, 119구조대, 우리 싸가지, 짱구 전화번호를 만약을 대비해 등록을 해두었다.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면서부터 112 경찰청에 아이들과 내 위치 조회를 할 수 있게 승인 신청해두고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는 "안전 지킴이"를 설정해 두고는 정말 위급한 상황에 연락이 갈까?
궁금했지만, 데스트는 할 수 없어 설정만 해두고 지냈는데
이번 순천 여행에서 본의 아니게 데스트(?)를 하게 된 것이었다.
국가 정원을 돌면서 사진을 찍는데 문자 들어오는 소리가 나서 클릭하니까
"도움이 필요해요."라는 문자와 앱 주소(내 위치 지도)가 발송되었다고 되어있는 게 아닌가?
이게 뭐다냐? 하는데 112 순천 경찰청에서 전화가 들어온다.
아이고 ~ 이게 뭔 일이냐?
"도움이 필요하다는 문자를 받고 전화했습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뭐가 잘못 건드려졌는지 긴급 문자가 전송되었나 봐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별일은 없으신 거죠? 다행입니다."
112 경찰청 전화를 끊자마자 이번엔 119구조대에서 전화가 들어오는 게 아닌가.
아이고 ~ 미치겠네. 이게 뭔 일이래.
전화 받자마자 연신 "죄송합니다. "만 읊조렸는데
괜찮다며 아무 일 없으시다니 다행이라고 하신다."
에효 ~ 바쁜 분들에게 이 무슨 난리인지, 황당하고 죄송해서 어이가 없어 하고 있는데
"엄마 무슨 일이야? " 애들한테도 전화가 와서 받는 즉시
"아무 일 아니야. 별이 없으니까 끊어 ." 했다.
그렇게 긴급 문자 전송으로 황당해 하고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중국 정원에서 사진을 찍다가
조금 더 나은 각도에서 찍으려고 수로 위에 발을 올리는 순간 미끌 ~ 풍덩
순간적으로 카메라 물에 빠트릴까 봐 얼른 카메라부터 들어 올리고
다행히 뒤로 자빠지지 않으려고 바닥을 짚어서 한쪽 다리만 빠졌지만,
뒤로 벌러덩 했으면 수로 모서리에 머리를 찧을 뻔했다.
아이고 ~ 난리 친지 10여 분도 안 돼서 진짜 119구조대 아저씨들 오게 할 뻔했네.
친구가 이 말을 듣고는 사고 날까 걱정된다며 앞으로는 혼자 다니지 마란다. ㅎㅎㅎ
"112 경찰청 아저씨, 119구조대 아저씨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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