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추억의 김치 국밥

智美 아줌마 2015. 9. 9. 23:45

식지 않을 것 같던 불볕더위가

언제 그렇게 이글이글 타들어 가는 듯 더웠나 싶게

어느새 제법 선선한 기운이 가을 문턱에 와있는 것 같다.

 

계절 탓일까?

요즘 이상하게 어린 시절 엄니가 끓여 주셨던 김치 국밥이 자꾸 먹고 싶다.

칼칼하니 감칠맛 나던 울 엄니의 김장 김치

땅에 묻어 놓은 항아리에서 김치 포기를 꺼내시던 엄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젓깔을 즐기지 않던 우리 가족 입맛 때문에 새우젓과 굴만 조금 넣어 담은 김장 김치는 

설이 지나 이른 봄에 꺼내 먹어도 고운 빛깔의 신선한 그 맛이 잊을 수 없다.

 

김장철이 되면 집집이 배추 한 접, 두 접씩 다듬고 씻고 절여서

무도 한 접 두 접 마당 가득 쏟아 놓고

서로서로 품앗이하면서 김장을 하곤 했다.

 

김치 속 양념에 고기 수육 만들어 김장 도와준 일손들 대접하면서 

배추 버무려 넣는 동안 왁자지껄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고

그 순간만큼은 다들 행복한 얼굴들이었지.

 

그래서일까? 배추 속에 그렇게 행복 가득 채워 넣어서일까?

그 시절 김치 맛은 정말 맛있었다.

요즘엔 아무리 품종 개발하고 좋은 재료 양념으로 김치를 담아도 

어린 시절 먹던 그 김치 맛은 낼 수가 없다.

 

우리의 입맛이 달라진 것도 있겠지만,

자연 친화적이었던 환경에서 가꾼 농작물이라 더 맛이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런 김치로 끓인 김치 국밥은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 김장 김치 송송 썰어 넣고 끓이다가

찬밥 넣고 보글보글 끓여서 마지막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트리면 끝이었다.

 

그렇게 겨울에 가끔 끓여 주셨던 엄니의 김치 국밥이

요즘 들어 자꾸 생각나고 먹고 싶다.

내가 해먹을까? 김치가 다르니 제맛이 나겠어?

끓인들 입맛 짧은 우리 식구 중에 누가 먹으려나?

 

생각날 때마다 이런저런 생각만 하다가 말았는데

자야 할 시간에 이 밤에 또 김치 국밥이 생각나서

오늘은 한 그릇 되게 조금이라도 끓여 먹겠다고 주방에 들락날락하고 있다.

 

참기름까지 넣고 한 공기 떠서 먹는데

집에 있는 김치가 시지 않아서 그 맛이 그냥 맹숭맹숭 김치 국밥 맛이다.

엄니가 끓여 주셨던 그 맛 근처도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김치 국밥 맛 . . .

그런데 남들 자는 이 시간에 김치 국밥 끓여 먹는 난 뭐니?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