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내가 얼이 빠진 겨?

智美 아줌마 2015. 5. 21. 23:05
흔히들 사람들이 얼 빠졌다는 표현을 한다.

 

정말 오늘 내가 그 얼이 빠진 느낌이다.

새벽 첫차를 타고 청양 아는 아우 집으로 머위를 꺾으러 갔다.

버스 시간보다 조금 여유있게 다니다 보니 큰 불상사는 없었지만,

생각할 수록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오늘 새벽이었다.

 

6시 집에서 출발, 전철을 타고 센트럴시티로 간다.

충무로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을 해야 하는데

멍 때리고 앉아서는 "사람들 많이 내리네."

 

그런데 "출입문이 닫히겠습니다." 하는 안내 방송에 시선이 꽂힌 곳은

이곳 정거장 이정표 "충.무.로"

아뿔사 내가 뭐하고 앉은 겨? 충무로역에 내려야 하는데

남 내리는 것 구경이나 하고 있고  . . .

 

그렇다고 문 닫히는데 쪽 팔리게 후다닥 뛰어내릴 수도 없으니

아닌 척 앉았다가 다음 정거장 명동역에 내렸다. ㅎㅎㅎ

다행히 명동역은 충무로역과 달리 중앙에 숭강장이라 바꿔 타기가 수월하다.

 

그런데 한 정거장만 가서 내릴 건데 얼른 좋은 자리 챙겨 앉는다.

뭐냐? 나, 에구 ~

그렇게 다시 충무역에 내려 3호선을 갈아 타고

환승역이라 타고 내릴 때는 복잡하였지만, 빈자리가 많았다.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가는데

얼레? 다음 정거장 안내방송이 "종로 3가"라고 하는 것 같았다.

뭐여? 종로 3가? 을지로 3가도 지나 종로 3가란다.

 

미처버리겠네. 나 이 새벽에 뭐 하고 다니는 겨?

다시 종로 3가에 내려 이제 진짜 고속터미널로 가는 전철을 탔는데

충무로역 안내 방송이 나오니까

이 멍청이가 또 내리려고 몸이 움찔한다.

 

아, 나 왜 이러니? 정신이 나간 겨? 정신을 어디 놓고 다니는 겨?

그렇게 오락가락 하고나니 내가 얼이 빠진 것 같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

 

다행히 그렇게 헤매고 다녔지만, 시간 전에 센트럴시티에 도착을 해서

출발 전 화장실도 다녀오고 아침 식사로 떼울 빵도 사고

무사히 고속버스에 몸을 실고 청양에 도착해서

맛나게 점심도 얻어 먹고 말린 고사리와 머위대를 얻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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