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무지개다리를 건넌 우리 심탱

智美 아줌마 2015. 3. 21. 21:13

이별, 그 누구와의 이별일지라도 이별은 다 슬프다.

헤어질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보낼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그렇게 한순간에 가버리고 만 우리 심탱이

이 세상에 와서 12년을 마저 다 채우지 못하고

한 달 후 생일을 앞두고 그만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떠날 것 같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5일 전만 해도 인기척에 쫓아 나와서 짖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면 행여 한 개씩 챙겨줄까 문 앞에서 기다리곤 했는데

월요일부터 이틀을 먹은 것을 토를 하기 시작하더니 3일째에는 아예 물도 먹지 않았다.

 

토를 하더라도 먹은 음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기에

소화 잘되게 조금씩 죽을 만들어주면 그나마 좀 먹었는데

3일째부터 이틀을 아예 물조차 먹지 않더니

금요일 아침에 피를 토하고는 1시간 남짓 있더니 영원한 잠에 빠지고 말았다.

 

출근하자마자 내 연락을 받고 집으로 달려온 싸가지도 못 본채

뭐가 그리 급했는지 고마웠다고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인사말도 못 해줬는데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속절없이 떠나고 말았다.

 

보내고 생각하니 우리 심탱이 너무 철이 들어간 것 같다.

아프다고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보채지도 않고 제깐엔 아주 힘들었을 텐데

가족들 힘들어 할까 봐 그렇게 조용히 간 것 같아 더 안쓰럽다.

함께 살면서 사고뭉치에다 사나워서 식구마다 다 물어 피를 보게 하고

일거리 저질러 놓아 가끔 속상하게 하더니

마지막 갈 때는 가족들 힘들지 말라고 효도하고 갔네.

 

탱 ~ 심탱, 꼬마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심술쟁이 말썽꾸러기라고 심탱이라고 불렀더니

그 이름도 자기 이름인 줄 알고 냉큼 달려오던 녀석인데

이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으니 가슴에만 남아있게 되었다.

 

탱 ~ 우리 가족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줘서 고마웠고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게 집안에서만 있게 해서 미안했고 

맛있는 것도 넉넉하게 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했다.

제일 큰 녀석이라고 제대로 안아주지도 않고 구박해서 미안했어.

 

이제 우리 탱, 심탱 좋은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지내라.

훗날 엄마가 가면 얼른 알아보고 달려와야 한다. 알았지?

 

우리 탱, 잠자고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2003년 4월 20일生 ~ 2015년 3월 20일卒)

 

탱, 떠나기 이틀 전 밤에 불현듯 너를 목욕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싸가지 언니한테 운동 조금 덜하고 30분 정도 일찍 집에 오라고 했더니

언니가 스포츠센터 계단 올라가다가 엄마 문자 보고 곧장 집으로 와서

우리 심탱이 목욕 시켜주었는데 예쁘게 미용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목욕은 하고 갔네.

엄마 귀찮다고 예쁘게 꽃단장도 못 해주며 키웠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고 나니 못해준 것만 자꾸 생각난다.

우리 탱, 심탱이한테 엄마가 미안해서 어쩌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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