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숨이 멎는 순간을 지켜봐 주지도 못하고 . . .
3월 20일 금요일 아침 9시가 채 되기 전에 왈칵 토하는 소리가 들려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돌아보니
심탱이가 피를 토해서 놀라 얼른 방바닥을 닦고 목욕탕에 데리고 가 씻기려고 안았는데 웬지 다른 때와 느낌이 달랐다.
이틀 전 목욕을 시켰을 때도 자기 발로 걸어가서 자기 발로 걸어 들어왔는데 하루 이틀 사이에 이렇게 기력이 없어진 걸까?
이틀을 물도 먹지 않았으니 물이라도 좀 먹어야 기력을 찾을 텐데 . . .
그렇게 입 주변과 앞발을 닦이고 싸가지한테 문자를 보냈다.
"심탱이 피 토했어. 오전 근무만 하고 조퇴하면 안돼?" 9시가 막 넘고 있어 업무 시작하려고 할 상황인 것을 알지만,
왠지 싸가지한테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병원에 데리고 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 조금 더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고도 싶었는데
문자 받고 바로 싸가지가 울면서 전화를 해서는 곧장 오겠다고 했다.
방석에 뉘이고 보니까 눕힌 대로 누워서 숨만 쉬고 있는 심탱이
탱, 물이라도 좀 먹어야지, 해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젯밤 어떤 녀석이 싼 똥인지 상태가 약간 무른 것 같아 혹시 심탱이가 쌌나? 하고 확인하니까
전날 목욕시킬 때 " 똥꼬 어디 있어? 똥꼬 잘 씻겨." 했는데
그날은 동꼬가 빨갛게 조금 열려 있어서 싸가지한테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혼자 생각으로
"사람이 죽을 때 되면 항문이 열린다고 하던데 . . ." 했다.
다른 동물들도 죽을 때 되면 항문이 열리나 보다.
처음 반려견을 보내게 되어 아무런 상식이 없다 보니 미리 징후들이 나타나는데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이제 심탱이를 보내고 앞으로 또 짱아, 꽃님이, 돌돌이 그리고 꽁주까지 한 녀석씩 다 보내야 할 텐데 . . .
가끔 주변 사람들이 강아지 키울 때는 예쁜데 보낼 때는 너무 마음 아파서 더는 못 키우겠다는 말을 할 때도
내게 먼 얘기 같았는데 막상 내 앞에 닥치게 되니까 앞으로 네 번의 아픔을 더 겪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이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이 착잡하고 막막하다.
내 문자를 받고 바로 집으로 오던 싸가지, 전철 안에서 자꾸 눈물이 나서 오는 도중에 내려서 잠시 마음 추스르고 왔다는데
와서 심탱이를 보더니 "엄마, 심탱이 숨 쉬는 거야? 안 쉬는 것 같아." "좀 전에도 쉬는 것 보고 엄마 책상 앞에 앉았는데 안 쉬는 것 같아?" 하고
확인하니까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아직 몸이 따뜻한데, 마지막 인사말도 못했는데 . . .
싸가지는 곧장 올 것을 오다가 내리는 바람에 심탱이 가는 것 못 봤다며 흐느낀다.
이제 우리 곁을 떠났으니 좋은 곳으로 가서 잘 뛰어 놀며 지내라고 안전하게 무지개다리 건널 수 있게 해줘야지 . . .
집안이 따뜻하니까 시신이 빨리 부패한다고 차운 곳에 두라고 했지만, 어떻게 그러나? 죽었다고 밖에 다 어떻게 혼자 두겠는가?
그래서 장례 날까지 옆에 데리고 있다가 보내게 되었는데 내 새끼다 생각해서인지 죽은 시신일지라도 협오스럽다든지 기분 안 좋다든지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고 그저 잠자는 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제 진정을 하고 심탱이 보낼 준비를 해야 했다. 애견 장례 대행업체에 연락해서 다음 날 아침 일찍 장례식장으로 갔다.
아침 7시에 장례 대행 업체 직원이 와서 집 앞에서 심탱이를 받아 예쁜 상자에 담고는 트렁크에 넣는다.
어? 우리가 데리고 가는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가 밴형이라 돌아보면 유리창으로 보여서 그냥 가는데
가는 내내 마지막 가는 길을 심탱이 혼자 가게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아저씨 죄송하지만, 우리 애, 같이 데리고 가면 안 될까요? 아이가 짐 취급받는 것 같아서 싫네요." 했더니
가끔 데리고 가겠다는 분이 있는데 한 번은 아이를 바닥으로 떨어트린 적이 있으니까 잘 잡고 가세요. 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애완 동물 장례식장 러브펫에 도착했다. 대행업체에 의뢰하지 않고 바로 이곳으로 직접 연락해서 아이를 보내도 된다.
영정 사진으로 쓸 사진을 보내라는데 마땅하게 보낼 예쁜 사진이 없어 5년 전 가출했다가 3일 만에 경기도 양주 동물 구조대 가서 찾아왔을 때 목욕시키고 찍어 준 사진으로 녀석이 집 잃어버리고 놀랐다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안도한 모습이다.
그때 녀석을 잃어버리고 3일 밤낮을 찾아다니고 전단을 붙이고 동물 병원, 애견 삽,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가게마다 다 알리고 다니고 그랬는데 심탱이 잃어버리고 가족이 다 말이 없어지고 음식도 넘어가지도 않았고 잠도 오지 않고 요즘 말로 맨붕 상태였다고나 할까? 아무 의욕이 없어 멍 때리고 지냈었는데 집에 돌아와 겨우 5년 더 살았네. 우리 심탱. . .
입관한 심탱이
고마웠고 미안했다고 좋은 곳에 가라고 인사하고 . . .
화장 절차를 밟는다. 점화하시기 전에 장례사께서 이젠 더 슬퍼하면 안 된다고, 자꾸 울면 좋은 곳으로 못 간다고 하시며 좋은 곳으로 가면 뼈가 하얗게 잘 타고 그렇지 못하면 검은빛이 난다고 하셨다. 그래, 이제 울지 말고 우리 심탱이 가는 모습 지켜보며 언제든 볼 수 있게 사진으로 남겨두자고 마음 가다듬고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 심탱이 좋은 곳으로 가야 할 텐데 . . .
개관을 하여 시신을 화구에 넣고 . . .
좋은 곳으로 가라고 장례사께서 예를 갖추고 . . .
점화를 한 후 1시간 정도 걸려 뼈만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화장 하는 중에는 바로 옆에 영정과 입고 온 옷을 놓고 향을 피워주고 기다린다. 그런데 이 글이 너무 슬프다. 우리 심탱이도 우리 가족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살았을 텐데, 다른 녀석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 텐데 넉넉하게 좋은 것 다 해주지 못하고 살게 해서 미안하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서 화구 문이 열리고 . . .
뼈를 수습할 준비를 하시며 또 예를 갖추신다. 불교 윤회에서는 전생에서 이승에서 사후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지 모르니 . . .
다행히 우리 심탱이 뼈가 하얗게 잘 타서 좋은 곳으로 갔다고 하시며 보여주신다.
예전에 어른들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좋은 곳에 가면 뼈가 하얗고 그렇지 못 하면 뼈가 검다고, 다행히 우리 심탱이 좋은 곳으로 갔네.
이렇게 한 줌도 안되어서 우리에게 돌아왔다. 차마 혼자 두고 올 수 없어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나중에 다른 아이가 가면 같이 뿌려주려고 . . .
싸가지 언니가 너는 갔지만, 그래도 너가 남긴 꽃님이와 꽃님이 딸 꽁주 그리고 짱아와 돌돌이가 있어 조금 위안이 된다고 하네. 우리 탱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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