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장암에 있는 서계 선생 고택을 가기 위해 도봉산역으로 간 김에 지난번 비 오는 날 들린 창포원의 튤립이 어떻게 되어있나 잠시 들려 봤다. 그런데 와우 ~ 튤립은 피었다 지고 있었고 창포원에는 온통 철쭉의 분홍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튤립 상태를 보러 들린 것이 횡재를 한 기분으로 서계 선생 고택은 창포원을 둘러본 후에 가기로 하고 철쭉에 빠져 정신없이 돌아다녔는데 일요일이라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도봉산
튤립은 비슷한 시기에 꽃이 피어 대부분이 지고 있건만, 늦게 꽃대가 올라와 제대로 크지 못하고 핀 어린 꽃들이 있어 안쓰럽기까지 하다.
진달래와 철쭉, 그리고 영산홍은 꽃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진달래야 누구나 보면 알 수 있지만, 철쭉과 영산홍의 구별은 헷갈려 하는데 철쭉은 진달래과에 속하는 수종으로 영산홍도 철쭉의 범위에 속한다. 그러나 보통은 철쭉이라 하면 우리나라, 중국 등지의 산에 자생하는 낙엽활엽 관목의 철쭉을 칭하고 영산홍은 일본 원산이며 상록활엽 관목 왜철쭉으로 많은 원예종의 품종이 개량되어있다. 그리고 왜철쭉은 키가 작다고 하여 붙여진 영산홍을 말한다.
철쭉과 영산홍 구별은 철쭉은 한 개의 꽃눈에 여러 개의 꽃이 피고 영산홍은 한 개의 꽃눈에 한 개만 핀다. 그리고 철쭉은 꽃이 먼저 나오면서 잎이 같이 나오는데 영산홍은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상록활엽으로 잎이 있는 상태에서 꽃이 핀다. 또한 철쭉은 꽃 수술이 10개이나 영산홍은 꽃 수술이 5개로 철쭉과 영산홍의 꽃술 차이만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
진달래와 철쭉의 구별은 쉽지만, 꽃만 가득 피어있으면 진달래, 잎과 같이 꽃이 피어있으면 철쭉, 그리고 진달래의 잎은 끈쩍임이 없는 반면 철쭉의 잎은 끈쩍거리고 진달래는 꽃받침이 없지만, 철쭉과 영산홍은 꽃받침이 있다.
지난번에 있던 팬지가 아직도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아이리스는 붓꽃과의 다년초로 북반구에 분포하며,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친숙해져 있다. 아이리스꽃은 루이 7세(재위 1137~80)에 프랑스의 국장이 되었는데, 이는 프랑크왕국의 클로우비스 1세가 쾰른 근처에서 고트인에게 공격당했을 때, 라인강의 강바닥에 이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고 얕은 개울이라는 것을 알고, 전멸을 피했다는 고사에 의한다고 한다. 또한 영어명은 그리스 신화 중의 무지개 여신인 이리스에게 유래하는데, 제우스와 헤라의 사자로서 하늘과 땅에 걸친 무지개로 지상으로 내려와서 이 꽃으로 모습을 바꾸었다고 한다. 따라서 꽃말은 <사명>이다.
[꽃 이야기] 이탈리아에 아이리스라는 미인이 있었다. 명문 귀족 출신으로 착한 마음씨와 고귀한 성품을 지닌 그녀는 로마의 한 왕자와 결혼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왕자가 병으로 죽고 만다. 홀로 된 아이리스는 청혼을 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그 누구에게도 응하지 않고 항상 푸른 하늘만 마음속으로 동경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산책길에 젊은 화가를 만났고 그 역시도 아이리스를 사랑하게 된다. 화가는 열심히 청혼을 했고, 결국 화가의 열정에 감동한 아이리스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살아 있는 것과 똑같은 꽃을 그려 주세요."
화가는 온 열정을 다해 그림을 그렸고, 아이리스는 그림을 본 순간 그 아름다운 자태에 감동했다. 하지만 이내 "이 그림에는 향기가 없네요." 하고 실망스런 탄성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그림에 살포시 내려앉더니, 날개를 차분히 접고 꽃에 키스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아이리스는 감격에 차 눈을 반짝이면서 화가에게 키스를 했다. 이후 푸른 하늘빛의 꽃, 아이리스는 그들이 처음 나누었던 키스의 향기를 그대로 간직해 지금도 꽃이 필 때면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를 풍긴다고 한다.
노랑꽃창포
조팝나무 꽃도 참 오래 가는 것 같다. 꽃잎이 떨어져 꽃술만 남은 꽃도 보이지만, 아직도 향기를 뿜어내며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육교 위로 올라가서 보면 창포원이 한 눈에 보일까? 한 눈이 아니라 두 눈에 들어오겠지. ㅎㅎㅎ
수락산
불암산
창포원을 둘러보고 서계 선생 고택을 가기 위해 전철을 타러 7호선 도봉산역으로 올라가서 본 창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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