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봉화 달실마을의 청암정

智美 아줌마 2014. 10. 28. 11:30

청량사를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한 건 몇 해 전이었다. 늘 가봐야지 하면서도 깜박하는 바람에 원하는 시기를 놓치게 되어 다음으로 미루다 보니 인제야 가게 되었다. 청량사를 갈 준비를 하면서 봉화엔 같이 들린만한 곳이 어디일까? 생각하다가 달실마을이 떠올랐고 그래서 이번 여행은 달실마을과 청량사를 둘러보고 이왕이면 청량산 산행도 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봉화행 교통편은 동서울터미널에서 첫차가 7시 40분으로 다른 지역보다 늦은 첫차라 하루에 달실마을과 연계해서 다른 곳을 둘러 보기엔 시간적 여유가 적을 것 같다. 참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자료 조사를 충분하게 했으면 놓치지 않고 제대로 다 둘러보고 왔을 텐데 조금 미비하다 보니 아쉬움이 있어 다음에 다른 계절에 한 번 더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화터미널에서 토일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달실마을(토일)에서 내린다.(15분 정도 소요)  또는  삼계리 가는 버스를 타고 석천 계곡으로  해서 달실마을로 들어가도 되는데 어차피 달실마을에 갔다가 석천정사, 석천 계곡을 함께 둘러 보게 되니까  먼저 오는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달실마을은 안동 권씨 중에서도 권벌(1478년.성종9 ~ 1548년.명종3)을 중심으로 일가를 이룬 동족마을이다. 금계포란형, 즉 ‘금닭이 알을 품은 모양’의 명당이라는 달실마을은 동북쪽으로 문수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서남으로는 백운령이 뻗어 내려 암탉이 알을 품은 형상이며, 동남으로는 신선이 옥퉁소를 불었다는 옥적봉이 수탉이 활개치는 모습으로 자리해 있다고 한다.

 

 

달실은 경상도 방언으로 '닭 모양의 마을'이라는 뜻으로 경상도 북부지방에서는 '닭'을 '달'이라고 하는데 수백 년 동안 달실로 불렸으나, 근래 들어 국어표준어법을 적용하면서 '닭실'로 바뀌었다. 그러나 마을에서는 표준어를 적용하기보다 원래 그대로 쓰고 불러 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기에 '달실'로 쓰고, '달실'로 불러주기를 원한다고 한다. 한자로는 '酉谷' 이라고 쓰는데 닭 酉, 골 谷으로 닭실마을이 곧 유곡리이다.

 

버스에서 내려 유곡교를 건너 왼쪽으로 가면 달실마을 민가와 청암정이 있다. 추수철이 되어서인지 벌써 벼를 베는 곳이 있어 조금 늦게 왔으면 벼 수확이 끝난 휑한 논을 볼 뻔했다. 벼를 벤 논도 나름대로 괜찮지만 . . .

이런 ~ 방문객을 위한 배려일지는 모르지만  길에 빨간 포장재로 덮어 있어 옥에 티라는 생각이 들어 자연 그대로 흙이었으면 해서 아쉽다.

 

 

 

 

 

이 댁이 권벌 선생의 종가인 것 같은데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오죽 함부로 무례하게 들락거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문 앞에서 살짝 한 컷 찍고 얼른 나온다. 마음은 제대로 담고 싶지만 원치 않는데 결례인 것 같아서 아쉽지만 . . .

담장 넘어로 지붕만 보여서  팔짝팔짝 뛰어 봐도 볼 수가 없다. ㅎㅎㅎ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찍으니 담장 넘어 또 담이 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권벌 선생 집안의 사당이라고 한다.

이 곳 달실마을의 단풍나무는 유독 빛깔이 짙어 검붉다시피 한다.

청암정 뒤로 지나가게 되는데 야트막한 흙담 위로 올라가서 보니 연못이 있다. 어디서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 있나?

 

청암정 뒤

노오란 산국

 

청암정은 500년의 마을 역사와 함께 한 거북이 모양의 바위 위에 정자를 지은 것으로 바위 주변에 거북이가 좋아하는 물을 담기위해 인공연못을 만들었고 권벌 선생이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유곡에 자리잡아 15년간 은거하여 도학연구에 몰두하며 큰아들 권동보와 함께 구암상에 건립한 정자로서 건축양식이 뛰어나고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이 일대는 사적 및 명승 제3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이곳 청암정에서는 드라마 동이, 영화 음란서생, 스캔들, 바람의 화원 등을 촬영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방을 두 칸 들였는데 지나가던 스님이 거북의 등에 불을 지피면 거북이가 뜨거워 죽는다 하여 방을 없애고 청마루만 두게 되었다 한다.

현판의 청암수석은 미수 허목의 글씨라고 한다.

 

 

독서당

 

 

 

정자 아래로 내려가서 한 바퀴 둘러 본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아름답다. 다른 계절의 모습은 어떠할까?

 

 

 

 

 

 

이제 밖으로 나와 석천계곡으로 가면서 마을 전경을 다시 둘러 본다. 한옥 건물이 생각보다 많지 않지만 참 아름다운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