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청대피소에서 피곤함을 잠재우고 난 다음 날 새벽, 해돋이를 보러 밖에 나오니 아직 달이 하늘을 지키고 있다. 추석이 지난 지 며칠 안 되어 달이 약간 찌그러졌지만 그래도 둥근 보름달이다. 6시 30분쯤 해가 뜬다고 하니 얼른 대청봉으로 올라가야 한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온다. 붉은 무리를 앞세우고 해가 산을 넘어 오려고 한다.
와우 ~ 구름 바다가 환상적이다. 우리 딸 "엄마, 저 게 뭐야? 구름 맞아? " 신기한 듯 물어본다.
운해 위로 스멀스멀 운무가 피어오르니 대청봉에 오른 사람들 입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오고 고행없이 이 아름다운 픙경을 쉽게 보여주겠는가?
이제 눈썹같이 해가 살짝 모습을 보여주고 . . .
서서히 그 찬란한 모습으로 구름 바다를 헤치고 올라온다.
붉은 태양과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운해, 심술을 부리 듯 피어나는 운무가 환상적이라는 표현도 부족한 만큼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설악산 대청봉에 여러 번 올랐지만 이번에 본 일출이 당연 최고다. 그동안 태백산 일출보다 못하다는 생각으로 늘 아쉬움이 있었다.
설악산이 불타고 있다. 운무가 피어 오르다 오르다 태양까지 집어 삼키려 한다. 너무 너무 아름다워 넋이 나가려 한다. 여기 저기서 환호성이다.
그렇게 멋드러진 태양의 향연을 보고 이제 대청봉의 아우인 중청을 바라본다. 중청 뒤에 봉우리가 소청이나?
설악산의 등대가 되어주는 중청의 공 안테나, 그 아래 중청 대피소
중청, 대청 아래 있는 1275봉, 범봉, 신선대 . . . 모든 산봉우리들이 다 운해가 덮혀 버려 흔적도 없게 되었다.
하늘엔 아직 달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머물고 있다. 이제 대피소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수렴동 계곡으로 내려간다. 천불동 계곡 길이 12km, 수렴동 계곡 길이 13km 긴 코스만 잡았지만, 그만큼 풍경이 아름다워서 딸한테 좋은 곳을 보게 해주려 힘들지만 이 두 코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래도 딸이 투정 없이 잘 동행해주었는데 다음에 또 오자니까 싫단다. ㅎㅎㅎ
백담사를 향해 출발 ~ 중청에서 대청봉을 한 번 더 보고 가자. 노오란 단풍이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까 노란 산국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것 같다.
중청을 넘어가며 보이는 풍경
이 아래에 1275봉과 범봉, 공룡능선 줄기가 뻗어있을 텐데 . . .
중청을 내려오며 돌아본 중청
멀어지는 대청봉
소청으로 가는 길
왼쪽 뒤에 대청봉, 오른쪽 앞에 중청봉
소청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려오고 있다. 우리는 전진이다.
소청에서 백담사까지 11.7km, 설악동 소공원까지 9.8km, 우리는 백담사까지 가야 하는데 길이 멀다.
아래 용아장성도 다 가리고 살 ~ 짝 보인다.
소청대피소, 새로 지어서 아직 깨끗하고 침상에 누우면 나무 향이 솔솔 나는 게 참 좋다.
용아장성
오른쪽 바위산에 집이 있는 줄 알았는데 랜즈로 쭈 ~ 욱 당겨서 보니까 바위가 지붕같이 앞으로 나와있고 그 아래가 움푹 패여 있다.
측면으로 보면 이런 모습
밑으로 내려와서 보면 이렇게 전혀 다른 모습이다.
봉정암 위의 바위
조금 더 내려가니까 봉정암 전각이 보인다.
쑥부쟁이
봉정암에 도착
윤장대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냠냠 맛있니?
새며느리밥풀
산오이풀
불뇌사리탑
사람같기도 하고 서있는 다람쥐 같기도 한데 모자바위라고 한다.
모자바위 뒤로 용아장성
수렴동 계곡으로 계속 내려간다. 천불동 계곡 못지 않게 수렴동 계곡도 참 아름답다.
수렴동 계곡에는 이런 폭포와 소가 참 많이 있다. 물빛이 너무 곱다.
드디어 우리 딸이 카메라에 잡혔다.
왼쪽은 봉정암 쪽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이고 오른쪽은 쌍폭골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이다. 원래 쌍룡폭포이지만 줄여서 쌍폭이라 부른다.
봉정암 쪽에서 흘러 내리는 폭포
쌍폭골에서 내려오는 폭포
에구 ~ 이제 1/3 내려왔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물줄기가 거칠고 골이 깊게 파여있다.
우리 딸이 뭐하나? 사진 찍은 것 확인하는 건가?
단풍 색이 너무 예쁘다. 역시 때를 잘 잡고 온 것 같다.
딸 ~ 같이 가.
노란 단풍 가운데 에메랄드빛 물빛이 정말 예술이다.
이 계곡에서 많은 사람들이 쉬어간다. 난 늘 통과하지만 . . . ㅎㅎㅎ
비법정 탐방로로 들어가서 사고난 현장 사진이다. 수렴동 대피소 위에서 용아장성을 타면 봉정암 부근에서 빠져나온다고 한다. 가지마라고 하면 가면 안.돼.요. 왜들 말 안 듣고 사고나서 애꿎은 사람들 고생 시키고 자신의 생명 위협 받고 가족들 슬픔에 빠지 게 하는 건지 . . .
수렴동 대피소, 블로그 탐방을 해보면 수렴동 대피소에 묵는 사람들은 용아장성을 타기 위해서이고 양폭대피소에 묵는 사람들은 용소골, 잦은바위골, 희야봉, 칠형제봉으로 오르는 사람들인 것 같다. 나야 이름만 들어본 본 봉우리들이지만 일반인들은 가지 말아야 할 코스다.
오세암, 백담사로 나뉘는 갈림길이다. 오세암 가는 길은 숲길로 가는 길이라 그다지 볼거리는 없다.
가지꽃
산비장이
영시암에 도착해서 국수 공양 한 그릇 받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구릿대
이제 백담사가 머지 않은 것 같다.
어라? 왜 막아놨지? 멀쩡하게 다니던 길을 막아 놓고는 긴급 차량 운행하는 길이니까 우회해서 가란다. 자연 탐방로를 많이 이용을 하지 않으니까 일단의 조치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생각보다 제법 돌아가는 것 같다.
드디어 백담사 앞에 다다랐다. 계곡엔 여전히 돌탑들이 그대로 서있다.
오잉? 저 게 뭐야? 용대리 버스를 타려는 사람의 줄이 가리를 건너 백담사 절 앞으로 해서 작은 다리까지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이렇게 딸하고 2박 3일 설악산 산행을 마치게 되었는데 용대리 나가는 버스를 1시간 넘게 기다리게 되어 어두워져 내려가게 되었는데 다행히 동서울 가는 막차 시간 전에 도착해서 바로 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다. 역시 단풍철이라 사람이 무지 많다는 걸 백담사 버스 기다리며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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