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설악산 수렴동 계곡 백담사 용대리 가는 길

智美 아줌마 2015. 3. 1. 19:30

 

춘천에서 온 두 사람과 중청에서 만났던 사람이 봉정암에서 108배를 하고 내려왔다는 사람과 잠시 얘기를 나누다 거북이라 나 먼저 출발을 하려는데 중청에서 만났던 분이 이젠 땅이 다 녹아서 아이젠을 벗어도 된다고 하였지만 그래도 중간 중간에 빙판이 있을까 봐 그냥 신은 채로 간다.

 

수렴동 대피소 오른쪽에서 흐르는 물은 가야동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인데 왼쪽 구곡담 계속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 수렴동 계곡을 이룬다.

이제부터는 수렴동 계곡이다. 수렴동 계곡은 넓은 암반이 있어 지나가는 많은 산객들이 물가에 앉아 쉬어가기도 한다.

 

어라? 진짜 눈이 하나도 없네. 그런데 꾸부리고 앉아 아이젠 벗어 들고 가기도 그렇고 배낭 내려 챙겨 담고 가기고 귀찮아 그냥 신은 채 간다.

이 위로 올라가면 오세암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수렴동 대피소, 왼쪽 위로 올라가면 오세암이 나오고 나는 아래 영시암으로 내려간다.

이 계단만 내려가면 영시암이 보인다.

 

영시암이 보인다. 다른 계절엔 영시암에서 국수 공양 받느라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데 겨울엔 방문하는 사람이 적어 따뜻한 찻물을 준비해 주신다. 처음 겁없이 마등령을 넘어 이곳으로 내려왔을 때 무료 공양을 하얀 녹두죽을 주셨는데  맛있어서 두 그릇을 먹어 감사한 마음으로 보시를 좀 하고 내려왔다. 그 후로는 국수를 준비해주시는데 가끔 들리는 것이지만 베풀어주심에 늘 감사함에 보답으로 보시를 조금씩 하고 내려온다.

 

샘물이 꽁꽁 얼어버렸네. 무료 공양을 하고 이 샘에서 먹은 그릇을 닦아 놓고 가는데 . . .

 

영시암에서 중청에서 만난 사람을 또 만나게 되었는데 아이젠을 그냥 신고 있는 것을 보고 고집이 세다고 쓴소리를 한다. 나야 혼자 다니니까 안전이 제일 중요한데 만약에 내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내가 판단해서 신든 벗든 하는 것이지 남이 벗으란다고 벗냐고?

 

 

 

영시암 앞 길을 보니까 눈이 없는 것 같아 계곡으로 내려가 잠시 쉬면서 아이젠을 벗어 배낭에 넣고  간식도 챙겨 먹으며 잠시 쉬었다 간다.

 

그늘진 곳에는 약간의 빙판이 있지만 백담사까지 대부분이 마른 땅이다.

낙엽이 한 곳으로 모여드는 게 참 신기하다. 바람이 마구 한 곳으로 모는 것 같은데 지형적으로 모이게 하는 조건이 있나보다.

 

 

 

아래로 내려올 수록 나무의 푸른 빛이 밝다.

이제 백담사까지 1.8km 남았다.

쭉쭉 뻗은 이 나무는 무슨 나무?

 

 

계곡을 보니 백담사가 지척인 것 같다.

 

 

스님 한 분이 올라오시기에 어디까지 가시냐고 여쭈어 보니 영시암에 간다고 하신다.

 

길게 빙판이다. 조심해서 걷는다고 하면서도 미끌? 자빠질 뻔해서 식은 땀 쫘악 난다.

 

지난 가을에는 이곳을 막아 놔서 투덜거리며 둘러갔는데 이번에도 막혀 있으면 틈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열여있다. ㅎㅎㅎ

백담 탐방 안내소에 도착하니까  3시가 막 넘었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많이 일찍 내려온 것 같다. 용대리까지 또 내려가야 해서 8시 안 되서 출발했는데 7시간 조금 더 걸린 것 같다. 전에는 9시간 넘짓 걸려 서울 가는 막차를 탈 생각이었으나 다행히 어둡기 전에 용대리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아 여직원 혼자 있기에 백담 탐방 안내소에서 3, 40분 정도 얘기하며 쉬다가 내려왔다.

 

 

왼쪽 아래 계곡 길로 내려간다. 다른 계절에 이 길을 걸으면 야생화를 볼 수 있어 이 길을 선호한다.

 

백담사 앞 계곡의 돌탑들

 

백담사는 신라제28대 진덕여왕 원년(647년)에 자장율사가 세웠는데 처음은 한계사라 불렸으나 그 후, 대청봉에서 절까지 웅덩이가 백개 있어 백담사라 이름 붙였다. 십여차례 소실되었다가 6. 25동란 이후 1957년에 재건되어 현재에 이르는 등 역사적 곡절이 많은 절이다. 자장율사의 유물소동일좌와 인조 때 설정대사에게 하양한 칠층소형옥탑 등이 있으며, 암자로는 영시암, 오세암, 봉정암이 있다.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1879∼1944) 스님이 머리를 깍고 수도한 곳으로 유명하다. 만해 스님은 민족와 국민을 위해 그곳에서 민족의 얼을 되살리는 산고의 고통을 겪으면서 집필을 하였는데 이곳에서「님의 침묵」이 만들어졌고 불교유신론을 제창하여 근본을 잃어가던 우리 불교를 민족불교로 발전시킨 만해의 사상이 백담사에서 시작되었다.

 

 

 

 

 

가을 단풍철에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셔틀 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지금 썰러하니 고요하기만 하다.

 

역광이지만 그래도 백담사 일주문도 한 컷 담고 용대리로 7km를 내려간다. 아직도 길이 멀다

계속 내리막이라 힘들지 않게 내려갈 수 있을거라고 하더니 중간 중간에 오르막이 있다.

백담사 쪽 계곡

야호 ~ 볼록거울이다. 셀카 놀이도 하며 내려간다.

 

중간 중간에 용대리까지 km 표지가 있어 다행이었다.

 

내가 걸어왔던 길이 저 건너편에 보인다. 이렇게 굽이굽이 돌아돌아 내려간다. 차로 내려가는데도 15분? 20분 정도 걸렸던가?

 

앗!! 스님 한 분이 내려가신다. 차로 안 가시고 걸어가시네. 했더니 중간까지 가셨다가 되돌아 올라가신다.

 

굽어있는 길에는 볼록거울이 설치 되어있는데 거울 속을 들여다 보니까 길이 꼬불꼬불하다.

이곳의 바위는 유독 하얗다. 차돌처럼 단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리 이름이 그냥 江橋라고 되어있다 강다리?

얼음을 녹이며 흐르는 물줄기, 보기보다 깊이가 있을 것 같다.

 

용대리 4km 지점엔 간이 화장실도 있고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그런데 아직 반도 못 왔네.

이제 길이 좋다. 이렇게 좌로 굽었다 우로 굽었다 하며 계속 내려가는데 다리도 아프고 지치니까 걷기 싫다는 생각에 주저앉아 버리고 싶다.ㅎㅎ

 

 

 

 

 

길 옆에 이런 얼음산(?)이 있는데 녹으려면 응달이라 한참 걸리겠다.

 

 

 

용대리 2km,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아자아자!!

 

백담분소에 도착했다. 늘 버스를 타고 자나치기만 했는데 이렇게 걸어내려오게 되니까 백담 분소 앞을 지나게 되네. 벌써 5시 30분이 조금 넘어가고 있다. 앞으로 1km는 더 나가야 서울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용대리 승차장인데 빨리 가면 6시 차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려고 붉게 타오르고 서서히 어둠이 내려 앉으려 한다.

 

 

 

용대리 셔틀버스 종점이 탐방센터 바로 아래 있었다. 빨리 용대리 승차장으로 가자. 6시 차를 탈 생각에 서둘러 가는데 시간은 점점 6시를 향해 가고 다리는 천근만근이라 그래도 마지막 힘을 내고 6시 4분 전에 용대리 승차장에 도착했다. 아저씨 빨리 6시 동서울 차표 주세요. 빨리빨리 차 지나가면 어떻게 빨리 주세요. 하니 느긋하게 하시는 말씀 "아직 시간 있는데 뭐가 급해서 그래? 6시 20분이야." 하신다.

 

"뭐라고요? 6시 20분? 시간표에 6시라고 되어 있던데? " "작년 8월에 바뀌었어. 바뀐 지가 언젠데 그래? " 하신다. 뭐냐고? 잉잉 전화해볼까 하다가 시간표가 있으니 그냥 죽어라. 헉헉대며 걸어왔는데 그렇게 서둘지 않았으면 덜 힘들었을 텐데. 우씨 ~ 그래도 어쨌거나 빵과 커피로 요기도 하고 여유 있게 쉬다가 1박 2일 설악산 산행 마무리를 하고 서울로 오게 되었다.

 

새로 바뀐 용대리 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