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새벽, 일찍 출발하는 팀들이 있어 대피소 안이 부산스럽다. 밖에 나갔다 온 사람들이 눈온다며 일출 못 보게 되었다고 하니까 아쉬워서들 술렁인다. 이번엔 나도 대청봉에 올라 가서 일출을 보려고 했는데 일기 예보에 밤에 눈이 온다고 해서 일출은 못 보겠구나 예상하고 갔지만
눈이 많이 오지나 않을까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오늘 하산은 구곡담 계곡, 수렴동 계곡으로 내려갈 계획으로 다른 계절에도 봉정암에서 봉정골로 내려가는 길이 거칠어 조심스러운데 눈이 많이 오면 경사가 높은 곳이라 더 위험할 것 같아 걱정이다. 만약에 눈이 많이 오면 아쉽지만 오색으로 다시 내려가든지, 한 번 내려가 봐서 길 상태를 조금 아는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가든지 할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가늘게 내리다가 오전에 개였다.
문제는 백담사에서 용대리까지 내려가는 버스가 겨울에는 운행을 하지 않아 백담사까지 13km를 내려가서 또 용대리까지 임도를 따라 7km를 더 걸어 내려가야 한다. 중청에서 출발해서 백담사까지 9시간은 족히 걸렸는데 백담사에서 또 7km를 더 걸어가야 한다니 동서울 가는 7시20분 막차라도 탈 수 있으려나 염려 되었다. 혹여 막차를 놓지면 차편이 많은 양양이나 속초로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내려오게 되었다.
새벽 6시 40분즘 대청봉에는 눈발이 날리고 운무가 온 산을 덮고 있더니 점점 더 앞이 보이지 않게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대청봉아, 어디 있 ~ 니? 못 찾겠다 꾀꼬리 . . .
아래 보이던 신선대, 범봉, 울산바위, 공룡 능선들도 안개 속에 묻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 . .
중청봉도 공 안테나도 흔적없이 사라졌다.
눈보라를 일으키면 바람이 휘몰아친다. 그래도 지난번 쌍칼 바람에 비하면 봄바람이다.ㅎㅎㅎ
중청으로 올라가면서 돌아 보니까 좀 전보다 안개가 짙어져 더 보이지 않는다.
내년 겨울에는 한계령으로 내려가 봐야겠다. 올라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내려가는 것으로 기약해 본다.
중청 뒤로 돌아오니까 잿빛이다. 앞쪽엔 구름 속에서라도 해가 떠오르고 있어 푸른 빛인데 아직 중청 뒤는 햇빛이 비치지 않아서인 것 같다.
해가 어느 정도 올라오고 있나보다. 약간씩 푸른 빛이 돌기 시작한다.
중청봉 뒤로 희미하게 대청봉도 보이고 차츰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희운각 대피소 방향으로 내려가지만, 나는 봉정암으로 내려간다.
봉정암으로 내려가는 길도 가파른 편이지만 위험한 구간은 없어 내려가기 수월하다.
까마귀 떼들이 푸드득 날아서 좋은 장면 한 장 건질까 하고 소청 대피소에 잠시 머물다 다시 출발한다.
중청으로 올라가는 방향
소청 대피소 앞에선 계단으로 내려간다.
팔 벌리고 서있는 나무
봉우리 위에 안테나가 설치 되어있다. 사람이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곳인가? 아님 헬기로 투하?
이 바위는 오른쪽으로 올라가서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인데 오늘은 위험해서그냥 통과한다.
앗!! 날쎈돌이 청설모다. 위 바위 위로 폴짝폴짝 잘도 뛰어 올라간다.
돌무덤이 나오는 것보니 봉정암이 가까워진 것 같다.
봉정암이 보인다.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이라 조심해서 내려간다.
불뇌 사리탑으로 올라가기 위해 윤장대 쪽으로 올라간다.
산령각
계단이 빙판이라 스님께서나 불자들이 아이젠없이 오르내리기엔 위험할 것 같다.
봉정암에서 불뇌사리탑 오른쪽 고개를 넘어가면 가야동 계곡, 오세암 가는 길인데 조난 사상자가 자주 발생되어 겨울에는 통제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중청봉에서 만나 청년 두 명이 이 길로 왔다고 해서 다른 계절에도 힘든 코스인데 왜 위험하게 그리로 왔냐고 하니까 영시암 위에 오세암과 수렴동 대피소 갈림길에서 어떤 아저씨가 젊으니까 오세암 쪽으로 가라고 해서 봉정암으로 넘어오는데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어떤 미친 인간이 그 길로 가겠다고 해도 말렸어야지 어떻게 젊으니까 그 길로 가라고 했는지 남의 귀한 아들 잡을 뻔 했다.
이 바위 오른쪽으로 기어올라가려고 하니까 위에서 내려오는 분이 길이 안 좋다고 왼쪽으로 돌아서 올라가라고 일러준다. 그러나 이 길을 알기에 그냥 올라가는데 옷을 두껍게 입어서 몸놀림이 불편해 엉금엉금 기어올라갔다. ㅎㅎㅎ
공룡능선, 가운데 봉우리가 1275봉
모자바위 뒤에 용아장성
처음 봤을 때 다람쥐같이 생겼다고 했는데 봉정암에서는 모자바위라고 한다. 엄마와 아이가 같이 서있는 것 같다나?
불뇌사리탑은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 건너가 도선율사로부터 수계한 후 가사와 발우 및 석가세존의 진신사리를 나누어 받아가지고 돌아와 동왕 12년(643) 이 탑을 세우고 사리를 봉안하였다고 한다. 1971년 12월 17일 강원도유형문화재 제31호로 지정되었다가 2014년 7월 3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831호로 승격 지정되었다.
소청, 중청 방향
사리탑에서 내려다 본 봉정암
곤줄박이, 봉정암 스님께서 휘파람을 불면 새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겨울에는 먹이가 부족해서 사람 가까이에 있다고 . . .
뭐여? 절에서 술 먹고 담배 피는 사람이 있는 겨? 진짜 몰상식한 인간이네. 저런 사람은 산에 못 오게 해야 돼.
이 수렴동 코스는 백담사에서 용대리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겨울에는 다니지 않아서 이 코스로 오는 사람이 적어 눈이 깨끗하다. 내가 봉정암에서 내려가는 동안 올라오는 사람은 두 사람이 같이 올라오는 한 팀만 만났고 내려가는 사람은 열 손가락 안에 들 것 같다. 그래서 구곡담 계곡을 혼자 누리며 내려왔는데 춘천에서 왔다는 두 사람이 느긋하게 쉬엄쉬엄 내려가는 덕분에 가끔 만나서 반가웠다.
봉정암에서 내려가는 골이 무척 깊어 길이 상당히 가파르고 거칠다.
사자바위라고 되어있는데 어떤 바위를 사자바위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자바위에서 봉정암이 보인다고 하는데 . . .
내려가는 계단이 다 얼어서 진짜 벅벅대며 내려가는데 계곡 아래까지 내려가기가 정말 무서웠다.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계곡 아래까지 쭉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았다.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에 이 구간에 밧줄이라도 메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에구 ~ 가파르게 계속 내려간다. 다른 계절에도 이 구간은 500m지만 정말 힘들고 주의를 하지 않으면 크게 다칠 수 있다.
아, 정말 힘들게 내려왔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완만해 보이지만 . . .
드디어 철계단이 나왔다. 그런데 펄계단 내려가서부터 발 딛기가 고약해 안절부절 했는데 괜히 눈물이 나려고 했다. ㅎㅎㅎ
저 아래까지만 내려가면 그 후로는 길이 괜찮다. 구곡담 계곡을 건너 갔다 왔다 하며 내려간다.
어라? 바위 벼랑에 얼음이?
우와 ~ 대단하다. 어떻게 저런 곳에서 물이 흘러 고드름이 저렇게 많이 달렸지? 밑에 낙빙주의라는 안내문이 있다.
이제 힘든 구간은 다 내려왔다. 그런데 갈 길이 멀다 .백담사까지 11km, 용대리까지 7km면 18km나 더 가야 한다. km 수에 기가 팍 죽는다.ㅎㅎ
이제 구곡담 계곡을 이런 다리를 왔다 갔다 건너면서 내려간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눈이 정말 깨끗하다.
바위 벼랑이 층층이 되어있어 그 위로 물이 조금씩 흐르던 곳인데 얼어 있어서 형태를 알아 볼 수 없다.
용아장성 줄기
내가 다리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서 있으니까 동고비 한 마리가 내 주변에서 왔다 갔다 한다. 먹이를 줄까 봐 그러나? 싶어 맛밤을 꺼내 작게 잘라서 다리 난간에 놓아주니까 얼른 하나 물고 날아가더니 이내 또 날아와서 물고 간다. 새들끼리도 서로 소통을 하는지 다른 동고비와 곤줄박이도 날아와 밤을 하나씩 물고 간다. 그래서 몇 개 더 꺼내 잘라서 놓아주고 왔는데 더 많이 잘라서 놓아주고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곤줄박이도 와서 밤을 물고 가고 . . .
동고비도 하나 물고 간다.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산에 오라는 듯 고개를 숙이고 통과해야 한다.
처음 이 길을 지날 때 바위에 가려 길이 안 보여서 두리번 거리던 게 생각난다.어라? 길이 어디지?
이렇게 바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고단한 생명력에 안쓰럽기도 하다.
하늘이 맑아져 점점 파래진다.
허리 아프게 휘어져 서 있는 나무 올 때마다 눈에 들어온다. 오색 길에도 이런 나무가 있는데 . . .
폭포도 얼어버렸다. 꽁꽁 . . .
겨우 한 발씩 딛을 정도로 길이 나있어 계곡 밑으로 미끄러질까 봐 조심스러웠다.
아까 이정표에서 2km 내려왔다 아직도 백담사까지 9km 남았다. 빨리 가자.
쌍용폭포 전망대
쌍용 폭포도 얼음 폭포가 되었다. 쌍용폭포 오른쪽 물줄기는 끝청에서 흘러 쌍용골로 내려와 이곳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추락주의 빨간 리본을 보면 잘 가다가도 괜히 긴장이 되고 두려워진다.
용아장성, 예전에는 용아장성 코스도 개방을 하였다고 하는데 워낙 인사 사고가 많이 나서 통제를 하게 되었다고 관리소 직원이 말해줬다. 다니지 못하게 밧줄이나 설치물들을 다 철거를 했다는데도 몰래 야간에 들어가 사고가 나고, 사고가 나면 여러 사람 생고생 시키고 헬기 한 번 뜨면 백만 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된다는데 왜들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뭐이냐? 아직도 8.4km
이 낙엽은 어디서 날아왔는지 길에 소복하게 쌓여있다. 하얀 아이스크림에 초코가루 뿌려 놓은 것 처럼 . . .
바위 틈 사이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봄이 나오려고 준비하고 있을까?
우와 ~ 머리 위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다. 빨리 지나가야 한다.
아, 이제 조금 편안한 길이 나왔다. 그래도 눈이 덮어있어서 걷기가 훨씬 수월해서 좋다.
춘천에서 왔다는 두 사람을 이곳에서 또 만났다. 그래서 만난 김에 한 컷 부탁해서 . . .
아래로 내려올 수록 바위들이 동글동글하다.
여름이 되면 물빛이 초록이 될 텐데 . . .
눈 속의 옹달샘?
완전 빙판이다. 미끄러지지 않게 발에 힘을 꽉 주고 내려왔다.
아, 여기는 다른 계절에도 난간 잡고 조심조심 내려와야 하는데 얼어 있어서 더 조심하며 내려왔다. 이젠 그다지 위험한 곳은 없다.
오른쪽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은 바위, 꼭 북한산 인수봉에 튀어 나와 있는 바위같다.
백담사 5.7km
드디어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했다. 춘천에서 온 두 사람이 먼저 도착해 어느새 찌깨까지 끓여서 점심을 먹고 있다. 나는 내려오면서 간식을 조금씩 챙겨 먹어서 조금 쉬다가 바로 출발했다. 여기까지가 구곡담 계곡이고 이후부터는 가야동 계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수렴동 계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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