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설악산 한계령으로 내려오다.

智美 아줌마 2014. 10. 1. 17:56

 

오색으로 올라와 중청 대피소에서 지친 몸을 뉘어 밤을 보내고 난 다음 날 아침, 대청봉엔 아직도 운무가 자욱하다. 이번 산행에서는 일출을 못 보고 내려가게 생겼지만 그래도 행여 하는 마음에 대청봉에 오르는 동안 걷히지나 않을까 했더니 야무진 헛꿈만 꾸고 내려왔다. ㅎㅎㅎ

 

대청봉 오르는 길

 

 

맑은 날에는 가운데 좌로 1275봉, 울산바위, 범봉, 신선대들이 보이지만 운무에 휩싸인 지금은 신선대 끝부분만 살짝 보인다.

 

대청봉엔 아직도 운무가 내려 앉아 뿌옇게 형태만 보이고 . . .

중청봉에도 오른쪽 산자락으로 운무가 밀려 올라온다.

어라? 햇빛이? 그것도 잠시 이내 가려버렸다.

설악산에 와도 일출을 보고 내려가기 어렵지만 이렇게 운해가 가득한 산바다도 보기 힘들다. 흔히들 덕을 쌓아야 하니 3대가 어쩌고 한다.

 

 

운무가 밀려오더니 중청봉 머리를 덮어버리더니

이내 중청봉 중턱까지 내려앉았다.

 

 

구절초

운무에 휩싸인 대청봉에서 인증 샷!!

 

전날 올라왔던 오색 쪽엔 아무 것도 보이고 않고

중청봉 쪽에도 다 가려버려서 운무만 가득하다.

잠시 스멀스멀 운무가  아래로 내려가니 중청봉의 둥근 공 안테나가 살짝 모습을 보여준다.

이내 또 운무가 중청봉을 다 가려버리더니 언제 가렸더냐? 싶게 모습을 보여주기를 반복하고 . . .

왼쪽 끝청도 머리만 솟아 보인다. 대청봉에서 보니 중청에서 끝청이 완만한 능선인데 끝청만 지나면 한계령까지는 오르락 내리락 길이다.

 

중청 꼭대기에 있는 공 안테나를 당겨 보았다. 오색으로 올라오면서 저 하얀 공이 보이면 에구 ~ 이제 거의 다 올라왔구나 한다.

어라? 또 운무가 끝청 끝만 보이게 몽땅 가려버렸네.

이젠 끝청에게 운무 목덜이를 걸어준 것 같다. ㅎㅎㅎ

 

 

이제 대피소로 내려가 하산 준비를 한다. 운무가 걷힐 것 같지가 않아서 . . .

 

한계령, 소청, 희운각 가는 중청 길

 

 

이제 나는 한계령으로 내려간다. 전에 한계령으로 처음 올라왔을 때 한 지점에서 혼자 오르내리기가 버거운 곳이 있어 설악산에 와도 늘 다른 코스로만 가고 한계령은 피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한계령으로 가는데 가다가 혼자 오르기 어려우면 다른 산님들 오기를 기다렸다가 도움을 받을 생각이였는데 막상 가보니까 그 부분이 없어 어려움없이 산행을 하게 되었는데 아마 우회로를 만들어 놓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정영엉겅퀴, 삽주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정영엉겅퀴는 갈색의 관모가 있고 여러 송이 모여 핀다.

끝청까지는 큰 경사없이 오솔길을 걷듯 단풍 나무 사잇길로 간다.

 

꽃을 보면 그런대로 아는 꽃이 많은데 씨방을 보면 전혀 알 수가 없으니 . . .

어머나 밑둥만 남은 나무가 꼭 새? 딱따구리?

이쪽으로 올라가면 중청  정상에 있는 공 안테나가 있는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

살짝 조금 더 올라가보다가 이내 내려 왔다.

 

 

 

오색으로 올라올 때는 단풍이 많이 물들지가 않았는데 한계령 쪽엔 오색보다 단풍이 더 많이 보인다.

여전히 뿌연 운무 속을 걷는다.

 

 

구절초

 

가운데 뒤가 가리봉산, 앞이 주걱봉, 오른쪽이 내가 가야할 방향에 있는 귀떼기청이다. 서북능선 따라 귀떼기청 1,6km 전 지점까지 가야한다.

이제 끝청에 도착했다. 앞으로는 길도 점점 고약해지니 언제쯤 하산을 할꼬?

 

 

 

에구 에구 ~ 한계령까지 6km가 넘게 남았다.

 

 

 

투구꽃, 투구꽃 뿌리에 독성이 더 강해 먹으면 치명적이라고 한다.

몇 십년을 아니 그 이상의 세월을 저렇게 팔꿈치를 땅에 대고 살았겠지?자연의 오묘함과 그 생명력이 대단하다.

 

 

 

이제 1km왔네.

 

 

 

 

구절초

이제 4km 남았다. 절반 채 못내려왔네.

 

이렇게 깨진 돌이나 바위가 모여 쌓여있는 곳을 우리 말로는 애추, 돌서렁(돌서랑), 너덜겅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테일러스 라고 한다. 이런 테일러스 지형은 주로 동결 작용으로 인해 생긴 산꼭대기 암석의 풍화물이 중력에 의해 굴러 떨어져 산기슭에 쌓인 것이라고 하는데 서북능선의 귀떼기청의 큰 바윗덩어리로 이루어진 너덜 지역의 돌들은 이해 불가 미스테리다.

 

 

 

 

 

나를 앞질러가는 산님들 . . .

이 구간 지나자마자 내가 늘 두려워했던 지점이 나오는데 이쯤인가? 이쯤인가? 하며 가는데 그 곳이 보이지 않았다.

올라오는 산님들 . . .

 

 

이제 너덜구간 시작이다. 바위들이 어떻게 하나같이 칼날을 세우고 서있는지 1km정도를 너덜 지역을 가야한다. 한계령 코스에서 이 구간이 제일 힘들고 위험해서 정신 바짝 차리고 건너야 한다. 자칫 잘못 딛기라도 하면 발목 부상은 피해갈 수 없다.

 

이제 반 더 내려왔네. 한계령 코스는 하산 시에라도 오르락 내리락을 해야 한다.

어쿠야 ~ 얘는 어찌하여 요렇게 꺽기었냐?

 

 

 

모처럼 잘 다져진 길이 나왔다.

 

 

 

 

 

 

잉?  이 구간은 기어올라가다시피 조심조심 . . .

서북능선의 으뜸, 최고봉인 귀떼기청이 보인다.  귀떼기청의 너덜겅은 정말 미스테리하다. 그 큰 바위들이 어떻게 그 곳에 다 모여있는지 . . .

서북 능선의 명물 바위들이 보인다. 한계령 삼거리가 곧 나온다.  삼거리만 지나면 거의 다 내려왔기 때문에 조금 여유를 갖고 내려가면 된다.

귀떼기청의 테일러스 지역이 여기 저기 보인다.

 

한계령 코스의 또 하나의 명물 바위인 멍멍이 바위, 젊은 애들 셋이서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기에 바위 설명을 해주고 내가 직접 몇 컷 찍어줬는데 아이들이 너무 멋있게 잘 찍어줬다고 기분 좋아라 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 또한 기분이 좋아 흐뭇했다.

 

 

 

드디어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했다. 국립공원 관리소 직원이 나와있었는데 요즘엔 출발 시간을 체크해서 늦은 산행 시 발생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가겠다는 산님과의 입씨름 하는 모습을 보고 저것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 어떤 사람은 내려가고 대피소 예약했다고 하는 사람은 명단 확인 후에 보내주기도 하였다. 나야 워낙 거북이라 남보다 더 일찍 출발을 해야 하지만 . . .

 

오징어같이 생긴 바위, 어떤 사람은 외계인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 . .

이 바위는 삿갓 쓴 바위인데 조금 더 내려가서 보면 영락없이 삿갓 쓴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나무는 발레 하는 거나? 묘하게 뻗어있다.

 

 

삼거리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왼쪽에 삿갓 쓴 바위가 잘 보인다.

바위만 당겨 찍으니  모진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저렇게 얹저져 있는 게 신기하다.

 

왼쪽에 오징어 바위와 오른쪽에 삿갓 쓴 바위

서북 능선, 귀떼기청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공룡능선보다 더 힘들었는데 다른 산님들도 공룡능선보다 더 힘들다는 말을 하였다.

또 오르막 계단?

내려가는 계단이 길어서 타박타박 조심조심 내려간다.

 

 

 

이런 길이 나오면 날아갈 것 같지만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평지같은 곳에서 잠시 요기도 하며 쉬고 있으니 다른 팀도 쉬어가자며 자리를 잡는다.

 

돌계단에 떨어진 단풍잎들이 계단을 치장을 해준 것 같이 예쁘다.

귀떼기청의 능선

 

 

한계령 코스가 7.7km였네.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 600m니까 총 8.3km, 오색보다 3km가 더 길다.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는데 어라? 저 위에 사람이 있네. 궁금한 마음에 "아저씨, 저기 뭐가 있어요?" 하니 올라와 보라고 해서  막상 올라가보니까 꼭대기 바위까지 혼자 올라서기에도  만만잖았고 두 분이 올라가 계셨는데 바위가 좁아서 나까지 올라가기가 좀 그래서 망설이니까 한 분이 내려오시고 위에 계신 분이 잡아줘서 올라섰더니 우와 ~ 탄성이 절로 나왔다.  운해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는 칠형제봉이 있었던 것. 몇 컷 찍고 덕분에 좋은 풍경 보게 되었다고 감사 인사하고 먼저 내려왔다. 대개 전문적으로 사진 찍는 사람은 자신만의 포인트는 비밀로 하고 잘 알려주지 않는데 그 분들은 그런 사심없이 좋은 곳으로 안내해 준 것을 보면 설악산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같다.

 

 

 

칠형제봉

 

 

칠형제봉의 좋은 풍경을 보게 해주셨던 분인데 대화를 들어보니 전문적으로 사진 찍는 분들인 것 같았고 가끔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아, 이제 이 큰 바위만 돌아서면 한계령 관리소가 지척이다.

 

 

야호 ~ 다 내려왔다. 중청대피소에서 9시 30분에 출발하여 5시에 도착을 했으니 7시간 30분 걸린 셈인데 역시 거북이는 거북이다. ㅎㅎㅎ

1971년 수많은 군인이 거의 맨손으로 고갯길을 뚫었다고 한다. 한계령 공사로 숨져간 장병을 기리는 위령비

정자라기에는 볼품없는 설악루, 1971년 당시 김재규가 사단장으로 있던 공병단에서 완공을 하였는데 설악루라는 현판을 김재규가 썼다고 한다.

보통 쑥부쟁이하고 조금 다른 것 같아 한계령 관리소 아저씨게 여쭈어보니 쑥부쟁이가 맞단다.

 

 

점봉산도 운무에 가려 살짝 살짝 보여주고 . . .

에구 ~ 이제 108계단만 내려가면 산행 끝 ~

 

오잉? 애기 업은 아빠가 연이어 두 사람이 내려가기에 궁금하면 못참아, "아저씨, 지금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거예요? 그렇단다. 친구랑 둘이서 애기 업고 설악산 산행을 하자하고 오늘 새벽 3시에 오색으로 올랐다가 한계령으로 내려오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 죽을 맛이라고 했다. 참으로 대단한 젊은 아빠들이다. 감히 설악산을 갓난 아기도 아니고 두 세살을 되어보이는데 그 큰 애기를 업고 설악산을 오르다니 대단하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승차권을 판다고 해서 들어가니까 동서울 가는 버스가 5시 40분에 있다고 해서 얼른 표 끊어 승차장에 가서 기다리는데

뭐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지나가는 버스를 못봤는데 벌써 지나가지는 않았을텐데 왜 안 오지? 하고 기다리다보니 6시가 되어서 버스가 온다. 단풍 철이라 차가 밀렸나? 어쨌거나 산행 잘 마치고  무사히 버스를 탔으니 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