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착각이라도 괜찮아

智美 아줌마 2014. 8. 19. 01:30

동물들과 교감으로 대화하는 사람이 있다. 참 신기하고 정말 어떻게 동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부럽기도 하다. 얼마 전 길냥이 새끼 3남매가 매일 우리 집 창 아래 와서 놀기에 우리 강쥐들 밥 챙겨줄 때 한 움큼씩 갖다 주곤 했는데 일주일 째 3남매가 오지 않고 있고 어미 검둥이는 새끼를 찾는지 온종일 왔다 갔다 하며 야옹하며 다녔다. 나도 혹시 3남매가 오지 않았을까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밖에 나가 보고 오면 먹으라고 매일 먹이를 갖다 놓으면 어미 검둥이만 와서 먹고 가곤 하는데 오늘까지도 행방이 묘연하여 행여 누가 데리고 갔나? 아니면 동물 구조대에 신고가 들어와서 그쪽에서 데리고 갔을까? 사람들이 잡아 가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얘들이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어미 검둥이도 내가 밥을 챙겨줘서인지 매일 집 앞에 오면 야옹 해서 그 소리 듣고 늘 먹이를 두는 그릇에 담아 두든지 아니면 오기 전에 미리 갖다 놓으면 와서 먹고 가는데 먹이를 먹고 갈 때도 야옹하고 간다. 그래서 어떤 때는 먹었나? 하고 나가서 보면 밥그릇이 비어 있어 아, 먹었구나, 하고 확인하고 들어오는데 한 달 가까이 밥을 줘서인지 늘 집 앞에 오면 왔다고 야옹 하고 먹고 나서도 먹고 간다고 야옹 하는 것 같다. 착각일지 모르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게 느껴진다. 집 앞에 와서 야옹 거릴 때 나가면 우리 집 앞에서 현관 쪽을 바라보며 앉아있고 밥을 먹은 후에는 늘 앞집 차 밑에서 우리 집 쪽을 보고 앉아서 야옹 하는데 내가 나가면 도망가지도 않고 내가 들어 올 때까지 앉아 보고 있다가 간다. 그런 것을 보면서 싸가지한테 검둥이가 엄마를 아는 것 같다고 집 앞에 와서 야옹 하는 것은 자기 왔다고 엄마한테 알리는 것이고 먹고 나서 갈 때 야옹 하는 것은 먹고 간다고 엄마한테 말하고 가는 것이라고 했더니 싸가지 왈, 엄마는 그게 어떻게 엄마한테 말하는 것이냐고? 하며 웃는다. 착각이라도 괜찮아, 새끼 3남매가 어디에 있는지 사고나 당하지 않았는지 궁금한데 오늘은 온종일 검둥이 소리가 안 들려서 조용히 와서 먹고 갔나 하고 가보면 그대로 있어 무슨 변을 당하지 않았나 걱정을 하였는데 이 글을 쓰는 중에 검둥이 소리가 난다. 얼른 나가 보니까 검둥이가 집 앞에 와 있기에 별일 없었구나, 안심하고 들어 왔는데 조금 있으니까 또 야옹 소리가 나서 나가 보니까 앞집 차 밑에서 우리 집 현관을 보고 있어 밥그릇을 가서 확인하니까 밥을 먹고 조금 남아 있었다. 오늘은 우리 강쥐들 소시지 하나씩 주면서 검둥이도 하나 챙겨서 갖다 뒀는데 녀석이 온종일 안 보여서 걱정했더니 늦게라도 와주어서 정말 다행이다. 길냥이들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상한 음식 찌꺼기를 먹어서 병들고 사고로 1년을 채 못살고 길어야 3년, 새끼들도 굶어서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람들도 좋은 부모, 부자 부모 밑에서 태어나길 바라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듯이 길냥이들도 길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는가?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좋은 것 먹으며 추위 걱정 없이 살고 싶지 않겠는가. 길냥이들이 볼 때 그런 양이들이 부럽지 않을까? 날씨가 선선해지니까 길냥이들의 겨울나기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밴딩이가 웬만한 성격의 사람이면 검둥이를 우리가 데리고 있자고 하겠는데 지금 있는 강쥐들도 안 좋아하니 그럴 수도 없고 마음만 짠하니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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