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아기 길냥이 삼형제

智美 아줌마 2014. 8. 3. 00:01

흔히들 생명의 존엄성을 어쩌고저쩌고, 아이러니하게도 말로만 존엄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동네마다 유기견과 길냥이들이 돌아 다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관심하고

때로는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욕을 하고 소리 지르고 걷어차기까지 한다.

아니,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가혹 행위까지 해서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생명의 귀함을 생각한다면 어찌 그렇게 하겠는가

요즘 같은 휴가철이면 피서지에 가서 가족과 같이 동고동락하던

애완동물들을 슬쩍 버리고 간다고 하는데

어느 피서지에는 유기 동물 보호소에 보호 동물이 4, 5마리에 불과하던 것이

한 달도 안 돼서 50마리가 넘었다는 기사를 봤다.

 

집 근처에 버리면 찾아올까 봐  멀리 가서 찾아올 수도 없는 곳에 가서 버리고 온다는데

그렇게 같이 피서지에서 놀다가 버리고 가려면 발길이 떨어지는지, 양심에 찔리지는 않는지

하긴, 개새끼들이 대수인가, 자신의 부모도 찾아오지 못하게 효도 관광한다면서 

해외여행 가자고 데리고 나가서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 버리고까지 오는 세상이니

생명의 존엄성이고 인간의 존엄성이고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지.

 

얼마 전부터 우리 집 주위로 길냥이 새끼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리더니

어느 날 나가니까 검둥이 새끼 3마리가 올망졸망 뒹굴며 장난을 치고 있다.

에구 ~ 저 어린 녀석은 뭘 먹고 크나? 어미 젖은 곧 떼게 생겼는데

이 더위에 상한 음식 주워다 먹이다가 탈이나 나면 어쩌나?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가끔 시장이나 마트에 다녀오다가

길냥이들을 보게 되는데 오지랖 넓은 난 그런 길냥이든 유기견을 보면

왜 그렇게 안 된 마음이 드는지 장바구니에 먹을 게 있으면 하나 꺼내서

나, 간 뒤에 먹으라고 다니는 길 한쪽에 놓고 오곤 한다.

 

그런데 우리 집 바로 현관 앞에 나가면 창 밑에서 놀고 있는 어린 녀석들이 마음이 안 쓰이겠는가

그래서 우리 강쥐들 밥 줄 때 한 움큼 쥐고 나가 자주 와서 노는 곳에 놓아 주곤 하는데

앞집 할머니 길냥이들 눈에 띄면 빗자루 들고 쫓으면서 소리 질러 대는지라

내가 개 먹이 갖다 주는 걸 알면 날벼락 떨어지지나 않을까 아무도 없을 때 살짝 놓고 온다.

 

며칠을 그렇게 주다 보니 이 녀석들 내가 나가면 화들짝 놀라 몸을 숨기지만

오늘도 강쥐 사료 한 움큼씩 쥐고 나가 늘 놓던 자리에 놓고 숨어서 보니까

덩치 큰 녀석이 먹고 있으니까 다른 녀석은 근처에 맴돌면서 있고

저러다 저 녀석이 다 먹으면 어쩌나 싶어 내 모습을 보이게 하니까 얼른 숨는다.

 

그리고 다시 내가 몸을 숨기고 보니까 다른 녀석이 와서 먹고 있어 다 먹고 없을까 봐

집에 들어가 조금 더 가지고 와서 주러 가니까 얼레? 1/3 정도는 남아 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가져간 것도 놓고 몸을 숨기고 보니까 또 다른 녀석이 와서 먹는다.

 

얼마 되지도 않은 양인데 한 녀석이 양껏 먹지 않고 다른 녀석들까지 먹게 남겨주는 것을 보니까

하찮게 여기는 동물이지만 신통방통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모습이 보이게

쪼그리고 앉아서 보는데도 도망 가지 않고 지들끼리 같이 붙어 앉아서 나를 본다.

 

혹시나 오라고 손짓하면 오려나? 하는 생각에 오라는 손짓을 하니까

오잉? 주저하더니 두 녀석이 앞으로 몇 걸음 조심스럽게 오다가 멈춰 서있다가 되돌아 가는게

저 녀석들이 내가 해를 끼칠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 되나보다.

그러다 차 밑으로 들어가 있어 내가 핸폰 가져와 사진을 찍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모델이 되어준다.

 

길냥이 새끼지만 누가 한 마리씩 데리고 가서 키워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동물 구조대에 연락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곳에도 넘쳐나는 게 유기 동물일 테고

그렇다고 내가 계속 밥을 주며 돌볼 수도 없으니 참 안타깝다.

 

어떤 동네에선 길냥이에게 먹거리를 준 주부에게 이웃 사람이 몰매를 줬다는 뉴스도 들었는데

그렇지만 유기견이고 길냥이고 대책이 안 서는 게 현실이다.

자신이 키우면서 예뻐라 해놓고선 병들고 몸집이 커지면 언제 가족으로 살았더냐

무책임하고 몰상식하게 내다 버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니 사회 문제고 양심의 문제다.

 

『제발 자신이 키우는 동물들 그 아이의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책임으로 보살핍시다.』